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땐뽀걸즈’, 원작 다큐의 큰 감동 이어갈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스페셜]이 2017년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땐뽀걸즈>는 댄스스포츠에 도전하는 거제여상 학생들의 이야기로 큰 감동을 선사했다. 조선 산업의 불황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뒤덮인 거제라는 지역을 담고 있지만, 포스터에 담겨진 소녀들은 금방이라도 하늘 위로 날아오를 것처럼 경쾌한 포즈로 풋풋하고 상큼한 미소가 피어났다. 거제의 그 어두운 그림자와 대비되면서 소녀들의 경쾌한 댄스와 미소는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는 결코 웃음을 지을 수 없는 소녀들의 현실이 깔려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조선소 취직을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 된 소녀들에게 대학이나 꿈같은 것들은 배부른 고민이 된 지 오래다. 게다가 조선 산업이 불황이 되면서 지역 경제도 휘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관심을 가질 만큼 꿈을 키워주는 곳도 아니기에 9등급을 전전하고 그래서 학교도 오는 둥 마는 둥 했던 소녀들이지만, 이들의 일상을 바꿔놓은 게 있었으니 그게 바로 땐뽀(댄스스포츠)였다.

거제여상의 이규호 선생님의 강권으로 들어오게 된 땐뽀반 소녀들은 비로소 잃었던 웃음을 찾는다. 댄스를 하며 점점 자신의 몸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통해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삶의 즐거움을 얻어간다. 무슨 큰 돈 번다고 아이들을 위해 사비를 기꺼이 털어 저녁밥에 고기를 직접 구워주고, 간식까지 늘 챙겨주며 아이 하나하나의 가정까지 들여다보려 애쓰는 이규호 선생님은 동료 교사와 술 한 잔을 나누며 교사란 어떤 존재인가를 말한다. “승진하려고 교사하는 거 아니지 않냐. 춤으로 학교 재미있게 다니는 학생들이 있다.”



그가 땐뽀반을 20년간 방과 후 활동으로 한 이유는 그렇게라도 학교 오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졸업장이라도 받게 해주려는 것이고, 혹여나 나중에 중년이 되면 이 때 배웠던 댄스를 추억으로 삼을 수 있게 해주려는 것이었다. 병원에 입원한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는 소녀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거제의 경제상황이 나빠져 상경해 요리학원에 다니며 창업을 준비하는 아빠와 떨어져 홀로 지내는 소녀의 든든한 어른으로 서 주는 선생님. 어찌 보면 모두가 방치하고 있는 듯한 소녀들을 포기하지 않고 챙기는 이규호 선생님의 그 선한 미소가 주던 서늘한 감동이 이 다큐가 가진 힘이었다.

워낙 실제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 큰 지라 이를 각색해서 스토리화한 드라마 <땐뽀걸즈>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첫 회 방영된 <땐뽀걸즈>는 김시은(박세완)이라는 소녀를 중심으로 박혜진(이주영), 양나영(주해은), 이예지(신도현), 김도연(이유미), 심영지(김수현) 같은 신입 땐뽀반 아이들이 이규호 선생님(김갑수)을 만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다큐와 살짝 차이가 느껴지는 건 김시은의 엄마로 조선소에서 일하는 박시영(김선영)이 전해주는 거제의 현실적인 상황들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파업에도 참여했다 해고되어 비정규직으로 들어온 그는 땐뽀반 아이들이 가진 현실적 상황을 에둘러 보여준다. 그리고 또 하나 큰 차이는 권승찬(장동윤)이라는 남자 아이가 땐뽀반에 들어오려 한다는 설정이다. 아무래도 드라마로서 청춘의 풋풋한 로맨스가 빠질 수 없었기 때문일 게다. 물론 대부분 소녀들의 이야기라 남성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든 필요했을 것으로도 보이지만.



아직까지 이 이야기의 핵심이랄 수 있는 이규호 선생님의 남다른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등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댄스스포츠를 통해 아이들에게 잃고 있던 희망을 주는 존재로서 이규호 선생님의 이야기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과연 <땐뽀걸즈>는 원작 다큐의 감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발랄한 댄스가 주는 상큼함과 그 이면에 느껴지는 삶의 무게가 병치되면서 만들어낼 뭉클한 감동을.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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