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도 없고, 트렌드도 바뀐 예능, 어려워진 연예대상 찾기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연말이 되면 그래도 지상파 방송3사의 시상식 중 가장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는 게 바로 <연예대상>이었다. 올해도 유재석은 상을 받을까가 늘 궁금했고, 한때는 유재석과 강호동이 나란히 방송3사의 연예대상 후보에 올라 경합을 벌이는 진풍경을 보이기도 했다. MBC <무한도전>이나 KBS <1박2일>, <개그콘서트> SBS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은 항상 연예대상의 중심에 서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2018년 연말을 맞아 이제 그 대상후보들이 발표된 방송3사의 <연예대상>은 이전만큼의 긴장감이 사라졌다.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갑론을박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후보가 올라오긴 했지만 왜 그가 후보인지조차 애매한 이들도 적지 않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만들어낸 걸까.

먼저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방송3사 중에서 그나마 가장 궁금해지는 <연예대상>은 MBC다. 후보자로 공개된 전현무, 김구라, 박나래, 이영자 중 많은 이들이 박나래-이영자 둘 중 한 명을 대상감으로 꼽으며 거의 보기 힘들었던 여성 대상이 나올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예상을 해보자면 2018년 한 해 동안 <나 혼자 산다>를 필두로 해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며 보편적인 사랑을 받는 예능인으로 거듭난 박나래는 당연한 대상 후보로 여겨지고, 또 MBC에서 새롭게 런칭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거의 유일한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는 <전지적 참견시점>의 견인차 역할을 한 이영자 역시 당당한 대상 후보라 생각된다. 방송사 입장에서 어느 쪽에 가치판단을 더 하느냐에 따라 그 대상의 향방이 갈라질 것으로 보인다.

SBS는 <연예대상> 후보로 유재석, 백종원, 이승기 등을 거론하고 있는데, 여기서 주목되는 건 아무래도 백종원과 이승기의 경합이다. 유재석은 <런닝맨>과 <미추리>로 후보가 되었지만, <런닝맨>은 새롭다고 보기 어렵고 <미추리>는 아직 정착된 단계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백종원이나, <집사부일체>를 주말시간대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킨 이승기의 경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S의 경우 <연예대상> 후보로 이영자, 신동엽, 유재석, 김준호, 이동국이 올라왔지만, 여기서 관심이 쏠리는 인물은 이영자와 김준호다. <해피투게더>의 유재석은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지만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이동국은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후보가 되었지만 이 프로그램이 그만한 화제성을 띠고 있다 보기 어렵다. 물론 신동엽은 <불후의 명곡>과 <안녕하세요>에서 독보적인 MC의 진행능력을 보이고 있지만 대상후보로서의 신선함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안녕하세요>에서 발군의 ‘상담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영자와 KBS 예능의 자존심처럼 여겨지는 <1박2일>과 <개그콘서트>를 이끌어온 김준호가 눈에 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지상파 3사가 과거만큼 뜨거운 예능 프로그램들을 내놓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방송 3사를 통틀어 새로운 예능으로 화제가 된 건 MBC <전지적 참견 시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정도가 아닐까. 나머지는 관성적인 힘으로 과거의 영광을 지금껏 버텨내는 프로그램들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다. 이러니 시청자들의 <연예대상>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을 수가 없다.

또한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바뀌면서 예능의 중심축이 스타MC가 아니라 PD로 바뀐 점과, 연예인보다는 비연예인(외국인이나 셰프, 작가 등등)으로 바뀐 점 등은 과거 스타 MC 시절의 수상자를 뽑는 방식인 <연예대상>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제는 어떤 PD를 만나느냐에 따라 제 아무리 스타 MC라도 다르게 보여질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그나마 올해 방송3사 <연예대상>에서 새롭다고 보이는 건 ‘여성예능인’이 대상을 받을까 하는 점 정도다. 한 해의 예능을 정리하는 자리에서 대상 MC를 찾기가 쉽지 않은 현 상황을 그래서 지상파 3사는 잘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달라진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변화하지 않으면 해가 갈수록 <연예대상>의 긴장감은 지속적으로 사라져버릴 테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KBS, 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