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부해’ 김풍, 아마추어라 더 과감할 수 있었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여기 앞에 나온 음식은(레이먼 킴의 음식) 너무나도 완벽한 연주와 노련한 연주를 하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뮤지션의 음악 같았고, 이 음악은(김풍이 만든 음식) 갓 나온 신인 뮤지션인데 개성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계속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런 음식이었던 것 같아요.”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2018년 정규리그의 대미를 장식한 건 김풍과 레이먼 킴의 대결이었다. 파를 특히 좋아한다는 윤도현의 요청에 따라 파를 이용한 요리 대결에서 레이먼 킴은 파국수와 파무침을 내놓았고, 김풍은 파만두와 돼지껍질, 파채를 무친 베트남식 샐러드를 시도했다.

레이먼 킴의 음식은 누가 봐도 안정감 있었다. 파를 너무 좋아해 파 전문점을 낼까도 생각했다며 윤도현이 슬쩍 얘기한 파국수를 실제로 만들어 보였고, 안주로 무난할 듯싶은 파무침을 곁들였다. 요청사항을 정확히 맞춰 내놓은 진한 육수와 파향 가득한 국수 게다가 파무침을 얹어 먹는 그 음식의 조화는 역시 셰프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반면 김풍은 자신도 맛본 적이 없어 그 맛이 궁금하다는 요리를 실험적으로 시도했다. 양념을 해서 넣은 파를 내용물로 싸서 라이스페이퍼로 만든 만두는 처음에는 살짝 밑바닥에 타서 불안한 느낌을 주었으나 윤도현은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맛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부분이 고소했고 안에 넣은 파에서 나온 진액 때문에 만두가 더 맛있었다는 것. 결국 윤도현은 김풍의 손을 들어줬다. 2018년 정규리그의 주역으로 샘킴 셰프와 공동 1위를 차지한 웹툰 작가 김풍이 서는 순간이었다.

어찌 보면 전문가들인 셰프들 사이에서 비전문가인 웹툰작가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오지만 그간의 과정들을 들여다보면 이게 그냥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것은 김풍이 다른 셰프들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점 때문이다. 누가 봐도 안 될 것 같은 실험적인 요리들을 계속 시도해왔다는 것.

그래서 실제로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안84는 김풍이 내놓은 음식에 “정말 맛없어요”라는 직설적인 혹평을 하기도 했다. 전문가이든 아니든 그런 혹평이 기분 좋을 리는 없다. 하지만 김풍이 기꺼이 그런 혹평을 들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모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건 본인이 아마추어라는 그 위치 때문이었다.



사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는 점점 흐려져 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방송 프로그램에도 그대로 스며들어 온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김풍도 그렇지만, tvN <수미네 반찬>의 김수미가 셰프들을 때론 혼내며 요리를 가르쳐주는 그 풍경을 떠올려 보라.

중요한 건 김풍의 이러한 아마추어리즘이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프로그램을 더 재밌게 만든 요인이었다는 점이다. 모두가 잘 하는 셰프들이고, 그들이 내놓은 음식들이 항상 일정한 질을 담보하며 그래서 호평일색으로만 흐른다면 프로그램이 가진 긴장감은 사라질 것이다. 김풍은 그 속에서 실패할 수도 있는 실험을 과감히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고, 이를 통해 셰프를 위협한다는 사실은 일종의 ‘메기 효과’도 만들어냈다. 샘킴과 함께 2018년 정규리그에서 공동 1위를 한 김풍이 보여주는 역설은 그래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작금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여겨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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