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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 돌풍 비결, 염정아의 흘림체·김서형의 고딕체 연기
기사입력 :[ 2019-01-04 16:33 ]


‘SKY캐슬’을 독보적 드라마로 만드는 염정아·김서형의 명품연기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이 단순히 입시에 매달린 대한민국 사회를 풍자해서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드라마의 인기는 오히려 캐슬 주민들이 쓴 가면이 큰 몫을 차지한다. 대한민국 중상류층만 모여 사는 캐슬 주민들 모두는 가면을 쓰고 있다. ‘SKY 캐슬’은 이들의 가면을 하나하나 벗겨내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선지 팔던 집안의 딸이라는 신분을 세탁한 곽미향(염정아)부터 고교시절 잘 나가던 ‘청담동 핫팬츠’라고 큰소리치던 진진희(오나라)가 실은 ‘청담동 핫바지’가 아닌지 의심 가는 상황이 그러하다. 딸의 하버드 진학이 자부심이던 차민혁(김병철) 교수 역시 딸의 거짓말 때문에 파국에 이를 예정이다.

그런 면에서 곽미향의 어법인 ‘아갈머리 찢어버리기’는 ‘SKY 캐슬’을 대표하는 대사가 될 수밖에 없다. 가면을 쓰고 거짓말을 하는 아갈머리를 찢어야 진짜 가면이 드러나는 법이다. 이런 가면 벗기기 플롯은 빤한 막장드라마에서도 흔히 쓰는 수법이다. 다만 ‘SKY 캐슬’은 배우들의 섬세하고 개성 있는 연기로 오히려 이 플롯을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같은 분위기로 반전시킨다.



이러한 역할을 톡톡히 하는 두 축은 바로 배우 염정아와 김서형이다. 염정아와 김서형이 연기하는 캐릭터 역시 모두 가면을 쓰고 있다. 염정아는 구 곽미향 현 한서진을, 김서형은 구 제니퍼 현 김주영을 연기한다. 이 두 개의 가면을 오가는 염정아와 김서형의 연기는 드라마에 밀도 높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더구나 두 배우의 연기는 똑같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각각의 연기 패턴이 다르다. 염정아의 연기가 자유로우면서도 예민한 흘림체 같다면 김서형의 연기는 각진 무게감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고딕체에 가깝다.

‘SKY 캐슬’의 한서진은 사실 단순하게 하나의 결로 잡아내기 힘든 캐릭터다. 딸의 대학입시를 걱정하는 모성애부터 속물적인 욕망, 가식적인 허영, 때론 타인에게 잔인하고 냉정한 성격까지 모두 다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눈을 부릅뜨고 소리지리는 악녀 연기만으로는 한서진을 모두 표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염정아는 코미디부터 호러, 스릴러까지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체험한 배우다. 그리고 염정아는 ‘SKY 캐슬’ 한서진을 통해 이런 다양한 면모를 변검술사처럼 자유롭게 펼쳐 보인다. 특히 염정아 연기의 강점은 빤하지 않은 대사 치기와 대사 없이 여백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정으로 그려내는 부분에 있다.

염정아는 ‘아갈머리’ 대사를 힘주어 치면서도 ‘꺼져꺼져’ 같은 대사는 날렵한 생활연기로 소화할 수 있는 배우다. 또 딸 강예서(김혜윤) 앞에서 짓는 몇 초만의 표정변화만으로 감정의 움직임을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특히 남편의 혼외자식 존재를 알고 속으로 울음을 참으며 표정으로 우는 연기는 이런 염정아 연기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날을 세우고 각을 세우는 장면에서는 파르르한 표정으로 화면을 시베리아로 만들어 버린다.



반면 김서형의 연기는 염정아의 연기와는 대조적이다. 비밀스러운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은 학부모와 입시생을 지배하는 사이비교주 같은 인물이다. 김서형은 뒤로 바짝 묶은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힘주어 말하는 특유의 말투를 통해 완벽하게 이 캐릭터를 지배한다. 고딕소설에 나오는 섬뜩한 마녀 같은 분위기를 고딕체 같은 단단한 연기로 재현하는 것이다.

김서형은 본인이 만들어낸 이 캐릭터의 느낌 그대로 직진한다. 그 때문에 김주영은 ‘SKY 캐슬’의 어떤 캐릭터와도 호흡하지 않지만 독보적인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더구나 김서형이 보여주는 김주영 연기의 백미는 이 단단한 가면이 비틀릴 때 나오는 표정이나 눈빛들이다. 김혜나(김보라)가 강준상(정준호)의 혼외자식이란 사실을 알고 짓는 미소 같은 것이 그러하다.



이처럼 결이 다른 두 배우의 연기는 ‘SKY 캐슬’을 독보적인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큰 역할을 한다. 더구나 두 배우의 연기는 가면을 쓴 인간의 속내를 보여주는 ‘SKY 캐슬’과 아주 잘 어울린다.

물론 ‘SKY 캐슬’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배우도 있다. 동화작가 이수임을 연기하는 배우 이태란의 경우가 그러하다. 읽기 편한 명조체에 가까운 이태란의 연기는 평범한 주말드라마나 김수현 작가식의 대사로 인물의 감정을 모두 설명해주는 드라마라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이태란은 대사에 담긴 감정을 친절하게 전하는 배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SKY 캐슬’에서는 조금 다르다. ‘SKY 캐슬’은 인물의 가면 뒤에 숨어 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끌어올려 실제 대사를 일정 부분 비틀어 연기해야 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수임 자체가 다른 캐릭터와 달리 쓰고 있는 가면이 마스크팩처럼 얇기도 하고 정의로움만 있을 뿐 사실 상 그림자 없는 평면적인 인물에 가깝다. 그 때문에 배우 이태란의 이수임은 ‘SKY 캐슬’에서 드라마의 긴장감을 느슨하게 하고 사건 진행을 설명해주는 캐릭터로서는 의미가 있다. 단 빛이 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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