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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뜨청’, 원작의 권익노 실장님과 김여사님은 어디에?
기사입력 :[ 2018-12-25 13:27 ]


‘일뜨청’ 제작진의 안타까운 착각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JTBC 월화드라마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는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로 제작하면서 몇 가지 설정을 바꾸었다. 주인공 길오솔(김유정)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설정은 어머니의 사망 후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길오솔을 비밀리에 <청소의 요정>에 취업시켜 주는 친구 역시 사라졌다.

이와 같은 설정의 변화는 드라마에 어울리는 각색이다. 하지만 웹툰 원작의 권익노 실장님과 김여사가 각색과정에서 사라진 것은 많이 아쉽다. 두 인물은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하면서 웹툰 초반 청소의 요정 대표 장선결(윤균상)의 어이없는 행동들을 바로잡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제멋대로인 깔끔이 장선결 역시 이 두 인물 앞에서는 은근히 꼼짝 못한다. 그건 권익노 실장과 김여사가 비단 연장자라서만은 아니다. 사실 장선결의 눈으로 볼 때 권익노 실장은 장선결의 수행비서 같은 역할이며, 김여사는 <청소의 여정> 업체의 나이 많은 직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웹툰에서 두 사람은 인생의 희노애락을 겪은 지혜로운 인물로 묘사된다. 장선결 역시 이들의 이런 점에 의지하고 수긍하는 면 때문에 드라마와는 다른 올곧은 매력이 있는 인물로 느껴질 수 있었다.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속 장선결은 철없는 재벌남의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권익노와 김여사 덕에 <일뜨청> 웹툰은 순정만화의 로맨스를 유지하면서 인간미 있는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으로 사랑받았다. 화려한 궁전이 아니라 소박한 오솔길을 걷는 분위기의 웹툰이었다. 각색한 드라마에서는 권비서(유선)라는 새로운 인물에 이 역할들이 스며 있다. 안타깝게도 권비서는 그저 장선결의 한 마디에 입을 다무는 그림 같은 수행비서일 따름이다.



웹툰 속 길오솔 역시 그저 장선결과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웹툰에서 길오솔은 겉보기에는 밝아 보여도 아직 부모님의 죽음이라는 마음의 상처를 품고 사는 인물로 묘사된다. 길오솔은 청소의 요정 사람들과 교류하며 마음의 상처라는 묵은 찌꺼기를 조금씩 청소하고 치워버린다. 반면 <일뜨청> 드라마에서 길오솔의 주변 인물들은 대부분 개그의 소재나 꽃미남 병풍 외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드라마 <일뜨청>은 웹툰에서 덜어낸 빈틈을 수많은 개그로 채우려고 노력한다. 특히 초반부에 일단 뜨겁게 오버하고 보자는 식으로, 수많은 ‘병맛’ 유머들을 구사했다. 몇몇 장면들은 재미있었으나 금방 질리거나 혹은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이 과장된 개그 장면들이 너무 도드라져서 어머니의 죽음이란 길오솔의 상처와 그 상처의 치유 과정은 제대로 그려지지 못한 면이 있다.

중반부에 이른 지금 <일뜨청>은 길오솔과 장선결, 옥탑방 백수에서 의사로 변신한 최군(송재림)의 전형적인 삼각관계로 흘러가는 중이다. 길오솔과 장선결의 로맨스는 어느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구도다. 과장된 개그 장면들이 대부분 정리된 탓에 편하게 볼 수는 있는 흐름이다. 하지만 이 로맨스 구도는 그다지 새롭거나 흥미진진한 것은 아니며, 이미 원작이 지닌 장점은 휘발되어서 전혀 다른 작품으로 변해 버렸다.

원작의 인상적인 에피소드나 장면들을 드라마로 옮겨오는 것으로 원작이 지닌 매력을 영상으로 다 살렸다고 제작진은 착각한 듯하다. 하지만 성공적인 이야기는 사람들을 탄복시키는 특유의 소울을 지니고 있다. <일뜨청> 드라마는 원작에 존재하던 그 소울은 가져오지 못했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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