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맛’ 시리즈는 소리 없는 강자임에 틀림없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조선의 ‘맛’ 시리즈는 소리 없는 강자다. SBS 출신 서혜진 PD가 이적해 만들었는데 SBS에서 히트시키고 나온 <동상이몽2>와 비슷한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하는 관찰예능 시리즈다. 특히 <아내의 맛>은 부부관계를 중심으로 가족 예능을 풀었다는 점에서 <동상이몽2>와 매우 흡사하다. 후발 주자인 <연애의 맛>은 과거 MBC의 간판 브랜드 중 하나였던 <우리결혼했어요>의 관찰예능 시대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두 프로그램, 특히 <연애의 맛>이 보여주고 있는 시청률 그래프와 반응이다. 채널 호감도가 상당히 낮고, 예능 시청자들에게 인지도가 매우 떨어지는 채널이기에 첫 방송 시청률은 저조하게 출발했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계속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애의 맛>의 경우 겨우 1% 넘기는 시청률로 시작해 4% 중반으로 치솟았다. 이 수치는 동시간대 공중파 예능을 모두 제친 것은 물론, 장안의 화제 프로그램 <도시어부>마저 앞지른 기록이다.

단순히 눈에 드러나는 시청률 추이로만 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평하는 것이 아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시청률의 상승과 프로그램 내에서 고조되고 있는 감정선이 비례한다는 점이다. 이야기가 재밌기에 시청자들이 몰입하고, 그 입소문이 더욱 더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오는 중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스토리라인의 핵심이 바로 ‘리얼 월드’다.



<연애의 맛>은 제작진이 솔로 중년 남자 연예인들의 이상형을 매치해주고, 100일간 연애하며 사랑을 찾는다는 지극히 예능 방송다운 울타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11회 차를 맞이한 지금, 출연진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지만 실제 연애를 한다고 밝힌다. 김종민 커플은 방송 내에서 공개연애를 선포하며 이 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고, <라디오스타>에서 나와서 자신의 마음을 전한 이필모네 커플도 연인 관계로 이어지며 달달한 연애 감정이 매회 최고치를 찍고 있다. 뒤늦게 합류한 구준엽 또한 이제 막 설레는 고백을 했다.

연애의 하이라이트는 언제나 고백 전후다. 상대방 마음을 모르기에 애타는 마음, 서로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설렘은 연애감정의 대표적인 이미지다. <연애의 맛>은 바로 이런 리얼한 감정을 카메라 안에다 붙잡는다. 물론, 김장을 한다거나, 일본여행을 가서 이벤트를 하거나, 행사 무대에 전격 오르는 등 대부분의 상황들이 방송용 볼거리를 위해 조율된 에피소드지만 실제 연애 진행 과정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과연 <트루먼쇼>가 20년 만에 재개봉할 만한 시대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긴가민가하며 리얼과 방송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재미보다, 그들이 키워가는 진짜 연애 감정에 본격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그전까지 <우결>, <님과 함께>처럼 연예인들의 연기를 통해 판타지를 대리만족하거나 <짝>,<선다방>처럼 일반인 출연자들이 벌이는 특수한 상황에 몰입을 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차원이다. 여성 측의 면면도 터무니없는 외모지상주의나 연예인 지망생 차원이 아니라 보다 그럴듯하다. 이 지점이 또 하나의 포인트다. 지금까지 관찰예능이 일상을 드러내는데 포커스를 맞췄던 것을 넘어서 연애감정이 싹튼 남녀 관계를 중계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여기서 연애 감정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엄청난 스펙의 일반인 출연자들이 무한 썸과 복잡한 러브라인을 타던 채널A <하트시그널>시리즈에서 알게 모르게 받은 영향이 보인다. <하트시그널>의 몰입과 진정성을 이끌어낸 요소는 부러움과 리얼리티다. 어떤 올바름이나 착한 태도보다는 선망하는 대상들의 솔직한 감정에서 판타지를 창조했다. 기본적으로 나름 훌륭한 커리어를 가진 띠 동갑에 가까운 나이 차가 나는 여성을 매치한 것도 이런 차원의 전략인듯 싶다.



이제 구준엽까지 고백하면서 제작진의 설정한 가상의 울타리는 대부분 벗어났다. 어느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혜진 PD는 “제작진은 그저 출연진의 만남이 계속되고, 이들에게 방송에 대한 의사가 있는 한 촬영을 계속할 뿐. 만약 그만하겠다면 거기서 끝이다. 모든 상황이 오픈돼 있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물론 그냥 촬영일만 잡고 따라다닌다는 뜻은 아니겠으나 스튜디오MC 최화정도 강변했듯 제작진이 주도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말이다. 만약 모든 것이 큰 틀의 각본대로 움직인 거라고 해도 이 정도로 판을 벌였다면 이미 성공이다.

오늘날 예능 방송의 진정성은 프로그램 안이 아니라 밖에서 만들어진다. 연애 정서를 예로 들자면 <불타는 청춘> <나 혼자산다>가 그런 케이스다. <연애의 맛> 또한 미각을 마비시키는 초자극적인 양념이었는지, 재료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진국이었는지는 <연애의 맛> 이외의 무대에서 밝혀질 것이다. 결론이 어찌되었던 <연애의 맛>이 품고 있는 연애 감정의 농도만 놓고 보더라도 관찰예능 시대 시청자들의 구미에 걸맞은 연애 예능임이 틀림없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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