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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주름잡던 톱 MC들, 예능 제작진에게 백기 투항하다
기사입력 :[ 2018-12-17 17:07 ]


2018년 예능 트렌드 - 대형 MC 시대의 종식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벌써 올 한 해를 돌아보는 시점이다. 2018년도에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예능 프로그램은 여전히 <미운 우리 새끼>와 <나 혼자 산다>다. 예능 중 유일하게 20%대를 넘나드는 <미우새>는 세대를 막론한 인기를 누리며 최근 최고 시청률을 또다시 경신했고, 젊은 감각으로 관찰 예능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나 혼자 산다>는 여전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현상이 2년 넘게 계속되면서 예능 지형은 당연히 변화를 맞이했다. 두산에서는 모르겠지만 예능에서는 확실히 사람이 먼저다. 개인의 인간적 매력으로 승부를 보게 되면서 프로그램을 리드하던 톱 MC의 존재는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다. 한 매체에서 예능전문가들을 대상으로 2018년 예능에 대해 설문한 결과에서도 ‘대형MC 시대의 쇠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강호동과 이경규는 진작에 진행 역할을 내려놓고 캐릭터에 집중하면서 부활했고, 부동의 톱MC이자 진행자 역할을 고수하는 유재석은 최근 런칭한 프로그램들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현상이 뜻하는 바는 예능이 이제 MC와 패널과 게스트로 이뤄지는 관계 구성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복면가왕>이나 <불후의 명곡>과 같은 대형 예능, 서바이벌을 위시한 가창 예능과 토크쇼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예능 판도를 논할만한 대세는 아니다. 오늘날 예능의 핵심은 사람 사는 이야기에서 나오는 볼거리와 공감대다.



<미우새>에 새롭게 등장한 홍진영, 김종국, 배정남 등은 익히 많이 봐온 인물들이다. 그런데 방송은 그간 캐릭터로만 여겨졌던 꺼풀을 벗겨내고 그들의 실제 얼굴을 조명한다. 그다지 색다르지 않음에도 한 층 더 가까운 모습에 한 차원 더 깊은 친밀감이 형성된다. 과거 [TV는 사랑을 싣고]나 <인간극장> 같은 다큐멘터리나 토크쇼에서 눈물과 함께 들어야 할 법한 이야기가 웃음과 함께 펼쳐진다. 어린 시절 찌든 가난 속에서 외롭게 커야 했던 배정남의 어린 시절을 함께 다시 찾아가면서, 그 시절 어린 정남을 키워준 하숙집 할머니와의 재회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그에게 더욱 더 큰 매력과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물어보는 사람도 없고 웃음을 지휘하는 메인 MC도 없지만 모든 이야기가 일사천리로 자연스럽게 나온다. 진행의 영역은 카메라 밖에서 이미 해결되어 있다.

그러니 MC의 역할과 개념이 달라졌다. 리얼버라이어티 시절처럼 메인MC를 중심으로 헤쳐모이는 대형도 많이 사라졌다. 전현무는 맨 끝자리에 있고, 이경규와 강호동은 <도시어부>나 <아는 형님> <신서유기>에서 진행하는 역할을 맡지 않는다. 김국진이 빠진 <불타는 청춘>도 송은이가 진행 역할을 일부 맡긴 하나 뒤에서 윤활유처럼 활약하는 정도다. 진행자들이 활약할 마지막 보루는 관찰 예능의 스튜디오 토크쇼 정도로 축소됐다.



SBS 인기 예능인 <집사부일체>의 출연진들은 웃음을 책임지는 양세형을 제외하면 어떤 역할에도 얽매이지 않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간다. 이승기가 강호동이나 유재석처럼 멤버들을 조율하고 웃음을 지휘하는 역량을 가진 예능인은 아니다. 그럼에도 승승장구가 가능한 이유도 진행과 웃음포착은 이제 전적으로 카메라 뒤에 있는 제작진의 몫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1박2일>은 물론이고, 이를 모태로 하는 <신서유기>가 그런 대표적인 예능이다. 그 반대편에 있는 예능이 김용만이 진행을 보는 <궁민남편>이다.

그래서일까.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데 주저하거나 하던 모습만 평면적으로 보여주는 예능인들은 예외 없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영자나 이승윤, 박성광 등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자신을 드러낸 인물들은 인간적인 면모가 어떻게든 발견되며 전성시대가 열렸다.

색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심화되는 시절부터 일상이 중시되고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경향성은 하나의 흐름이다. 다만, 과거에는 촬영장에서만 열심히 하면 됐지만 이제는 촬영장의 경계가 사라졌다. 다른 촬영장을 가서도,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모든 것이 콘텐츠의 영역 안에 있기에 열심히 방송을 하는 개념이 달라졌다. 시청자들은 사람의 매력에서 프로그램의 재미를 느끼고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찰예능이 지겹다며 쇼버라이어티로 회귀하는 움직임은 점점 더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관찰예능이 지겹다는 이야기도 많고, 복고풍 예능도 끊임없이 제작되지만 진일보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기존 예능 문법으로는 오늘날 시청자들이 원하는 진짜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웃음은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다. 진짜 이야기 속에서 찾는 재미다.

곧 다가올 예능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년간 지배해온 MC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예상하기도 어려워졌고, 방송사 입장에서도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의 막이 서서히 내려감에 따라 대형 MC시대의 종식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런 변화가 예능 역사책에 남을 2018년의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JTBC, 채널A,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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