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무료시식을 무슨 엄청난 혜택이라 생각하다니

[엔터미디어=정덕현] “숙대생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셔야 할 텐데... 인터넷에 검색해봤는데 벌써 제가 떠오르는 별이더라고요. 뉴스에도 벌써 떴던데요. 홍탁집 사장님에 견줄만한 그런...”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아간 청파동 피자집 사장은 가게를 찾은 조보아에게 그렇게 말했다. ‘떠오르는 별’이란 뜻이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라는 건 피자집 사장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다면 그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고쳐나갈까를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 대신 그는 그걸 애써 지워내려는 듯 피식피식 웃음을 지었다.

일단 문제가 있어도 그걸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려 하지 않는 그 태도가 문제였다. 음식이 맛이 있고 없고는 그 다음 문제. 시식을 하러 온 손님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과연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맞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재료는 어느 정도 기본 세팅은 다 되어 있습니다. 물 올리고 삶고 볶고 이런 것만 하면...”이라 조보아에게 말했지만, 찾아온 손님에게는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손님이 많아 줄을 서야 한다면 모르지만, 세상에 어느 음식점이 조리하는 데만 한 시간을 기다리게 할까.



그는 손님에 대한 아무런 마인드가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시식단이라고 해도 그들은 그 곳의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는 이들이었고, 손님이었다. 그런데 메뉴판을 보여 달라는 요구에 메뉴판에는 없는 음식이라며 시식할 음식 설명도 곁들이지 않고 ‘시식하시고 좋게 평가해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시식단의 입장에서 들으면 기분 나쁠 이야기였다. 그건 마치 무료로 시식을 하는 것이니 주는 대로 먹고 평가나 하고 가라는 말처럼 들렸으니.

이 날 피자집 사장이 준비한 음식은 멕시코풍 닭국수와 미국 남부 지방에서 먹는다는 잠발라야였다. 피자집 사장은 자주 해먹었던 요리라고 했지만 그는 이 두 음식에 전혀 숙련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적어온 레시피를 확인하며 하는 요리는 실수 연발이었다. 멕시코풍 닭국수는 소면을 끓일 때 넣고 젓지 않아 떡이 된 면을 그대로 썼고, 국물이 모자라 다시 끓여내느라 먼저 부은 국물은 면이 다 빨아들여 버렸다. 사실상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고, 손님에게 내놓을 수 있는 음식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는 그냥 손님들에게 그 음식을 내놓았다. 음식을 받은 손님들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국수가 아니라 떡이 된 면이 둥둥 떠 있었고, 면이 빨아들여 국물은 부족했다. 국물을 더 달라는 요구에 정량을 맞춘 거라 더 없다며 당혹스러워 하던 사장은 결국 냄비 째 들고 와 국물을 나눠 부어주는 황당한 장면을 보여줬다. 면이 너무 떡이 되어 있다는 손님의 말에 “남기실래요 그냥?”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백종원도 시청자도 심지어 창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잠재적 고객이 될 숙대생들을 ‘시식단’이라고 부른 것 자체가 잘못이었을 지도 모른다. 피자집 사장은 무료로 시식할 수 있게 해주는 걸 무슨 대단한 혜택이나 되는 것처럼 여기는 눈치였다. 가게가 너무 춥다는 손님들의 이야기에 주방은 덥다며 투덜대는 모습이라니. 시식단이 아니라 ‘평가단’이라고 했어도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있었을까. 시식단이든 평가단이든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는 손님들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가 과연 음식장사를 해도 괜찮은 걸까.



방송 중에 슬쩍 나온 단어지만 ‘골목식당’이 아니라 ‘뒷목식당’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보기 불편한 장면의 연속이었다. 굉장한 셰프나 되는 듯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손님, 아니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기본도 되어 있지 않은 이런 집을 굳이 이 프로그램이 찾아갈 필요가 있을까.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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