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까닭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 <골목식당>은 포방터 시장이 살렸다. 더 정확하게는 돈가스 집 사장님과 홍탁집 아들이 백종원과 제작진에게 매우 큰 영감을 줬다. <골목식당>은 백종원을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가게 만들 만큼 영향력을 발휘 중인 상권 살리기 프로젝트다. 하지만 보석처럼 숨어 있던 맛집의 발견과 워낙 바닥부터 시작한 까닭에 드라마틱했던 변화기를 담은 포방터 시장만큼은 그 반대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골목식당>은 그 이전에도 골목마다 심각한 문제가 있는 집들을 섭외했다. 허나 노력을 해도 잘 안 되고 있는 집들 위주로 찾아갔다. 초점도 기술적인 솔루션을 통한 변신 스토리, 즉 먹방과 쿡방에 찍혀 있었다. 개과천선을 추구하지만 지금처럼 휴머니티가 느껴지는 인간 개조 프로젝트는 아니었고, 극찬을 남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포방터 시장 이후 선한 출연자의 역할과 악역의 조건은 보다 명확해졌다. 그리고 보다 더 강력한 ‘뒷목 일당’이 자리한 청파동에 이른 지금,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생방송에 가까운 다큐 겸 드라마의 구도를 완성했다.



워낙에 낮은 기준 탓에 자기만족도가 높고, 인내심은 허약한 25세 청년 사장님의 화수분처럼 솟아나는 변명과 음식을 대하는 태도와 요식업에 대한 이해 자체가 전무한 피자집 사장님은 과거 홍탁집 아들의 첫 대면에서와 마찬가지로 방송의 힘까지 동원해 문전성시를 이루게 해줄 만한 행운의 티켓을 굳이 찾아가 건넬 이유가 없는 인물들이다. 심지어 피자집 사장님은 첫 방송 이후 스스로 자신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면서 오히려 즐기고 있다. 기획의도에 담긴 방송 취지대로라면 이런 이들보다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하루하루 투쟁하듯 살아가지만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골목식당 사장님들을 찾아가 컨설팅과 마케팅을 하는 게 맞다.

그런데, 그런 절박함은 너무 당연하고, 뻔하다. 서점에 가보면 알겠지만 절박해야지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요식업이란 특정 분야의 이야기라는 거리감도 크다. 이것이 꾸준히 좋은 성적은 거뒀으나 일정한 한계 속에 갇혀 있던 이유이고, 포방터 이후로 2배 이상 불어난 시청률의 비밀이다. 인간 개조 프로젝트라는 막장 요소가 가미된 드라마는 그간 찾아내지 못한 감칠맛이다.



<골목식당>이 전성기를 맞이한 것은 닭곰탕을 맛나게 끓이는 법이나 돈가스를 더 바삭하게 튀기는 법을 백종원이 풀어줘서가 아니라 출연자들의 바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데 있다. 백종원을 중심으로 조보아 등이 함께 세상을 더 잘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이끌어간다. 요식업에 관심 없어도 끌리는 이야기다. 주방에 관련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태도에 관한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뒷목을 잡을 만큼 어이없는 상황에 감정이입을 하고 그런 이들도 변화를 하고, 성공으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막장의 자극과 대리만족의 위안을 누린다. 백종원이 요식업자가 아닌 멘토, 함께 나누는 사회의 어른으로 대우를 받고, SBS 연예대상을 받지 못함에 냉소와 비판이 쏟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한해, 그리고 지금까지 첨단을 달리는 예능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단연 <골목식당>이다. 방송을 위한 콘텐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방송 이후의 삶까지 담은 특별함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는 리얼리티의 진정성에서 나온다. 시청자들은 TV를 보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포방터 시장이나 청파동 하숙 골목에 가서, 방송에 등장한 가게에 가서 사장님을 만나고 백종원의 솔루션을 받은 음식을 맛보는 것으로, 또 그 소식을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 듣는 것으로 참여하며 즐긴다.



그리고 더해진 것이 바로 사람이다. 진짜로 맛있는지 새벽부터 줄서서 경험하는 유희와 함께, 도대체 실제로는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바뀌었는지 감시 및 확인을 하는 재미가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재밌게 본 드라마 주인공을 만나는 기분이다. 게다가 해피엔딩에 대한 믿음까지 생겼다. 홍탁집 아들마저도 거친 난바다의 폭풍 같은 시간들을 겪고, 도저히 난파 이외에 방법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결국은 항구에 무사히 정박했으니 말이다. 이처럼 <골목식당>과 백종원은 드라마틱한 갈등 끝에 찾아온 해피엔딩이란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서사를 리얼하게 담아낸다. 관찰예능에서 한발 더 나아간 드라마가 가미된 리얼리티, 예능은 또 한 번 자신의 외연을 확장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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