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과한 ‘황후의 품격’, 장나라·최진혁도 쉽진 않을 듯

[엔터미디어=정덕현] 새로 시작한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은 일단 캐스팅에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만들었다. 장나라에 최진혁 그리고 신성록에 이엘리야까지 그 캐스팅만 보면 어딘가 달달하고 밝은 멜로의 맛을 기대하게 한다. 여기에 이어지는 대한제국과 황실이라는 가상 설정은 이 드라마가 어딘지 <궁> 같은 느낌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예측은 첫 회 몇 분만 봐도 여지없이 깨져버린다. 장나라, 최진혁이니까 혹시나 했던 마음은 역시나 김순옥 작가였다는 새삼스러운 ‘확인’에 이르게 된다. 자극적인 밀회 장면과 살인, 폭력 그리고 궁 내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전형적인 암 유발 캐릭터 등등 <황후의 품격>은 김순옥 작가 하면 떠오르는 작품세계를 전형적으로 드러내준다.

대한제국 황제로 등장하는 이혁(신성록)은 두 얼굴을 가진 캐릭터로 이 자극적인 전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배려심 깊은 황제지만, 아들과 권력에 집착하는 태후 강씨(신은경)와 미묘한 긴장관계를 가지면서, 황제의 비서인 민유라(이엘리야)와 밀회를 즐기는 인물이기도 하다. 마필주(윤주만) 같은 개인 해결사를 두고 자신에게 문제되는 일들을 깔끔하게 처리하도록 지시하기도 한다.



첫 회의 자극적인 전개는 민유라가 자신을 거둬 키워준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엄마임인 분명한 백도희(황영희)를 돌로 내려치는 장면이다. 이혁을 어떻게든 자신의 남자로 만들려는 민유라의 욕망을 가로막으려 하다 변을 당하는 것. 돌에 맞고 비틀대며 도로로 나가다 마침 달리던 이혁의 차에 받혀 쓰러진 백도희는 그래도 숨이 붙어 있었지만 민유라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길바닥에 유기하는 잔인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뺑소니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뮤지컬 배우인 오써니(장나라)를 민유라는 알리바이로 이용하려 한다. 그 시각에 오써니의 뮤지컬을 보고 있었다고 대대적인 언론플레이를 한 것. 마필주는 뺑소니가 벌어진 곳의 CCTV 흔적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사라진 엄마를 찾는 나왕식(태항호)마저 총으로 쏴 물에 빠뜨린다.



이혁이 오써니의 뮤지컬을 보러와 주고 뒤풀이까지 참여해준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연인처럼 알려지게 되고, 이혁과 민유라가 가까워지는 걸 꺼려한 태후 강씨는 의도적으로 오써니를 초대해 이혁과 사귀는 연인으로 공표하기에 이른다. <황후의 품격>이라는 제목에서 말하는 황후는 결국 오써니가 될 것으로 보이며, 그가 이 막장에 가까운 궁에서 어떤 ‘품격’을 보일 지가 향후 전개될 이야기들이다. 또 죽은 줄 알았던 나왕식이 살을 빼고 돌아와 복수를 하는 전형적인 김순옥표 복수극도 빠지지 않는다. 점을 붙이는 대신 살을 빼고 돌아왔다는 게 다를 뿐.

단 4회 분량 속에서도 이야기 전개는 이미 과하다는 느낌을 준다. 빠른 전개는 그래서 자연스러운 속도감보다는 과하게 이야기를 엮는 데 더 집중되어 있다. 과연 향후 전개는 어떨까. 오써니 역할의 장나라가 이제 황후로 서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끌고 갈 것이고, 살을 뺀 나왕식 역할의 최진혁이 복수극의 서곡을 보여줄 것이다. 장나라와 최진혁은 과연 이 과한 이야기들에 어떤 안정감을 부여할 수 있을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청률은 가져갈 수 있을지 몰라도.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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