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 캐릭터 좋은 ‘나쁜형사’, 어째서 주변 캐릭터들은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월화드라마 <나쁜형사>가 가진 힘은 단연 우태석(신하균)이라는 캐릭터에서 나온다. 스스로를 ‘나쁜 형사’라고 자청하는 이 인물은 ‘좋은 형사’를 가장하는 전춘만(박호산) 같은 인물과는 대비된다. 실상은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살인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일말의 죄의식도 갖지 않는 전춘만 같은 진짜 나쁜 형사와 달리, 책임을 떠안을 수도 있는 일들을 감당해가며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이 바로 우태석이다.

여성들을 살해한 범인을 쫓다 붙잡혀 갖은 고문을 당하게 된 형사 채동윤(차선우)을 살리기 위해 범인으로부터 온 전화를 끊어버리는 우태석의 행동은 자칫 오인될 소지가 다분했다. 하지만 형사들이 무력하다는 걸 보고 즐기는 범인의 심리를 간파한 우태석의 이런 행동은 결국 범인이 채동윤을 죽일 명분을 지워버렸다. 그 결단 때문에 채동윤이 생존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진짜 나쁜 형사인 전춘만이 이 사건을 전담하면서 우태석과는 정반대의 사태가 벌어진다.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시간을 끌며 언론플레이만 하려는 전춘만은 결국 비공개로 수사해야할 이 사건을 공개해 버리고, 심지어 우태석이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제보로 기사가 나오게도 만든다. 결국 우태석은 범인의 애인을 찾아내 절체절명의 상황에 채동윤을 구해내게 되지만.

이 에피소드는 <나쁜형사>가 갖는 우태석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고, 또 그 범죄 역시 인터넷 동영상 유포가 갖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그 문제의식 또한 충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싸이코패스 기자 은선재(이설)의 모습은 이번에도 거의 못하는 일이 없는 존재로 그려진 면이 있다.



잠을 못자고 수사를 하는 우태석을 조금이라도 잘 수 있게 이설이 마취제로 잠들게 하는 장면이 그렇다. 경찰서에서 갑자기 나타나 우태석을 마취시키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도 의아하지만, 깨어보니 낯선 곳에 휠체어를 타고 앉아 있는 모습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게다가 이 시퀀스는 은선재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우태석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굳이 마취까지 시켜가며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시청자들을 황당하게 만든 건 예고편에 등장한 죽었다고 믿었던 장형민(김건우)이 다시 살아 돌아온 것 같은 뉘앙스의 이야기 전개였다. 연쇄살인범 장형민은 이미 한 차례 죽음에서 살아 돌아왔던 인물이다. 높은 곳에서 난간을 붙잡고 살려 달라 애원하는 그를 우태석은 그냥 떨어지게 만들었고, 그래서 죽었다 생각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는 병원에서 부활했다. 게다가 깨어나자마자 다시 탈출해 우태석의 아내까지 살해하는 범행을 저지르는 모습은 거의 불사신에 가까워 ‘개연성 부족’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장형민은 우태석과의 차량 추격전 끝에 흘러나오는 기름 위에 라이터를 던진 우태석에 의해 죽은 걸로 여겨졌다. 그런데 그가 다시 살아 돌아온다는 건 너무 과한 반전이 아닐까. 만일 그가 진짜로 살아 돌아온다면 아마도 그 차량에 동승했던 사내가 장형민이라 오인됐다는 식의 이야기 전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런 식의 허술한 개연성을 과연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물론 아직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다시 장형민이 부활했는가는 다음 회를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이 먼저 생기는 건 그간 이 드라마가 그려온 이야기가 그만큼 허술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우태석이라는 괜찮은 캐릭터를 세워두고, 한 명은 신으로 다른 한 명은 불사신으로까지 만들 필요가 과연 있었을까. 아쉬운 지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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