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빈의 인기, ‘예상대로’ 영화에서는 안통해
- 이번 주 <사랑이 무서워>와 <월드 인베이젼>의 ‘혈투’ 전망
- 지난 주 <혈투>와 <더 브레이브> 예상보다 더 망가지다

[오동진의 미리보는 박스오피스] 지난 한 주 극장가의 화제는 <혈투>와 <더 브레이브>였다. 작품 내용 때문이 아니다. 더더욱 흥행이 잘되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두 작품 모두 처절할 정도로 흥행에서 ‘망가졌다.’

<혈투>는 전국 200개 스크린을 넘게 개봉됐지만 관객은 불과 1만명을 웃돌았다. <더 브레이브>는 스크린을 아예 낮게 잡았다. 전국 비상업영화관과 예술영화전용관을 중심으로 68개관에서 개봉됐다. 그래도 그렇지 1만명이 채 들지 못했다.

영화 흥행에서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유독 이 두 작품 가지고 못살게 굴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한 작품은 <나는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의 시나리오 작가로 요 근래 비교적 유명세를 떨쳤던 박훈정 감독의 데뷔작이다. 또 한 작품은 그래도 명색이, 얼마 전 끝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물경 10개 부문이나 후보에 올랐던 영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흥행이 대박이 나고 제작사나 수입사 모두에게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 올 것’이라고 예상했던 극장가 호사가들은 많지 않다. 그래도 그렇지, 두 작품 모두 1만명 안팎의 관객으로 시장에서 조기에 퇴출될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혈투>는 관객들이 시선을 잡아 챌 ‘포인트’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감독의 네임 밸류는 어쩔 수 없이 아직 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감독이 시나리오 작가로서 성공했던 바탕만을 믿음으로 밀고 나간 구석이 있다. 그에 따라 캐스팅 구성도 애매했다. 연기들은 잘하는 배우지만 박휘순, 진구, 고창석의 조합만으로는 웬지 ‘실험적인’ 영화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영화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사전에는 잘 알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관객들이 ‘어렵게’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더 브레이브>는 아예 코헨 형제감독 영화라는 점이 불편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래서 부당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코헨 형제 영화는 언제부터 우리 관객들이 ‘철학적’으로 느낀다. 비평 측에서 코헨 형제감독을 지나치게 작가주의 감독으로 띄워 놓은 결과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골치아픈 세상이다. 요즘 관객들에게서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은 어려운 영화는 ‘결코’ 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혈투>와 <더 브레이브>의 참패는 그런 세태를 반영한다.



군 입대 전에 CF를 거의 열편 가까이 찍는 등 인기가 최절정이라느니, 어쩌느니 해도 영화는 조금 다른 차원이다. 현빈이 출연한 <만추>와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동반 추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개봉한 <만추>는 누적 관객수가 82만명 쯤이다. 훌륭한 작품이었다. 이 영화를 만든 김태용 감독은 우리에게 귀중한 감독이다. 82만명까지 오느라고 고생한 측면이 너무 많다. 문제는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이 200만명 수준이라는 점이다. 영화를 투자하고 제작한 M&FC와 보람영화사 모두 쉽지 않게 됐다.

이윤기 감독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전국 100여개 스크린에서 가까스로 4만명을 모았다. 적어도 10만명은 모아야 이기는 싸움이었다. 현빈의 인기는 당초부터 영화에서는 안먹힐 것이다, 오히려 부작용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 예상만큼은 적중했다.




이번 주 예상은?...

자,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이번 주의 흥행대결을 조금 지켜 볼 일이다. 관심을 가질 만한 작품, 의외로 흥행에서 ‘터질’ 영화들이 적어도 세편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창정과 김규리(김민선)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사랑이 무서워>가 그 첫번 째이고 외계SF블록버스터 <월드 인베이젼>이 또 한편이며, 이번 아카데미에서 남녀조연상을 휩쓴 권투영화 <파이터>가 마지막 작품이다. 이 세 작품을 굳이 양자 대결 구도로 압축하면 <파이터>는 좀 빠질 듯 싶다. 적어도 개봉 첫주 대결은 <사랑이 무서워>와 <월드 인베이젼>의 싸움이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사랑이 무서워>는 임창정의 ‘찌질남’ 연기가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관객들은 ‘자기 같은’ 캐릭터를 사랑한다. 요즘 사는 게 모두들 ‘찌질’할 수 있다. <사랑이 무서워>는 예고편을 통해 영화가 갖고 있는 코미디를 비교적 올바로 홍보해 냈다.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다. 최소 1백만 관객은 보장될 것이다. 지난 연말에 개봉된 차태연 주연의 <헬로 고스트>가 약 300만명의 관객을 모은 것과 비슷한 흥행 트렌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대박이라는 얘기다. <월드 인베이젼>은 마치 <인디펜던스 데이>를 연상시키는 영화다. 그 영화가 나온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다시 한번 이런 류의 영화가 화제를 모을 가능성이 높다. <월드 인베이젼> 역시 1백만 관객은 떼 놓은 당상인 작품이다.

<파이터>는 예상치를 선뜻 내놓기가 다소 불편한 작품이다. 속되게 말해서 쪽박 아니면 대박인 작품은 이런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권투영화는 일단 여성관객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여성들 상당수가 스포츠 중에 권투를 가장 싫어하기 때문이다. 만약 <파이터>가 제목처럼 권투영화로만 입소문이 나면 잘돼야 10만에서 끝날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족영화나 휴먼드라마로 얘기가 퍼지면 관객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다. 그건 예전의 <밀리언달러 베이비>가 증명한 바 있다. 하여, 며칠 안 남은 개봉일정이지만 수입사가 마지막까지 이 영화를 어떻게 홍보하느냐에 따라 흥행결과가 결정될 것이다. 아카데미에서 상을 탄 작품이다. 아카데미가 괜히 상을 주는 건 아니다. 그 의미가 국내 개봉과정에서도 잘 살아나기를 바랄 뿐이다.


칼럼니스트 오동진 ohdjin@hanmail.net


[사진 = 영화 ‘혈투’, ‘만추’, ‘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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