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다 vs 개연성 부족, ‘나쁜형사’ 호불호 갈리는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한 편의 영화 같다고 환호하는 호평이 있는 반면, 너무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뚜렷이 존재한다. 믿고 보는 신하균의 연기가 개연성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동시에 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너무 과한 설정들이 거슬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MBC 월화드라마 <나쁜형사>에 대한 평가는 왜 이렇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걸까.

지상파에서 19금을 대놓고 걸고 나온 이 드라마는 연쇄살인범의 잔혹한 살인과 형사로서의 본분을 넘어버리는 형사의 복수가 적나라하게 전개된다.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범 장형민(김건우)을 체포하지 않고 기름에 라이터를 던져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 한 우태석(신하균)의 절망적인 선택은 과해보이지만 이해가 된다.



아내를 죽인 자에 대한 복수심도 복수심이지만 그렇게 검거한다 해도 권력에 닿아 있는 그 살인범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갈지 알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쁜형사>는 영국드라마 원작을 가져온 것이지만, 바로 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법정의의 문제를 건드리면서 우리에게도 ‘나쁜 형사’가 왜 필요한가를 정서적으로 설득시키는 면이 있었다.

그러니 이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나쁜 형사 우태석과 그보다 더 나쁜 형사 전춘만(박호산), 여기에 피해자에서 살인자로 돌아와 우태석과 기묘한 동지관계(?)를 이어가는 싸이코패스 은선재(이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드라마보다는 영화에 어울리는 스릴러적 재미를 선사한다. 은선재가 과거 우태석의 잘못된 선택으로 장형민에게 엄마를 잃고 기억까지 잃은 배여울(조이현)이었다는 사실과, 그렇게 된 것이 배여울과 함께 당시 살인을 목격한 우태석의 동생을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려던 우태석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는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하지만 그 영화 같은 전개 속에 다소 정교하지 못한 개연성은 이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혹평의 이유가 되고 있다. ‘폭풍 전개’에 대한 강박은 시원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섬세한 전개가 되지 못해 남는 미진함을 떨쳐내지 못한다. 이를 테면 그 높은 곳에서 떨어진 장형민이 죽지 않은 것도 놀라운 일인데, 금세 다시 깨어나 우태석의 아내를 찾아가 잔인하게 죽이는 과정이 그렇고, 과거 우태석이 목격자 진술을 하러온 자신의 동생을 배여울로 바꿔치기 하는 과정에서 너무 허술한 형사들의 모습들이 그렇다. 목격자와 용의자를 눈앞에서 대질심문하는 형사도 비현실적이지만, 목격자를 지키는 형사가 누가 와도 모를 정도로 잠을 자는 모습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런 개연성의 허술함이 등장하는 건 이야기가 앞으로 나가는 그 전개의 속도감에만 너무 천착하고 있어서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인물의 등장과 퇴장은 신중해야 하지만, 우태석의 아내 김해준(홍은희)을 단 몇 회 만에 허망한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전개는 어찌 보면 우태석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만들기 위해 한 인물을 손쉽게 희생시킨 느낌마저 준다. 이런 점은 장형민이 차를 탈취해 도주할 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무고한 한 사내가 결국 우태석이 던진 라이터에 차가 불에 타버릴 때 어떻게 됐는가 조차 설명 않고 넘어가는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목적에만 집중하다 보니 과정들은 손쉽게 희생되거나 처리된다.



물론 이를 속도 있는 스릴러 장르로서 그 카타르시스를 즐길 수 있을 게다. 하지만 그 과정들을 좀 더 집중해서 보는 시청자라면 섬세하지 못한 전개의 허점들 때문에 오히려 몰입이 방해될 수 있다. 극악한 살인마나 더 잔인한 나쁜 형사를 응징하는 그 결과가 보고 싶은 건 시청자들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극적이고 빠른 전개에 과도하게 집중하다 보면 너무 과한 설정들이 등장할 수 있고 또 놓치는 부분들이 생길 수 있다는 걸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더 나쁜 현실 때문에 나쁜 형사도 필요하다는 이 드라마의 극적인 설정과 전개만큼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지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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