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닷 후폭풍, 빚투에 대처하는 연예인에 대한 대중정서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마이크로닷 부모의 사기 사건으로 불거진 연예계의 ‘빚투’(미투운동에서 따온 빚too)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충북 제천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히고 뉴질랜드로 도주한 그 사건에서 대중들의 공분을 산 건 마이크로닷이 “사실무근”이라며 “법적대응”까지 하겠다 말한 대목이었다. 결국 피해자들의 진술이 이어지면서 사실이 밝혀졌고 마이크로닷은 공식 사과를 하게 됐다. 또한 출연 중인 방송에서 모두 하차했고, 이미 찍어놓은 방송은 최대한 편집을 함으로써 사실상 마이크로닷은 방송가에서 지워진 인물이 되었다.

심지어 마이크로닷의 큰아버지까지 당시의 피해상황을 증언했다. 연대보증을 서서 2억을 물어줬다는 것. 당시 마을은 그 사기사건으로 “엄청 많이 망가졌다”고 했다. 하지만 SBS <본격연예 한밤>에서 담은 큰아버지의 인터뷰 내용 중에는 주목할 만한 게 있었다. 그건 부모의 잘못은 잘못이지만 그것이 아이의 잘못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 “아버지가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다. 재호(마이크로닷)는 자기 아버지가 야반도주를 했는지 동네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쳤는데 다섯 살짜리 아이가 뭘 아냐. 사기꾼 아들이다 해서 이건 너무 하지 않나. 재호가 죄 지었냐.”

이 진술이 말하는 것처럼 부모의 잘못을 자식에게 지우는 것 자체는 대중들도 그리 온당한 일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사안이 터졌을 때 당사자가 한 대처 방법이 건드린 대중정서다. 본인은 잘못이 없을지 모르지만 연예인으로서 대중들이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생각했다면 ‘사실무근’이니 ‘법적대응’이니 하는 대처가 무엇을 건드렸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게다. 대중들이 이 빚투 사안에서 예민하게 느끼는 건 ‘상대적 박탈감’이다. 그간 수십 억씩 돈을 번다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와 자랑하듯 말했던 그들이 별거 아닌 액수처럼 말하는 빚(실제로 서민들에게는 큰 액수지만)이 피해자들에게는 엄청난 액수일 수 있다는 것.



이런 정서를 잘 드러낸 건 도끼의 어머니로 이어진 빚투 폭로 사건이다. 도끼의 어머니가 동창으로부터 1천여만 원을 빌렸지만 지금까지 갚지 않고 잠적한 상태라는 주장이 나온 것. 피해자는 민사소송을 진행해 법원의 판결까지 받았지만 아직 도끼의 어머니는 빚을 갚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이 사안도 어찌 보면 부모의 잘못이지 도끼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해명의 태도가 도끼의 발등을 찍었다. 자신은 마이크로닷과 같이 엮지 말라면서 “1천만 원은 한 달 밥값밖에 안 되는 돈”이라는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게 문제가 된 것이다.

결국 도끼는 지난 27일 피해자와 만나 빚을 변제하고 원만히 합의를 하게 되었다. 피해자 측도 도끼가 “정중한 청년”이라며 “감사하다”며 “그의 앞날을 응원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렇게 사안은 마무리되었을지 몰라도 “한 달 밥값”이라는 그 한 마디는 대중들에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간 자신의 부유함을 스웨그로 드러내면서 그 자체도 호평을 받았던 도끼지만 이번 빚투 사건으로 향후 그의 이런 모습을 스웨그로 받아들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비에게도 빚투 폭로가 이어졌다. 한 네티즌이 1988년 비의 부모가 자신의 부모님에게 빌려간 돈을 갚지 않았다고 어음 사본 사진을 공개한 것. 하지만 비의 대처는 조심스러웠다. “빠른 시일 내에 당사자와 채무 사실관계 유무를 확인한 후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한 것. 대중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물론 비의 소속사 대표와 부친이 피해자 측과 만나 대화를 하려 노력했으나 정확한 자료 확인도 없이 모욕적인 폭언과 1억 원의 합의금을 요청해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지만 이에 대해서도 대중들은 어느 정도 수긍하는 눈치다.

빚투 폭로는 마마무의 휘인, 배우 차예련 등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요한 건 똑같이 부모의 잘못으로 생겨난 사안들이지만 그에 대한 대처에 따라 대중들의 반응도 다르다는 점이다. 결국 빚투 폭로 그 자체보다 그 대처방식에 대해 대중들이 공분하는 건 거기서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좀 더 피해자의 입장과 서민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빚의 액수를 떠나 보다 정중한 대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그 대처 속에서 그 연예인 당사자가 가진 대중들에 대한 생각이 부지불식간에 드러날 수 있어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킹스엔터, 레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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