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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는 왜 연예인들에게 1인 크리에이터가 되라고 하나
기사입력 :[ 2018-11-23 15:03 ]


‘가로채널’·‘날보러와요’ 연예인 1인 크리에이터, 성공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건 과연 연예인들의 개인방송일까, 아니면 개인방송의 형식을 가져온 또 다른 연예인 예능 프로그램일까. SBS <가로채널>에서 강호동은 이른바 ‘강하대(강호동의 하찮은 대결)’라는 개인방송을 보여준다. 길거리를 걸어가다 우연히 만난 어르신과 무작정 가위바위보 대결을 벌이는 식의 영상은 사뭇 개인방송의 그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조금 지나고 나면 이날 방송의 주요 이벤트로서 이종격투기 선수이자 예능인으로서도 맹활약하고 있는 김동현과의 ‘사소한 대결’이라는 게 드러난다. 김동현을 찾아가 대결을 벌이기 전 치열한 심리전을 펼치는 내용들이 이어지고, 드디어 본 대결로 제시된 입에 컵을 물고 원심력을 이용해 하는 이른바 ‘겁반던지기(컵으로 원반던지기)’ 대결이 펼쳐진다.

절대 입심으로 지지 않는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는 김동현과 역시 천하장사의 승부사 기질을 드러내는 강호동의 밀고 당기는 긴장감이 웃음을 유발하고, 막상 펼쳐진 대결이 생각보다 ‘하찮아’ 또 웃음이 터진다. 강호동보다 훨씬 멀리 컵을 던졌지만 원심력을 이기지 못해 선을 넘어버려 지게 된 김동현이 ‘먹물로 탁본을 하는’ 벌칙 수행을 하는 장면도 웃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여기서 슬쩍 의구심이 든다. 이건 어찌 보면 기존 지상파에서 꽤 많이 해왔던 예능 프로그램의 방식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연예인들이 대결을 벌이고 지는 자에게 벌칙을 주는 방식. 물론 개인방송에도 이런 소재가 시도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어딘지 우리가 1인 크리에이터들의 개인방송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런 사정은 JTBC <날보러와요>에서 조세호가 시도하고 있는 개인방송 ‘해주세호’에서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시청자의 사연을 받아 하루 그 시청자를 대신해 조세호가 그 역할을 하는 콘셉트의 이 개인방송은 보통 사람들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간다는 개인방송의 특징이 있지만 어찌 보면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에서 종종 시도되던 ‘대행 서비스’의 또다른 버전처럼 보인다.

최근 방송가는 SNS를 통해 급부상하고 있는 1인 크리에이터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1인 크리에이터들의 개인방송을 기존의 방송이 끌어안으려는 첫 시도를 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개인방송 트렌드가 최근 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가로채널>, <날보러와요>, <랜선라이프>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 중 <랜선라이프>는 다른 프로그램들과는 색깔이 다르다. 이미 최고의 1인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대도서관이나 윰댕, 밴쯔, 씬님이 사실상의 주인공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래서 1인 크리에이터 관찰카메라에 가깝다. 이미 SNS에서는 셀럽인 그들을 끌어와 그 일상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로채널>이나 <날보러와요>는 그 방향성이 다르다. 이 두 프로그램은 1인 크리에이터가 되려는 연예인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가로채널>을 들여다보면 도티 같은 성공한 1인 크리에이터는 주인공이 아니라 멘토로 등장한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개인방송을 성공시킬 수 있게 조언을 해주는.

이런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건, 현재 새롭게 치고 들어오고 있는 개인방송에 대해 기존 방송가가 느끼는 위기감을 말해준다. 일반 개인들이 연예인을 선망하던 시대가 있었다면, 이제는 연예인들이 오히려 개인방송으로 스타가 된 1인 크리에이터들을 선망하는 시대에 들어선 것.



하지만 <가로채널>이나 <날보러와요> 같은 연예인들이 시도하는 개인방송이 어느 정도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사실 개인방송을 보려는 시청자들은 그들과 다를 수밖에 없는 연예인들의 일상보다는 자신들과 비슷한 보통사람들의 일상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일상보다는 특별한 이벤트에 더 맞춰져 있고, 보통사람보다는 연예인에 맞춰진 이들 프로그램들이 어딘가 개인방송의 성격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두 프로그램 모두 1%대의 시청률을 내고 있다는 건 새삼스럽지 않은 결과다. 기존 방송가의 시청층에게는 낯설게 다가올 수밖에 없고, 이미 개인방송을 소비하고 있는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그것이 개인방송이라기보다는 기존 예능의 또 다른 버전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인방송이 실제로 성공하려면 그래서 거기에 걸맞는 스타탄생이 필요하다. 보통 사람이지만 들여다볼수록 시선을 잡아끄는 그런 인물.

연예인들이 개인방송 트렌드 속으로 들어오려는 건 그 위기의식이라는 점에서 이해는 되지만, 연예인들의 개인방송은 기존 방송과는 그 성격 자체가 다르고 그래서 그 한계도 분명하다는 걸 먼저 인식해야 한다. 이들 프로그램의 출연자인 연예인들도 또 그들을 세워 개인방송을 담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들도.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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