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부해’ 4주년 이끈 저력, 호기심 자극하는 구성의 힘

[엔터미디어=정덕현] 2014년 11월 17일에 시작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가 어언 4주년이 됐다. 보통 이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처음에 가졌던 그 동력들은 희석되기 마련이다. 이미 그 형식이 익숙할뿐더러, 어떤 장면들이 나올 것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예상될 수밖에 없다. 특히 스튜디오에서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현장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개입되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냉장고를 부탁해>는 일단 한번 보게 되면 채널을 돌릴 수 없을 만큼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4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몰입감은 여전하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힘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한은정과 별이 출연한 방송도 그렇지만, 이전에 했던 김조한과 휘성, 또 그 전에 했던 기안84와 노사연도 그 구성에 있어서는 다른 점이 별로 없다. 어떤 면에서 보면 출연자와 그들이 가져온 냉장고 그리고 그 재료들로 만드는 요리가 달라져도 그 이야기 구성은 변함이 없다.



시작은 토크로 연다. 한은정이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허당기 가득한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김성주와 안정환 특유의 ‘몰아가기’ 화법으로 이어진다. 한은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하면, 이제 한 단계 더 안으로 들어간다. 그가 가져온 냉장고를 열어 보고 그 안에 있는 재료들을 통해 그의 삶을 유추해본다.

다양한 종류의 술들이 있는 것을 보고 ‘주당’임을 밝혀내고, 갖가지 건강에 좋다는 재료들을 통해 얼마나 건강과 미용 관리를 하는가를 자연스럽게 찾아낸다. 때때로 곰팡이가 팬 천연 팩을 발견해 ‘차도녀’ 이미지와는 다른 ‘인간적인 모습(?)’을 끄집어내는 게 이 과정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개되는 식재료들은 다음 단계인 요리에 대한 호기심을 슬슬 깨우기 시작한다. 저런 식재료로 어떤 요리가 15분 만에 가능할까 하는 궁금증이 만들어지는 것. 그리고 곧바로 이 프로그램의 메인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요리사들의 15분 요리 대결이 펼쳐진다.



이제 점점 방송이 익숙해진 셰프들은 과거에는 하지 않던 예능적인 멘트까지 소화해내며 요리과정 자체도 재미있게 만든다. 물론 놀랍도록 신기한 요리의 탄생 과정이 시선을 빼앗는 건 당연한 일이다. 찌고, 굽고, 튀기고, 섞는 갖가지 방식의 조리법들이 동시에 빠른 편집으로 이어지고, 그 위에 특유의 축구해설식 김성주와 안정환의 멘트가 더해지면서 프로그램은 최고조에 이른다.

그리고 이 지점에 이르면 이제 그 음식이 어떤 맛일까가 궁금해진다. 놀라운 비주얼의 음식이 등장하고, 그걸 맛보는 한은정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가 좋네요”라는 표현은 그래서 “맛은 별로네요”라는 식으로도 읽히고, “맛있어요”라는 똑같은 말에서도 진짜 맛있어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인지의 뉘앙스 차이를 읽어낼 정도다. 그만큼 깊이 몰입하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사실 이렇게 비슷한 형식을 매번 반복하면서도 지금껏 그 힘을 잃지 않고 있고, 또 일단 보기 시작하면 채널 돌리기가 쉽지 않게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건 이 프로그램이 가진 저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점층적으로 쌓여지는 궁금증의 연결고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이어놓은 것에서 나오는 힘이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편집 호흡이 빠르다. 토크를 하는 과정도 그렇고 요리를 하는 모습에서는 더더욱 빠른 편집을 보여준다. 그래서 쉴 틈 없이 움직이는 그 과정들이 잘 짜인 그물처럼 시청자를 묶어놓는다. 방송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흥미진진한 전개. 결코 쉽지 않은 이 성과를 <냉장고를 부탁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편집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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