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먹힐 수밖에 없었던 이연복 기본의 가치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예능 프로그램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이 종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10회 분량에 보너스로 1회를 더해 모두 11회가 방영됐다.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1 태국편이 8회로 마감한 것과 비교해보면 이번 시즌의 성공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시청률도 시즌1이 1%대 시청률이었던 데 반해 이번 시즌은 최고 시청률이 5.3%(닐슨 코리아)까지 치솟아 올랐다. 현지에 우리네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 과연 먹힐까라는 한 가지 질문을 실현해보는 건 같았지만 중국편이 특히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 첫 번째 요인으로 이연복 셰프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이연복 셰프를 이번 시즌의 시작이며 끝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건 그가 평생을 해온 삶의 편린들이 중국 현지에서 보낸 시간들 속에 그대로 스며들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가장 큰 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은 시장에서 장을 봐오고 재료를 손질하고 그것으로 장사를 하는 그 일련의 반복적인 과정에 집중했다. 어찌 보면 지루해질 수 있는 반복적인 영상이지만, 그 반복은 어쩌면 이연복 셰프가 말하는 ‘기본을 지키는 일’을 확인시키는 면이 있었다.



이연복 셰프는 프로그램 초반에 힘들고 지겹지만 매일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고 손수 손질해 내놓는 그 기본을 지키는 일이 바로 성공의 비법이라고 말한 바 있었다. 모두가 그 방법을 알고 있지만 그걸 실천하는 이와 실천하지 못하는 이가 있다는 것. 결국 <현지에서 먹힐까>가 보여준 반복적인 장사의 풍경들은 바로 그 이연복 셰프의 ‘음식철학’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반복적이지만 고개가 끄덕여지고 정서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는.

하지만 그렇다고 프로그램이 매번 똑같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장사를 하는 그 일련의 과정은 같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들이 변수로 들어왔다. 그 대표적인 이야기꾼들은 손님들이었다. 프로그램에서도 후기에 담아두었던 것처럼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가 생각했던 중국인의 모습이 얼마나 피상적이었는가를 확인하게 해주는 손님들이 많았다. 특유의 합석문화는 차갑게 느껴졌던 그들의 따뜻한 정 같은 걸 느끼게 해주었고, 한중관계가 어떻든 중국 대중들이 갖는 한국에 대한 호감 또한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음식은 물론이고, 한국의 스타일이나 문화에 대해 이들이 보여주는 호감은 우리들의 마음까지 뿌듯하게 했다.



돌발적인 사건들도 반복적인 이야기를 변주시켰다. 매일 조금씩 메뉴를 달리하면서 어느 날은 너무 손님이 많이 몰려들어 정신이 없다가도, 어느 날은 장사가 안 되어 “망했다”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장사가 가진 진짜 모습이었다. 잘 되다가도 안 되기도 하는 그 과정들. 그런 부침을 이연복 셰프는 선선히 웃으며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열심히 하면 되죠”라고 말하는 그 모습에서, 또 “세상에 최고라는 건 없다”고 내비치는 겸손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하루의 기본을 지켜가며 세월의 공력을 쌓아온 대가의 면면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기본의 반복은 그러나 똑같은 풍경의 반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이연복 셰프와 함께한 제자들이 보여줬다. 처음에는 양파 썰기 하나도 서툴렀던 그들이지만 매일 그 일을 반복하면서 일취월장하는 성장을 그들은 보여줬다. 김강우는 면발을 어떻게 하면 더 쫄깃하게 할까를 거듭 고민했고, 허경환은 중국어가 부족했지만 개그맨 특유의 친화력으로 손님들을 맞았으며, 서은수는 지시하지 않아도 척척 준비를 해내며 무엇보다 찾는 손님들을 그 환한 미소 한 방으로도 사로잡았다. 반복을 통한 성장드라마. 그것이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의 또 다른 묘미였다.

결국 <현지에서 먹힐까>가 ‘먹힌 것은’ 우리에게 기본의 가치를 보여줬다는 점 때문이다. 그것은 이연복 셰프가 성공한 비결이기도 했다. 매일 똑같은 하루의 반복을 살아가는 것이지만, 그 기본에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쌓아나가는 것. 지루해보여도 그 때 그 때 만나는 의외의 순간들을 즐기며 기본을 지켜나가다 보면 훌쩍 성장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증거. 그것이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이 시청자들에게 먹힌 이유가 되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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