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흥행 주춤한 이유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영화 반(反)▲.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이하 <신동범>)의 흥행이 주춤하다. 개봉 전 불매를 비롯한 갖가지 논란이 있었음에도 개봉 첫 주 흥행을 기록하던 <신동범>이 뒷심을 발휘 중인 <보헤미안 렙소디>에 밀리는 형국이다. 영화 외적인 논란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실망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일어난 결과로 추측된다.



◆ 가정폭력과 인종차별 논란

<신동범>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신비한 동물사전>(이하 <신동사>)의 2편에 해당된다. <신동사>는 2016년 1편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모두 5편이 나올 예정이다. <신동사>는 꽤 흥행하였는데, 해리포터 시리즈와 인생의 한 시기를 함께 보낸 관객층의 향수를 무시할 수 없는데다, 신비한 동물들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재미와 순수한 마음으로 동물들을 사랑하는 뉴트 커스맨더의 마음, 평범한 머글 제이콥을 포함하여 우연히 맺어진 4인방의 아기자기한 매력과 활약이 나름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신동범>은 전편보다 스케일을 훨씬 키웠다. 그러나 개봉 전부터 기대보다 많은 구설에 휩쓸렸다. 가장 큰 일은 악질적인 가정폭력 가해자로 밝혀진 조니 뎁이 주연으로 캐스팅 된 것이다. 조니 댑은 전처인 엠버 허드를 폭행했을 뿐 아니라, 이를 은폐하고 2차 가해를 저질렀으며, 제대로 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조니 뎁의 캐스팅을 바꿀 수 없느냐는 지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해리포터 시리즈의 원작자인 조엔 롤링과 감독은 그를 적극 옹호했다. 이에 분노한 네티즌들이 <신동범>을 불매하고, 피해자임에도 입지를 잃어가는 엠버 허드를 응원하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다. 한국에서도 해시태그와 불매운동이 일었다.



한편 한국의 언론들은 한국인 배우 수현(클라우디아 킴)의 캐스팅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인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대작에 출연하는 것을 축하하고 응원의 뜻을 보냈다. 하지만 수현이 맡은 캐릭터가 ‘내기니’라는 점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유일한 동양인 캐릭터가 ‘볼드모트의 지팡이가 변신한 뱀’의 인간형인 것을 인종차별적이라고 느낀 사람들이 항의하자, 조엔 롤랑은 ‘내기니’에 대해 인도와 인도네시아도 구분하지 못하는 무식한 해명을 내놓았다. 여기에 인터뷰 도중 수현에게 던진 질문이 아시안에 대한 차별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논란과 더불어, 영화 공식 트위터에 수현의 레드 카펫 행사를 담은 사진 대신 다른 아시안 여배우의 사진을 넣는 실수를 저질러 놓고 사과도 없이 수정하는 등 푸대접 논란이 계속 일었다.

이런 갖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의 흥행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2주차에 들어서자 제동이 걸렸다. 영화 외적인 문제가 아닌 영화 내적인 문제로 재미가 없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예매율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 해리포터 시리즈를 알든 모르든 불만족스럽다.

<신동범>의 비주얼을 나무랄 것이 없다. 몇몇 장면은 정말 황홀하고 환상적이다. 하지만 영화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라는 점에서도, <신동사> 시리즈 중 2편에 해당된다는 점에서도 곤란함을 지닌다.

영화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화나게 하고, 해리포터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영화에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설정을 위반하는 설정들이 나온다. 1935년에 태어난 것으로 되어 있던 맥고니걸이 1927년을 그린 영화에서 호그와트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맥고니걸의 다른 가족일 가능성도 없다.) 변신술 전공 교수였다가 나중에 교장이 된 덤블도어가 거울 앞에서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하는 것도 옥의 티이다. 뭐 이런 사소한 실수를 지적하느냐고 할 이도 있겠지만, 해리포터 시리즈의 최대 매력이 그 마법의 세계가 우리가 사는 머글들의 세계와 더불어서 정말로 존재하는 것 인양 자기 완결적인 온전한 판타지의 세계를 구축한 데에 있기 때문에, 이처럼 내적 정합성이 깨지는 것은 몰입을 해친다.



한편 해리포터 시리즈를 잘 모르는 관객들이 보기에는 영화의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사건이 너무 번잡해서 자연스럽게 따라가기가 힘들다. 이야기는 크게 세 덩어리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그린델왈드가 호송 도중 탈출하여 파리를 근거지로 자기 추종자를 모으며 크레덴스에게 접근하는 것. 둘째 뉴트가 유럽으로 가서 형의 약혼녀가 된 레타를 만나고, <신동사>의 3인방들(제이콥, 퀴니, 티나)과 재회하고, 덤블도어의 부탁을 받아 크레덴스를 찾아 나서는 것. 셋째, 크레덴스가 내기니와 함께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것 등이다. 이처럼 세 덩어리에 속한 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이 나란히 진행되다가 교차되니 대략 정신이 없다. 그 결과 어떤 생각을 하면서 서사에 집중하기보다 그래픽 화면에 순간적으로 경탄하는 수동적인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나마 전편인 <신동사>를 본 관객이라면 어느 정도 따라가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신동사>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번잡함과 생경함이 몇 배로 늘어난다. 누가 누구인지, 저들은 왜 저렇게 움직이는지 알 수 없는 낯선 거리에서 두리번거리는 구경꾼 신세가 된다. 심지어 이런 느낌은 영화를 끝까지 봐도 해소되지 않는다. <신동범>은 ‘신동사’ 시리즈 5편 중 2편에 해당되기 때문에 결말에 있어서도 완결성이 없다. 그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연결고리로 제시하는 수준에서 끝나고 마는데, 다음 편을 예고하는 친절한 쿠키 영상도 없다.



전편인 <신동사>를 재미있게 봤던 관객들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전편에서 정들었던 4인방은 흩어진 채 간헐적으로 마주쳤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니 그것도 서운하고, 무엇보다 전편에서 핵심적인 재미를 주었던 ‘신기한 동물들’의 분량이 대폭 줄어 든 것이 가장 큰 실망을 안긴다. 영화의 무게 추는 확실히 ‘신기한 동물들’ 보다 ‘그린델왈드의 범죄’ 쪽에 기울어져 있다. 가뜩이나 불매의 원인이었던 조니 뎁의 분량이 예상보다 많은데다, 시리즈의 고유한 매력인 신비한 동물들이 충분히 나오지 않으니, ‘앙꼬 없는 찐빵’이란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 인종주의에 예민한 관객들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조니 뎁의 출연이 마음에 걸렸지만, 수현이나 에즈라 밀러를 응원하기 위해 본 관객들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단 분량이 적은데다 수현의 경우는 내내 가슴골이 파인 드레스를 입은 채 처연한 표정을 지으며 에즈라 밀러 곁을 지키는 역할만 한다. 인종과 젠더 문제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고 화가 날 수밖에 없다.

한편 영화는 집요정과 집요정 혼혈을 잠깐 등장시킨다. 집요정은 괴물을 전시하는 서커스단의 짐을 꾸리는 장면에서 잠깐 등장하고, ‘집요정(엘프) 혼혈’은 크레덴스의 과거 유모로 등장한다. 그런데 ‘집요정 혼혈’은 저신장 장애인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로 대사도 있지만, 불과 몇 장면 만에 사망으로 처리해버린다. 아시아 여성과 장애여성 캐릭터와 배우를 이렇게 소모적으로 써도 되는 걸까. 사실 ‘집요정 혼혈’이란 존재는 위력에 의한 간음이나 성폭행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는 집요정이 인간과 대등한 성관계를 통해 출산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그린델왈드의 연설장면은 다소 황당하다. 그는 순혈마법사들이 다른 존재들을 지배하는 세상을 꿈꾼다. 마법사와 인간들이 공존하는 지금의 세상을 위해 마법사들의 능력을 제한하는 결계가 작동되고 있지만, 그는 마법사들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세상이 와야 한다며 마법사들을 선동한다. 그에게 나머지 존재들을 모두 죽일 것이냐고 물으니, 노예로 쓸 만한 존재는 남겨둬야 한다고 답한다. 예컨대 순혈마법사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른 존재들을 절멸시키거나 노예화 시키겠다는 주장이다.

그린델왈드가 자신의 주장대로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2차 세계 대전의 악몽인 인종학살과 원폭투하이다. 연설을 듣던 마법사들은 또다시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는 예언에 진저리를 친다. 1927년에 자신의 계획대로 하지 않으면 엄청난 전쟁을 겪게 된다는 그린델왈드의 주장이 파시즘과 같은 인종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아울러 텍스트 역시 그린델왈드를 통해 인종주의와 파시즘을 비판한다는 의도를 내비치지만, 여전히 막장드라마적인 혈연이나 종족에 따른 정체성을 강조하며 낡은 인종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즉 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예고하며 인종주의적 절멸을 주장하는 그린델왈드나, 그런 그린델왈드를 통해 파시즘적 사고를 비판한다면서 텍스트 가득 인종주의의 흔적을 묻혀놓은 원작자나 제작진도 괴이쩍긴 마찬가지다. 차라리 뉴트가 도롱뇽 같은 눈빛을 반짝이며, 신비한 동물들이나 실컷 보여주는 영화였다면 ‘동물 짤’을 보는 순수한 재미라도 있었을 텐데... 여러 모로 아쉽고, 다음편이 나와도 별로 볼 것 같지 않다.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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