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혼’이 담은 적당한 거리의 관계, 그 가치와 의미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이 종영했다. 시청률은 4%대(닐슨 코리아)로 아쉽게 마감했지만 여운만큼은 그 이상이다. 우리가 드라마 속에서 흔히 봐왔던 결혼과 이혼의 이야기를 이처럼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낸 경우가 그리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회에 이르러 진유영(이엘)과 이장현(손석구)은 드디어 결혼에 골인했지만, 조석무(차태현)와 강휘루(배두나)는 결혼 대신 좀 더 두고 보는 쪽으로 택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 커플은 결혼을 했고 다른 한 커플은 이혼한 채이지만 두 커플은 모두 저마다의 행복에 이르렀다. 결혼이 해피엔딩의 전제가 아니듯, 이혼도 새드엔딩의 전제가 아니라는 걸 이 드라마는 보여줬다. 결국 진짜 해피엔딩은 결혼이든 이혼이든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는 거라는 것.

그간 우리네 많은 드라마들이 ‘결혼’을 최종 목적지로 삼아왔다는 걸 떠올려보면 <최고의 이혼>은 이런 생각에 대한 ‘도발’이나 다름없었다. 이혼으로 시작을 하고 그렇게 헤어진 부부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다 보니 드디어 자신들이 해왔던 결혼생활의 문제들을 발견한다.



시시콜콜 자신의 기준에 맞춰 상대방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만 정작 상대방이 뭘 좋아하고 꿈이 뭔지는 몰랐던 조석무가 그렇고, 그런 무심함에 상처를 입었지만 자신 역시 남편의 꿈이 뭔지는 몰랐던 강휘루가 그랬다. 그저 한 사람에게 안착하는 걸 두려워하며 굴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하며 이 여자 저 여자와 만났던 이장현이 그렇고, 어린 시절 난봉꾼이었던 아버지와 그래도 그를 기다리곤 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남편의 잘못도 그저 감수하며 살아왔던 진유영이 그랬다.

하지만 서로 이혼해 조금 떨어져 상대방을 바라보고 또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이들은 비로소 그 관계가 가진 문제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떨어져 지내면서 자신이 또한 배우자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를 새삼 발견한다. 강휘루는 사건 뉴스를 보다 그 피해자가 조석무가 아닐까 하는 걱정에 한 달음에 그의 집으로 달려가고, 조석무는 갑자기 강휘루가 떠나게 된 해외 출장에 그를 좋아하는 출판사 사장이 있다는 사실에 질투와 불안함을 느낀다. 이장현은 자신의 잘못이 ‘선택’과 ‘포기’를 하지 않은 거라는 걸 알며 변하겠다고 진유영에게 말함으로써 그 진심을 전한다.



<최고의 이혼>이 좋은 드라마였다는 건, 지금 시대에 맞는 관계를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점이다. 결혼이나 이혼에 얽매이기보다는 진정한 관계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걸 이 드라마는 말해줬다. 결혼해서 마치 내 것처럼 가까워지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결혼을 했다고 해도 개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그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이것은 부부관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현재의 사회 속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오래도록 가족주의의 틀을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에서까지 당연하다 여기며 살아왔던 우리들은 이제 저마다의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를 배워나갈 필요가 있다. 너무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거리가 필요하고, 그 사이를 공감과 소통으로 채워나갈 때 관계의 진정한 행복에 다다를 수 있다는 걸, <최고의 이혼>은 이혼과 결혼을 겪는 커플들의 관계를 통해 그려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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