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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 공자님 말씀 읊는 이태란, 영혼 없는 캐릭터의 한계
기사입력 :[ 2018-12-29 11:27 ]


‘SKY캐슬’, 어째서 이태란 캐릭터만 공감 받지 못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의 ‘인물관계도’를 보면 그 중심에 한서진(염정아)과 이수임(이태란)이 대결구도를 이루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한서진이 기존 교육시스템의 경쟁체제를 그대로 수용하며 그 안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아이들을 심지어 이해하기 어려운 입시코디네이터까지 붙여 입시 전쟁 속으로 내모는 인물이라면, 이수임은 동화작가로서 그런 교육시스템이 초래하는 아이들의 비극을 막아보겠다 나서는 인물이다.

이 대결구도만 보면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한서진보다는 이수임에 더 공감하는 게 당연할 텐데,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이상하게도 시청자들은 이수임이라는 캐릭터에 공감하지 못하고 심지어 그가 하는 행동들이 쓸데없는 오지랖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걸까.

그 이유는 이수임이 SKY캐슬이라는 곳에 들어와 아이들이 겪는 비극을 막기 위해 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엉뚱한 면이 있어 공감하지 못하게 된 데 있다. 어떤 소재를 갖고 작품을 쓰는가는 작가의 자유지만, 누군가의 비극을 소재로 하면서 그 당사자들이 갖게 될 입장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작가로서의 윤리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결국 그 비극적인 가족사의 주인공인 영재네 아빠 박수창(유성주)에게 그 소설이 아들 영재(송건희)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가를 듣고 난 후에야 이수임은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이 선의로 하려던 일이 누군가에는 비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바로 이런 점은 이수임이라는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입시 교육의 고질적인 시스템을 동화 한 편으로 막아보겠다 나서는 그 행동 자체가 너무 순진해서다. 차라리 이수임이 기자 같은 직업을 갖고 있었다면 더 현실적인 대처방식들이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수임은 비현실적인 느낌을 줄 수밖에 없는 이상만을 말하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니 대척점에 있는 한서진 같은 인물이 가진 현 입시 시스템 속에서의 치열한 고민(물론 그 고민을 통한 선택이 잘못되어 있지만)이 이수임이라는 캐릭터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SKY 캐슬]에는 한서진은 물론이고 노승혜(윤세아), 진진희(오나라) 같은 캐릭터들에 대한 몰입도가 높다. 노승혜는 남편 차민혁(김병철)이 아이들에게 하는 교육방식이 조금씩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인물이고, 진진희는 남편 우양우(조재윤)의 병원 내에서의 입지와 아이들의 입시 어느 쪽에서도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불안해하며 갈팡질팡하는 캐릭터다. 노승혜나 진진희 모두 극화된 캐릭터이긴 하지만 우리네 부모들이 지금의 입시 시스템 안에서 갖는 불만과 불안감을 잘 담아내고 있다.



즉 모든 캐릭터들이 입시 시스템 안에서 갖게 되는 저마다의 감정들을 현실적으로 담고 있는 반면, 이수임은 마치 그 시스템 바깥에서 자신만의 고고함을 유지하며 ‘공자님 말씀’만 하고 있는 캐릭터로 그려진다는 것. 차라리 이 SKY캐슬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깰만한 인물로 오히려 지목되는 건 한서진의 집안에 입주과외를 명목으로 들어와 친부인 강준상(정준호)과 그 가족들에게 복수를 꿈꾸는 김혜나(김보라) 같은 학생처럼 보인다.

모든 게 얽히고설켜 있는 이 비극적인 시스템 속에서 이수임은 이야기 구조와는 어울리지 않는 동떨어진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마치 배가 뒤집어져 아이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데 뛰어들지 않고 물 바깥에서 말로만 이래라 저래라 하는 듯한 느낌. 개인적인 약점이나 욕망 같은 것들이 보이는 살아있는 캐릭터로 이수임을 재탄생시키는 작업이 시급하다. 작가가 하려는 이상적인 이야기를 대변하기만 하는 꼭두각시 캐릭터가 아니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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