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광복티셔츠 이슈화, 전형적인 일본 우익의 관심몰이 방식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이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지금의 변화가 그들에게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대착오적’이라는 표현은 현 시대의 변화에 적응 못하는 행태들을 봤을 때 쓰는 말이다. 지금 현재 방탄소년단(BTS)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타깃으로 삼고 물고 늘어지는 일본 우익이 그렇다. 하지만 과연 그들 뜻대로 될 수 있을까.

방탄소년단이 애초에 예정되어 있던 방송 출연이 취소된 이유로 일본 TV아사히가 내놓은 건 저들이 ‘원폭 티셔츠’라 부르는 사실은 ‘광복 티셔츠’였다. 사과공지문을 보면 “멤버가 착용하고 있던 티셔츠의 디자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원폭의 버섯구름 사진이 프린트 된 티셔츠를 입고 있던 것이 문제로 지목됐다는 것.

이들이 이 ‘광복 티셔츠’를 굳이 ‘원폭 티셔츠’라고 지칭하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그것은 당대에 일본이 저질렀던 잔학한 일련의 행위들을 ‘원폭’이라는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어휘로 덮어버리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광복’이라고 표현하면 일제강점기에 그들이 저질렀던 독일 나치들보다 더한 행위들이 드러난다. 그것으로부터 광복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우익들은 그 티셔츠에서 자신들이 활용할 목적으로 필요한 ‘원폭’의 이미지만을 끄집어냈다. 게다가 일본 내 매체들도 이상하게 여기는 건 이 티셔츠가 지금 현재가 아닌 2017년 월드투어 때 공개석상도 아닌 일상에서 입고 다녔던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갑자기 지금 문제로 지목되고, 방송사에 압력을 써서 결국 출연을 취소시키는 상황으로 만들어낸 건 다분히 일본 우익들이 의도적으로 이 이슈를 꺼내 활용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건 마치 ‘독도’를 일본 우익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때만 되면 이슈화하고 나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들은 이런 식의 ‘시대착오적’ 행동을 할 때만 자신들의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라는 낡은 구시대의 유물들을 자꾸만 끄집어내 차별과 혐오를 이야기하는 그들은 그래서 여전히 ‘과거의 망령’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모른다. 이쯤 되면 과거 그들의 잘못을 여전히 사과하지 않는 건 여전히 그걸 지금도 끄집어내 활용하려는 의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건드린 방탄소년단은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같은 구시대의 유물과는 정반대로 언어와 국가와 민족, 인종 같은 갖가지 경계들을 뛰어넘어 모두를 하나로 묶어내는 글로벌 지구촌 시대의 아이콘이다. 그러니 일본 우익이 방탄소년단을 타깃으로 삼았을 때 그것은 이미 2차 세계대전이 차별과 혐오로 만들어냈던 비극적인 과거의 망령과, 모든 경계들을 뛰어넘어 문화라는 이름으로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려는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대결구도로 세운 셈이다. 과연 어느 쪽이 진짜 타깃이 될 것인가.

방탄소년단을 타깃으로 삼아 ‘원폭 티셔츠’라 굳이 표현하며 그것을 통한 혐오감정을 부추기려하고 있지만, 이에 대항해 아미(방탄소년단의 팬클럽)들이 SNS를 통해 그것이 ‘원폭 티셔츠’가 아니라 ‘광복 티셔츠’임을 알리는 해시티그 운동을 벌이고 있는 건 그 단적인 사례다. 아미들은 ‘#LiberationTshirtNotBombTshirt’라는 해시티그로 오히려 광복이 가진 의미를 끄집어내고 있다.

미국 CNN, 영국 BBC 같은 세계적인 언론들이 이 사안을 다루기 시작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여전히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시대착오적’인 길을 걷고 있는 일본 우익들의 행보를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방탄소년단을 저들은 타깃으로 삼았지만, 타깃은 오히려 저들이 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