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따뜻함을 담은 가장 착한 예능 ‘전참시’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다니엘 헤니 편에서 출연자들이 놀랐던 것 중 하나가 매니저와 연기자의 수평적인 관계였다. 친구처럼, 사업 파트너처럼 함께하는 두 사람의 관계에 상하 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고 배우와 매니저는 각자의 업무로 구분되는 직업일 뿐이었다. 현재 <전지적 참견시점>에서 유병재와 매니저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그런데, LA까지 가서 이런 모습을 신선해하며 꽤 비중 있게 다루고, 유병재와 그의 매니저를 특별하고 재미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이미 우리 사회에 진하게 배어 있어 눅진한 기름기가 느껴졌다.

홀로 장을 보거나 산책을 하다 파파라치 사진을 찍히는 헐리웃이나 유럽의 스타들과 달리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 연예인들은 일상에서부터 의전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연예인은 보이는 직업이라 그럴 뿐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바로 이 지점을 무대로 삼는다. 기획의도 속에 이런 문화를 계도하기 위한 메시지가 있는지 을의 소소한 반격을 기대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나라 연예계 특유의 과도한 의전 문화와 연예인은 작은 사회의 왕이고 매니저는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아랫사람이라는 봉건적 신분제를 당연시한다는 점에서, 심지어 재미를 만든다는 점에서 거북한 면이 있었다.



또한 굉장히 철저하게 기획된 관찰예능이기도 했다. 일단 지켜본다기보다 이미 캐릭터를 확실히 잡고 그에 따른 에피소드만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유병재나 신현준은 비교적 수평적인 관계를, 박성광과 송이 매니저는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산 생활이 익숙해진 이승윤은 세련된 매니저의 도움을 받는 관계를, 이영자의 경우 가장 일반적인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지만 점차 서로 거리를 좁혀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전참시>가 1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삶의 모습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캐릭터와 관계, 상황이 타인을 배려하는 풍경 속에 있다. 우리 사회가 퍽퍽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래도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점을 부각하다보니 그 어떤 예능보다 건전하고 긍정적인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전참시>가 보여주는 착한 세상의 기본에는 서로를 위하는 마음, 배려가 있다. 방송으로만 보면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출연진 중에 꼬인 사람이 없다. 대표적인 예가 인지도를 확장한 박성광이다. 긍정적인 이미지로 새로운 활력을 얻은 박성광의 해피스마일은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 사회 초년생을 이해하고 끌어주려는 선배의 마음이 빚어낸 캐릭터다. 마찬가지로 유명인이 된 송이 매니저의 경우, 시청자들이 잘됐으면 하며 응원을 하고 싶게 만드는 순수함과 열정, 그리고 센스가 있다. 박성광은 이를 두고, 이미지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놀리긴 했지만 말이다.



최근 합류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나는 자연인이다>의 이승윤도 마찬가지다. 서로 의지하면서 배우고 나아가는 모습만 보일 뿐 이승윤에게서 소위 말하는 상전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지켜본 다음 스카우트 한 매니저답게, 서로를 위하는 하나의 운명공동체가 되어 각자 맡은 바를 열심히 하는 모습이 박성광네처럼 응원하고 싶은 모습을 연출한다. 송은이와 전현무를 비롯해 베테랑 방송인들이 대거 포진한 스튜디오에서는 이런 모습을 중점적으로 포착해 시청자들에게 증폭해 전달하고 해설한다.

지난 방송에서 이영자는 군부대를 찾아가 강연을 했다. 당연히 먹방과 맛집 데이터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답게 장병들을 위해 군대에서 맛보기 힘든 떡볶이와 순대를 넉넉히 준비해가서 배식했다. 그런데 단순히 이런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는 먹는 이야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륜이 묻어나는 강연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에 또 한 번 울림을 줬다. 이영자는 자신의 젊은 시절 콤플렉스를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 빗대어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히지 말자는 강연을 했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내어놓는 게 부담스럽지만 젊은 사병들이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보다 쉽게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며 강연 주제의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이영자의 강연은 <전참시>가 가진 착한 예능의 모습을 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강연 자체의 울림과 짜임새도 훌륭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이런 긍정적인 태도가 <전참시>가 가진 진정한 인기 요인이다. 선입견을 갖고 보기 시작했고 여전히 가끔은 살짝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오늘날 <전참시>의 고공행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다. 이제 일반적인 연예인과 매니저의 수직관계를 보여주는 경우는 없다. 순수하고, 배려심 깊은 착한 캐릭터들만이 등장한다. 현재 방송중인 모든 예능 중 감히 가장 착하고 밝은 이미지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른바 세상을 밝게 바라보자는 건전가요 같은 예능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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