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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빤한 로맨스 CF 같은 ‘남자친구’, 그걸 살리는 박보검
기사입력 :[ 2018-12-19 17:01 ]


부디 박보검에게 ‘남자친구’보다 빛나는 작품이 찾아오기를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젊은 남자배우들은 종종 태양처럼 밝고 환하다. 그들은 자신의 밝음, 건강함, 선명한 태도들을 단정한 근육과 시원한 미소로 뽐낸다. 그리고 대중들은 그런 그들의 밝음을 사랑하고, 소비하고, 어느 순간 쉽게 잊어버린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 같은 배우들이 매스컴에 등장하니까.

하지만 젊은 배우 박보검이 대중에게 사랑받아 온 이유는 조금 다르다. 박보검의 미소는 특유의 환한 아우라를 발산하지만, 그것은 햇빛보다 달빛이 주는 밝음에 가깝다. 그렇다. 이 배우에게는 달 뜬 밤이 주는 섬세한 음영의 분위기가 있다. 달이 주는 각각 다른 분위기, 그리고 달의 애잔함과 부드러움이 녹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분위기가 박보검이란 배우를 만들어낸다.



박보검의 이름이 대중들에게 각인된 것은 2015년 KBS 드라마 <너를 기억해>를 통해서였다. 이 작품에서 박보검은 사이코패스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정선호를 연기한다. 이 작품에서 박보검은 신인배우 답지 않은 특유의 서늘한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그믐달처럼 모든 것이 어둠이지만 그 안에 자그마한 빛이 남아 있는 표정과 분위기로 이 배우의 충분한 가능성을 증명했다.

하지만 박보검이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초승달 같은 매력이 돋보인 2015년 연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서였다.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 바른 아이 택이는 보는 이의 눈물샘과 마음을 모두 건드리는 애잔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한편 2016년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왕세자 이영을 통해 박보검은 드디어 주조연이 아닌 홀로 서는 단독 주연으로서 당당한 자리를 차지한다. 박보검이 연기하는 이영은 반달처럼 빛나는 인물이다. 반달은 두 가지의 얼굴을 모두 지니고 있다. 어찌 보면 밝고 아기자기한데, 또 어찌 보면 구슬픔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한없이 밝으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의 슬픔을 고스란히 드러낸 이영은 박보검 그 자체였다.



최근 박보검의 신작 tvN 드라마 <남자친구>는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 드라마는 모든 매력을 다 갖춘 캐릭터 김진혁이 남자주인공이다. 자유롭고 올바르고 매력적인 영혼 김진혁과 정치인의 딸로 태어나 재벌가의 며느리, 이혼 후에는 호텔의 대표로 살아가지만 한 번도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는 못한 차수현(송혜교)이 주인공이다. <남자친구>는 차수현이 사랑에 직진하는 김진혁과 만나면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문제는 두 사람의 사랑을 위해 만들어진 코스가 눈에 보일 만큼 작위적이라는 사실이다. 자연스럽게 로맨스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로맨스를 위해 드라마의 모든 사건이 기계적으로 느슨하게 작동한다. 로맨스가 자연스럽지 않을 때 그 로맨스는 생명력을 잃는다. 뿐만 아니라 노처녀 콤플렉스 운운 등등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고리타분한 대사들도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아무리 남녀의 설정을 바꿨다고 한다지만…… 몇몇 깨는 상황이나 대사들은…… 잠깐 지금이 1980년대?



무엇보다 로맨틱한 요소는 모두 갈아 넣었지만 남자주인공 김진혁은 <남자친구>의 로맨스를 위해 만든 비현실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비인형의 남친 켄 같은 인물을 구현해내는 배우 박보검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

박보검은 평면적인 캐릭터에 음영을 만들어내고 생동감 있는 표정을 입히며 빤한 로맨스의 대사를 진솔한 대사로 바꿀 줄 안다. 사실 박보검의 김진혁이 회식에서 술주정을 할 때부터 시청자들은 이 캐릭터에 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술에 취한 연기를 이토록 귀엽게 그려낼 줄 아는 남자배우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드러나는 박보검의 매력은 귀여움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박보검의 연기는 자칫 공허한 로맨티스트처럼 보일 수 있는 김진혁에게 진솔함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사실 김진혁은 자칫하면 느끼할 수 있는 대사들을 종종 내뱉는다. 혹은 이 캐릭터가 직진하는 행동들은 대본을 그대로 따라하면 과하게 보일 수도 있다. 박보검은 <남자친구>에서 이런 대사나 분위기를 편안한 표정과 일상적이면서도 진지한 대사 톤으로 적절하게 조절해낸다.

“매일매일 잘생김 갱신중인데”를 장난스럽게 내뱉으면서도 밉지 않게. “대표님 오늘은 제가 살 테니까 라면 먹으러 가시죠”를 당당하지만 느끼하지는 않게. “나는 대표님께 의미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결정했어요”를 작업 멘트가 아닌 진솔한 다짐처럼. “무슨 인생이 그래요 대표님이”를 담담한 위로로 느껴지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배우의 다음 선택은 <남자친구>처럼 로맨스를 위해 기획된 CF 주인공 같은 인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찾아보면 사연 깊고 의미 있으면서도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탁월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어딘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대산문학상을 받은 최은미 소설가의 장편소설 <아홉 번째 파도>에 등장하는 공익근무요원 서상화 같은.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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