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 과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 드라마 [SKY 캐슬]의 시청률이 다시 한 번 수직상승했다. 지난 주말 이수임(이태란)과 한서진(염정아)의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두 자릿수를 돌파한 11.3%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극이 진행됨에 따라 출생의 비밀을 시작으로 가난하나 바르고 똑똑한 김혜나(김보라), 온실 속의 갑질 화초 강예서(김혜윤)의 비교, 비밀스런 과거를 갖고 있는 김주영(김서형) 등 전형적인 클리쉐가 전면에 드러나고 있어 우려스럽긴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선택할 다음 이야기가 여전히 궁금하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욕망을, 남들 앞에서 꺼내기는 힘들지만 존재하는 내면의 욕망을 엿보는 야릇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 내 라인과 승진의 문제도 등장하긴 하다만,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자녀의 명문대 입학이다. 가장 높은 곳을 향한 그녀들의 이야기에서 가장 높은 곳은 다름 아닌 명문대다. 이를 위해 SKY캐슬이란 그들만의 리그에서 상류층 사모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입시 외교전이 벌어진다. 이 욕망의 기저에는 대물림이 있겠고, 또 사회적 평판이 있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이너서클에 존속할 수 있는 입장권이 된다.



교육열은 경제적 수준의 여하와 막론하고 우리 사회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이면서,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의 관문을 통과하는 에너지다. 또한, 교육부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가진 자들과 교육기관이 비정상적으로 이용하기 쉬운 학생부 중심 전형이 자리를 잡으면서 용이 나올 수 있는 개천은 말라버렸다. 이제 입시를 학생 스스로 해결하긴 불가능하고 엄마의 정보력만으론 대비하긴 힘들다. 그 욕망과 불안의 심리를 채워주는 사교육 시장은 훨씬 더 커지고 다양화되었다. 이런 입시제도 탓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이것이 곧 신상상품으로 연결되는 것이 오늘날 버블처럼 불어난 사교육 시장의 핵심이다. [SKY 캐슬]은 바로 이 배경과 실체를 소재로 끌고 들어왔다.

그래서 [SKY 캐슬]은 높은 담 자락에 가려서 잘 알 수 없었던 상류층 사회의 교육 문화를 그대로 파헤쳐서 보여준다. 드라마 속 부유한 엘리트 계층이 누리는 교육은 대부분 실재하는 것이다. 가정환경 수준이 맞는 이너서클끼리 뭉쳐서 사교육 그룹을 짜는 것은 물론, 자신들만의 학교나 학원을 차리는 것이나 VVIP 고객 대상으로 하는 은행의 교육 컨설팅의 존재는 별다른 비밀이 아니다. 대학 입학사정관 출신의 컨설턴트들이 존재하고, 이들은 고1부터 대학입학까지 학생들의 입시 전반을 관리한다. 또, 학생회장 선거를 전문으로 돕는 컨설팅업체도 실제 존재한다.



드라마를 지켜보면서 드는 놀라움 다음 감정은 그렇다면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이다. 또, 어떤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눈앞에서 한 가정이 같은 방식으로 파탄이 났지만 그 높은 확률의 공식을 버리지 못하는 부모가 있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어머니가 있다. 정답은 모르겠지만 일단 줄을 서서 따라가려는 이가 있다. 어차피 적자생존이니 무조건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승리를 해야 한다는 아빠도 있다.

시청자들은 극의 전개가 진행됨에 따라 가진 자들을 위한 사회라는 데 순응할 것인지, 성적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철학적 의문을 제기할 것인지, 열린 시청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순수하지만 상황 파악 능력이 둔하고 자기주장이 강해 분란의 중심에 선 이수임은 입시 욕망에서 잠시 떨어져서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반문하게 된다. 그의 아들은 독보적인 천재라서 사교육 없이 알아서 전교 1,2등을 도맡고 배려심도 깊다. 그러면서 점점 드러나고 있는 수십 억대 연봉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의 비밀도 하나둘 벗겨진다. 비밀 뒤에 감춰진 열등감의 정체에 대해 점점 더 궁금해지게 만든다.



[SKY 캐슬]은 자식의 학벌이 인생의 성공 척도가 되는 상류층 여성들의 삶을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해 다각적으로 펼쳐 보인다. 이들에게는 표면적으로 포착되지 않는 치열한 욕망과 정치의 지형이 숨어있다. 그리고 점점 그 대립이 첨예해질수록 성공이란 가치관에 균열이 발생한다. 그리고 점점 입시 지옥으로 치닫는 와중에 질문을 던진다. 과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큰 관심을 못 받고 1.7%로 출발했던 시청률은 10회 만에 11%를 넘어섰다. 동시간대에 MBC 간판예능 <나 혼자 산다>와 경쟁하면서 이룬 결과라 더욱 놀라운 수치다. 우리 사회의 욕망을 잘 포착해 담아낸 결과다. [SKY 캐슬]은 단순한 상류사회 풍자극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삶을 담고 있는,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드라마다. 당사자인 학생부터, 아이들 교육 방향과 선택에 고민이 많은 부모들, 나아가 더 높은 단계로의 진학과 성적을 위해 발버둥을 치며 입시전쟁을 치루는 어머니들까지 온 가족이 함께 보며 생각해봄직한 이야기다. 흔한 한류스타, 청춘스타 없이 시청률이 폭발한 이유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드라마 속 욕망은 바로 여기 우리의 이야기라는 데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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