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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 살림’, 전형적인 종편스타일 가족예능의 나쁜 예
기사입력 :[ 2018-11-09 16:27 ]


‘한집 살림’, 가족예능은 진정성이 생명임을 잊지 않기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지만 종편스타일이라 부를 수 있는 가족예능이 분명 있다. 채널A <아빠본색>, MBN <비행소녀>, <우리 집에 해피가 왔다>, TV조선 <아내의 맛> 등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연예인 가족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지극히 방송친화적인 에피소드로 풀어낸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래서 일상적이란 느낌을 받기보다는 시간을 정하고 촬영한 방송을 보는 기분이 진하게 든다.

굉장히 시시콜콜한 살림 엿보기부터 노골적인 예능 차원의 볼거리 만들기까지 특별한 맥락 없이 에피소드에 따라 두서없이 등장하며 시청자들이 스스로 받아들이기 이전에 미리 특정한 캐릭터를 정해놓고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재미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나, 기획 단계부터 보여주고자 하는 목적의식이 굉장히 뚜렷하고 촬영 기간 대비 많은 분량을 확보하려는 효율성이 일상성이나 진정성보다 더 중시되는 경향이 느껴진다.

TV조선의 새 가족예능 <한집 살림>도 바로 이런 전형적인 예다. 최근 가장 활발히 예능 제작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TV조선이 선보이고 있는 ‘맛’시리즈 이후 또 다시 내놓은 관찰예능, 가족예능이다. 기본 설정은 부모·형제 및 선후배, 절친 사이의 ‘두 집 살림’을 청산하고 ‘한집 살림’하는 과정을 담는 것으로 ‘신개념 합가 리얼리티’라고 소개한다. 오랜 시간 따로 살던 가족 구성원이 다시 살림을 합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다시 확인하는 사랑을 지켜보는 재미다.



딱히 탐탁지 않아 하는데 부모님의 댁에 다시 들어간 이천수나, 딸 김수연네 집으로 불쑥 들어간 윤정희처럼 실제 가족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태진아와 강남처럼 비즈니스로 만나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도 등장한다. 그래서 연예인의 동거를 무대로 삼은 MBC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과도 살짝 닮은 구석도 있고, 떨어져 살던 가족이 다시 함께한다는 점에서는 장성한 연예인이 부모님 댁으로 다시 들어가는 tvN <엄마 나왔어>와 비슷한 고민을 한 흔적이 느껴진다.

문제는 지나치게 간이 세게 벤 설정이다. 술 먹고 늦은 시간 부모님 댁으로 들어간 이천수는 천덕꾸러기로, 어머니는 마냥 아들을 반기기보다 현실적인 이재에 밝은 강한 캐릭터로, 윤희정-김수연 모녀는 먹방으로, 강남과 태진아는 송대관 등 연예계 인맥을 동원하고, 보건소 항문 검사라는 흔한 소재를 3화부터 대표 에피소드로 써먹는 등 철저히 기획한 캐릭터에 어울리는 방송용 에피소드로 일관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세 가족이 등장했지만 내용은 다른 여러 가족예능들과 대동소이하다. 음식 솜씨를 자랑하는 것은 기본이요, 어딘가 놀러가고, 반려 동물이 등장한다. 강남이 보건소에서 난처해하며 받은 항문 검사는 이미 여러 예능에서 미션처럼 활용한 익숙한 장면이다. 두 시간마다 뭘 먹어야 한다는 윤희정-김수연 모녀는 디저트카페부터 가을맞이 여행까지 유명한 식당들을 돌아다니는 먹방으로 방향을 잡았다. 문제는 이 모녀가 경차를 타고 각종 맛집을 찾아가서 배불리 먹는 먹방은 <비행소녀> 제아 편에서 보여준 콘셉트와 볼거리를 그대로 반복하는 중이다. 이번엔 제아가 게스트로 등장해 적립된 품앗이를 나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스튜디오에는 <미운 우리 새끼>에서 얻은 힌트를 활용해 방송을 딱히 무서워하지 않은 입담 좋은 부모님들도 몇몇분 함께한다. 특히 이천수의 어머니가 신현준, 솔비의 MC진과 어울리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 또한 낯설지 않다. 다시 말해, 꾸준히 높은 사랑을 받고 있는 기존 가족예능이 가진 여러 장점들을 굉장히 쉬운 방식으로 벤치마킹해 모아놓은 듯한 느낌이 강하다.

집에 입던 옷 그대로 슈퍼를 나가려는 강남을 붙잡고 연예인은 언제 어디서 누가 봐도 TV속의 모습과 다르지 않도록, 밖을 다닐 때는 언제나 의관을 정제해야 한다는 프로페셔널한 연예인의 삶을 설파하는 태진아의 철학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으로 정서적 교류를 하려는 오늘날 가족예능은 상극이다. 태진아가 강남 집에 들어가 살고, 처자식이 있는 이천수가 집을 나와 부모님 집에 얹혀산다는 건 누가 봐도 <우리 결혼했어요> 수준의 리얼리티 설계다. 카메라가 있을 때만 함께하는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한집 살림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딱히 진정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알려준다.

가족예능, 관찰예능은 진정성이 생명이다. 시청자의 시선과 TV화면과 출연자의 일상 경계가 모호해야 한다. <살림남>처럼 마치 드라마를 보듯이 타인의 삶을 지켜보는 재미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끼리 느낄 수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공감대를 원한다. 아니면 <둥지탈출3>나 여러 육아예능처럼 아예 상류층 가정의 모습을 엿보는 기회가 재미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앞서 말한 종편 스타일의 가족예능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공통적으로 정체성이 모호하다. 리얼함을 추구하는데, 가장 리얼함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한집 살림>은 두 살림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을 재미나게 보여주는 것보다 정성과 볼거리를 하나로 합치는 크나큰 숙제를 우선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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