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혼’, 하고픈 이야기는 알겠는데 정서적 차이는 영

[엔터미디어=정덕현] “이혼은 최악의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최악은 이혼이 아니라 쇼윈도 부부 같은 거죠. 근데 우리는 적어도 그러지는 않아요. 생각해보면 최고의 이혼이에요. 유영아. 고마워. 미안해. 다음에는 최고의 결혼을 해.” KBS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이장현(손석구)이 한 이 이야기 속에는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가 담겨있다.

이혼을 했건, 아니면 아예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건 그렇게 각각의 타인의 삶을 살게 되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서로를 신경 쓴다. 지난회 마지막 장면에서 갑자기 조석무(차태현)에게 진유영(이엘)이 “한번 자보자”라고 제안하고, 술에 취한 강휘루(배두나)와 이장현이 키스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 건 어쩌면 이런 상황을 좀 더 극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함이었을 게다.



이혼을 했지만 완전히 헤어진 것이 아니고, 서로에 대한 마음이 남은 조석무와 강휘루가 그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극적인 상황이 마련되어야 했을지 모르니. 그래서 조석무와 진유영이 밤새 함께 있었다는 이야기에, 그것도 아무 일도 없이 있었다는 그 말에 더더욱 강휘루는 알 수 없는 아픔과 슬픔 같은 걸 느낀다. 그건 자신이 술에 취해 이장현에게 키스한 것처럼 순간적인 충동이 아니라는 뜻도 담겨있는 것이라고.

석무의 누나 조석영(윤혜경)은 바람을 핀 남편과 이혼을 하겠다며 아들 고성빈(고재원)을 데리고 강휘루의 동생 강마루(김혜준) 그리고 그의 하우스메이트인 주수경(하윤경)과 함께 살 것을 제안한다. 이혼한 아내의 동생과 자신의 누나가 함께 살거라는 이야기에 조석무는 ‘기묘한 관계’를 이야기하지만 조석영은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완전한 타인이 더 필요하다”는 것. 결혼생활을 통해 너무 가까이만 지내다 보니 상처를 받았고 그래서 이제는 ‘적당한 거리’를 둔 관계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조석영의 이 이야기 역시 앞서 이장현이 말하는 “이혼은 최악의 결과가 아니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최고의 이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과 이혼에 대한 관념을 뒤집어보는 드라마다. 결혼은 시작이 아니고 이혼 또한 끝이 아니다. 그저 불행하게 쇼윈도 부부로 사는 것보다는 이혼을 하는 것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우리처럼 가족을 궁극의 목적으로 생각하고, 따라서 결혼만큼 이혼도 중대한 사안으로 바라보는 사회에서 이런 이야기는 그 자체로 도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가족주의의 틀에서 바라보면 이 관계가 몹시도 이상하게 보이고 심지어 불편하게도 다가오지만, 개인주의적인 관점에서 보면 궁극적인 행복이 반드시 결혼이나 가족 같은 틀 안에서만 추구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그걸 이해해보는 것과 정서적으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사뭇 다른 일이다. <최고의 이혼>은 이런 이야기를 초반 일상적인 소소한 이야기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다지 거부감 없는 공감대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이야기가 점점 극적으로 변화해가고, 네 명의 관계가 복잡하게 꼬이면서 시청자들로서는 그 복잡한 심사보다 그 겉으로 드러난 관계의 자극성에 대한 불편함을 더 느끼는 것 같다.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가 갖는 정서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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