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옥탑방의 문제아들’, 왜 안 통할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파일럿 때부터 명백한 한계를 품고 있었다. 주말 저녁에 편성한 파일럿 시청률은 3~4%대로 동시간대 최저였다. 물론, 그럼에도 좋은 평가가 더 많았다. 김용만·정형돈 조와 송은이·김숙이 함께한다는 기대감, 그리고 ‘신개념 역발상 지식 예능 토크쇼’를 지향하며 가학적인 벌칙 없는 청정 예능이란 점에서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 앞에 ‘신개념’이란 수식어는 경고 표시와 같다. 기존의 방식을 대놓고 답습했다는 인장이기 때문이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뭉쳐야 뜬다> 시즌1 주축 멤버인 김용만·정형돈과 최근 가장 활발한 활약을 보이는 송은이·김숙 듀오에다 <아는 형님>으로 주가가 오른 민경훈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고 할 수 있지만, 상수동 옥탑방이든 성수동 반지하 방이든, 야식을 먹든 수다를 떨든, 시청자들과 접점을 찾기 힘든 퀴즈가 프로그램의 중심이란 점에서 필연적으로 요즘 예능의 재미와는 몇 발짝 떨어져 있다.



어려움 끝에 소리 소문 없이 종영한 MBC <뜻밖의 Q>는 자신들의 문제를 자체 진단한 바 있다. 스토리텔링의 부재, 지루함, 정서적 교감 부족 등이 주요 원인이라 지목했다. 정확하다. 이런 점들이 바로 오늘날 예능에서 퀴즈쇼가 가진 태생적 한계다. 예능 제작진 입장에서는 익숙한 경험이고, 캐스팅에 휘둘리거나 판을 크게 짜지 않아도 방송 콘텐츠를 만들기 가장 용이하면서도 효율적인 방식일 수 있겠지만, 시청자들에게 퀴즈를 푸는 연예인들을 지켜봐달라는 설득이 안 된다.

기상천외한 오답과 그 뒤에 짜릿한 정답과 신기한 상식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궁금하지 않다. 오늘날 예능은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매주 게스트를 부르는 토크쇼가 아니라면 다음 주를 기대하게 하는 스토리라인이 중요하다. 이야기들이 한 회 한 회 쌓여서 진행되는 선형적인 스토리라인을 갖는데, 캐릭터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과정에서 개발되고, 멤버들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고 발전된다. 리얼버라이어티 시대를 거쳐 관찰예능 시대에는 이렇게 형성되는 세계관이 보다 정교해졌다. 그래서 아예 연예인의 일상을 파고든다거나, 나영석 사단처럼 특정한 시공간에 울타리를 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예능이 널리 퍼지고 있다.



신기한 상식도 흥미롭지 않다.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개치네쒜’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다음 주를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삶에 도움이 되지도, 지적 호기심이 충족되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지나가는 상식이다. 이미 <알쓸신잡>과 <차이나는 클라스> 등의 보다 한 차원 높은 지적 욕구를 자극하는 콘텐츠들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퀴즈쇼가 교양 예능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이유다.

정답을 맞히는 긴장감도 <1대100>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방송 안에서 몇 푼 안 되는 야식을 걸든 퇴근을 걸든, 옆 방송에서는 실제로 매출과 인생이 달라지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마당에 긴장 유발 장치가 될 수가 없다. 오히려 고전적으로 일반인 참가자들이 거금의 상금을 목표로 경쟁을 벌이는 퀴즈쇼에 감정이입할 여지가 더 크면 크다. 다시 말해 퀴즈예능은 정답도, 누가 어떻게 풀어서 맞출지도 궁금하지가 않다. 문제를 맞추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이없는 오답들이 사실상 콘텐츠 요소인데, 그 차원이 너무 1차원적인데다 산발적이다.



물론, <옥탑방의 문제아들>의 설정에는 몇 가지 고민 지점이 있다. 스튜디오가 아니라 옥탑방에 모였다. 누가 퀴즈를 맞히는지 경쟁하고 벌칙을 주는 가학적인 부분은 제외했다. 편안 옷차림을 하고 수더분한 친구들과 방구석 수다를 떨 듯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합심해서 왁자지껄 문제를 풀고 야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밥블레스유>의 먹을 것 자리에 퀴즈가 있는 셈이다.

송은이의 콘텐츠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의 정서적 유대를 지향한다. 그러나 퀴즈라는 뿌리는 출연진들을 묶는 연결고리로 삼기도 어렵고, 시청자들과 관계 맺기에도 부족하다. 자막이나 편집도 착하고 소소하다. 옆 방송인 <골목식당>의 경우 적절한 자극도 가미하고 스윙스가 나왔다고 유튜브 감성으로 편집해 재미를 만드는 것과 달리 너무 착하고 여성스러우며 고전적이다. 퀴즈도 1시간 이상 지켜보고 다음 주를 기다릴 만큼 궁금하지가 않는데, 착한 예능이 주는 매력도 크지 않다.

퀴즈가 가진 예능적 요소는 오늘날 범주가 넓어지고 진화한 예능에서 매우 작아졌다. 인포테인먼트도 상식 퀴즈에서, 강연, 그리고 인사이트를 키워주는 대화나 여행으로 나아갔다. 가벼운 퀴즈쇼가 오늘날 시청자들에게 어떤 매력이 될 수 있을까. 옥탑방에서 풀지 못한 유일한 궁금증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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