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봐도 다 알 수 있는 ‘하나뿐인 내편’, 장점일까 단점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솔직히 말하면 KBS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을 빠짐없이 챙겨보진 못했다. 하지만 가끔씩 들여다봐도 그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그다지 큰 지장이 없었다. 이건 이 드라마의 장점일까 아니면 단점일까.

50부작 드라마라는 걸 감안하면 새로운 시청층의 유입이 쉽다는 점에서는 장점일 게다. 굳이 처음부터 다 챙겨봐야 이해될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라는 뜻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설렁설렁 봐도 이해된다는 건 그만큼 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한 마디로 설명하면 신데렐라 딸과 장발장 아빠의 만남으로 정리될 수 있다.

급성심장병으로 쓰러진 아내의 수술비를 마련하려다 우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게 된 아빠 장발장 강수일(최수종). 그의 딸 김도란(유이)은 친동생처럼 지냈던 동철(이두일)이 맡아 기른다. 그런데 동철의 아내 소양자(임예진)와 그 친딸 김미란(나혜미)이 대놓고 김도란을 업둥이라며 구박한다. 동철이 사망하자 소양자와 김미란은 김도란을 집에서 내쫓아 버린다.



그랬던 소양자가 이제 김도란이 재벌남 왕대륙(이장우)과 결혼허락을 받자 다시 그 계모 본색을 드러낸다. 대놓고 자신과 미란의 ‘생활대책’을 마련하고 김도란을 데려가라 말하는 것. 심지어 소양자는 왕대륙의 엄마 오은영(차화연)을 만나 대놓고 돈 얘기를 꺼낸다. 마치 딸 팔아먹는 계모처럼. “저랑 도란이 동생 살 방도가 없는데 어떻게 생활대책 세워주실 거냐. 도란이 우리집 가장이다. 사부인 댁에서 우리 도란이 데려갈 거면 그동안 키워준 값은 해주고 데려가셔야 한다.”

이 한 대사만 봐도 그가 이 드라마의 뒷골 잡게 만드는 ‘신데렐라 계모’ 캐릭터라는 걸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게다가 소양자는 거기서 하지 말아야할 말까지 꺼내놓는다. “요즘 애 하나 키우는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지 아냐. 도란이 업둥이로 우리 집에 들어와 먹이고 입히고 대학교까지 투자했다. 이제 겨우 돈 벌어 오기 시작했는데 홀랑 시집가버리면 어쩌냐.” 김도란이 업둥이라는 사실을 저도 모르게 입 밖에 내놓은 것.

그 사실은 그잖아도 이 결혼을 반대하는 오은영에게 좋은 빌미가 됐다. 그 사실을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알리는 대목에서 이 드라마가 그간 어떤 갈등들을 담았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뻔한 설정이지만 김도란과 왕대륙이 서로 가까워지지만 그걸 반대하는 오은영의 이야기와 그 오은영이 김도란에게 헤어지라고 말하는 장면, 그리고 좋아하는 남자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왕대륙을 멀리하려는 김도란, 그럼에도 그 사실을 알아채고 나서서 결혼승낙을 받아내는 왕대륙의 이야기 등등...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우리네 신파와 혼사장애 코드로 버무린 데다, 강수일이라는 장발장 아빠가 출생의 비밀을 숨긴 채 딸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상황들이 더해진다. 결혼승낙을 받았다는 소식에 너무나 기뻐 김도란을 찾아가 꽃다발까지 전하며 눈물까지 보이는 아빠 강수일. 하지만 소양자의 만행(?)에 분개해 그를 찾아가 “어떻게 엄마가 돼서 키워준 값을 달라고 하냐. 친정엄마라는 사람이 그러면 김비서님 입장이 뭐가 되냐”고 분노하는 장발장 아빠.

사실 아무런 부담 없이 주말 시간을 때우는데 이만큼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도 없다. 어디선가 봤던 설정들이 반복되고 있어 그다지 몰입하지 않고도 이야기의 내용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다. 신데렐라가 구박을 벗고 왕자님과 사랑이 이뤄지길 기대하는 마음과, 신분을 속이며 살아가는 장발장 아빠가 정체를 드러내고 신데렐라 딸과 만나길 기대하는 마음이 이 드라마의 뻔해도 강력한 동인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편안함이 반드시 장점은 아닐 게다. 그건 어쩌면 드라마의 퇴행과 코드의 반복을 말해주는 것이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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