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연기대상’이 성과로 지목한 드라마들을 통해 보면

[엔터미디어=정덕현] 잃어버린 10년 간 MBC 드라마가 갖게 된 상처가 단번에 치유되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2018년 MBC 드라마들을 보면 그래도 몇몇 드라마들이 선전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2018 MBC 연기대상>의 대상을 받은 소지섭이 출연했던 <내 뒤에 테리우스>는 그 단적인 사례다.

<트루라이즈>나 <스파이> 같은 영화에서 시도됐던 스파이 장르를 코미디 드라마로 풀어내는 방식이 새롭다고 보긴 어렵지만, <내 뒤에 테리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이를 우리 식의 정서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킹캐슬이라는 단지를 배경으로 국정원을 재해석한 KIS(Kingcastle information System)라는 주부들의 활약은 김본(소지섭)과 유지연(임세미) 같은 진짜 요원들의 활약과 병치되며 액션과 코미디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가능하게 해줬다.

<내 뒤에 테리우스>가 갖고 있는 장르물과 멜로, 코미디 같은 지상파에 익숙한 형식 틀의 접목은 이 작품이 최고 시청률 10.5%(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선전했던 중요한 이유였다. 지상파 드라마들이 갖고 있는 고민 중 하나는 장르물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지상파 드라마라고 하면 익숙한 멜로나 코미디 같은 장르에 대한 요구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 관점으로 보면 <내 뒤에 테리우스>는 그 장르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해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2018 MBC 연기대상>의 수상 결과를 통해 보면 MBC가 본격 장르물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고, 또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김선아의 <붉은 달 푸른 해>, 역시 여자 최우수연기상 정유미와 남자 최우수연기상 정재영의 <검법남녀>, 남자 최우수연기상 신하균의 <나쁜 형사>, 남자 우수연기상 장기용과 드라마PD가 뽑은 올해의 연기자상 허준호의 <이리와 안아줘> 같은 작품들이 그 사례다.

올해를 빛낸 MBC 드라마들은 <내 뒤에 테리우스>를 빼고 보면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스릴러 장르가 대부분이었다. 그 첫 포문을 연 작품은 <검법남녀>로 최고 시청률 9.6%를 기록하며 호평 받았다. <검법남녀>는 이례적으로 시즌2를 이미 예고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자리를 이어 <이리와 안아줘>가 좋은 반응을 얻었고, 현재 방영되고 있는 <나쁜 형사>와 <붉은 달 푸른 해> 역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스릴러 장르에 대한 성과가 다소 자극적인 소재가 갖고 있는 힘 덕분이기도 했지만, 지상파 드라마 역시 변화가 필요하고 또 변화해야 한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나쁜 형사>처럼 아예 19금을 내걸고 본격적인 스릴러 장르를 시도해 8.7%라는 적지 않은 시청률을 낸 건 이제 시청자들이 지상파에서도 기대하는 본격 장르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여전히 MBC 드라마에게 남은 숙제는 여전하다는 걸 말해주는 건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잃어버린 10년이 만든 드라마국의 소통 부재가 만들어낸 가장 뼈저리게 아픈 부작용은 유명 작가들이 MBC 드라마에 등을 돌리게 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붉은 달 푸른 해>의 도현정 작가 정도를 빼놓고 보면, <검법남녀>의 민지은·원영실, <내 뒤에 테리우스>의 오지영, <이리와 안아줘>의 이아람, <나쁜 형사>의 허준우·강이헌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들이 아니다. 이런 신진 작가들의 발굴이 의미 있는 일이긴 하지만 갈수록 영향력을 더하고 있는 스타 작가들이 MBC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은 시급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2018년 MBC 드라마는 위기 속에 찾은 새로운 기회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내야 했고, 시도하지 않던 본격 장르물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지만 거기서 성과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쇼핑왕 루이>에 이어 <내 뒤에 테리우스>로 독특 발랄한 장르물의 세계를 열었다 평가받는 오지영 작가 같은 인재 발굴은 가장 큰 성과다. 하지만 MBC 드라마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신진과 기성을 망라해 어떤 작가든 함께 하고픈 플랫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물론 지금도 변화하고 있지만 2019년에도 여전히 남은 MBC 드라마의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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