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냉면집처럼 도와주고픈 식당을 도와줘야

[엔터미디어=정덕현] 43년 동안 냉면 외길을 걸어왔단다. 하루에 꼭 한 번씩 자신이 직접 만든 냉면을 먹고, 그럼에도 그게 물리지 않는 맛이라는 자부심까지 있는 냉면 장인. 하지만 겨울이면 메뉴의 특성상 손님이 뚝 끊겨 갈비탕을 대체메뉴로 내놓고 냉면을 겨울에도 해야 하나를 두고 고민에 빠진 그 집에 백종원은 ‘온면’이라는 솔루션을 내놓았다. 갈비탕처럼 손이 많이 가지 않고, 냉면을 위해 만들어놓은 깊은 맛의 육수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온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솔루션 주는 일이 백종원도 시청자도 즐거워지는 순간이다.

백종원이 온면을 솔루션으로 내놓자, 이 냉면 장인은 별로 어렵지도 않게 뚝딱뚝딱 밀가루 반죽에 면을 뽑아 육수를 부어 온면을 내놓는다. 그리고 먹어 본 맛은 백종원도 냉면 장인도 또 그 옆에서 항상 같이 해온 사모님도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는 맛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백종원은 이미 육수 맛과 냉면 장인 아저씨가 국수를 뽑는 솜씨를 보며 그 조합만으로 온면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걸 간파했을 뿐이다. 사실은 냉면 장인 아저씨가 다 갖고 있는 걸 조합만 살짝 바꿔 새 메뉴로 내놓게 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솔루션이라고 하면 이게 맞는 일일 게다. 아무 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고 노력도 별로 기울이지 않은 이들에게 백종원이 일일이 메뉴를 정해주고 답을 알려주는 건 솔루션이 아니라 지나친 수혜가 아닐까. 그것도 잘 나가기만 하면 화제가 되어 손님이 줄을 서는 방송까지 더해준다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심지어 특혜로까지 보인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음식점들이 있고, 피땀 어린 노력을 하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사장님들이 많은가. 그런데 음식 맛은 고사하고 손님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조차 되어 있지 않은 사장을 무엇 하러 돕는다는 말인가. 이러니 갖가지 구설수와 논란에 휘말리게 되는 게다.

피자집이 바로 그 잘못된 섭외의 대표적인 사례다. 면 하나를 뽑기 위해 손으로 치대기를 여러 번 반복해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내는 일이 손에 익어버린 냉면 장인과 비교해보면, 피자집에서 내놓은 국수는 휘젓지도 않아 뭉쳐진 채 떡이 되어 있었다. 그걸 먹으라고 시식단에게 내놓고, 손님이 지적하자 “남기실래요?”라고 말하는 이런 사장에게 솔루션이 가당키나 한 얘기일까. 그런 지적에 “이거야말로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엉뚱한 이 사장에게 백종원이 중단하고 싶다고 말하는 건 당연한 일일게다. 시청자도 더 이상은 그 꼴을 보고 싶지 않으니.



논란이 워낙 거센지라 이번 주에는 아예 나오지 않은 고로케집도 마찬가지다. 장사 한 지 몇 개월도 되지 않은 사장이 ‘반죽의 자존심’이니 뭐니 하며 손에 익지 않아 손님이 제아무리 많이 와도 감당해낼 기술도 없는 이에게 무슨 솔루션인가. 냉면집 사장님은 백종원이 온면을 만들어보라고 제안만 했을 뿐인데, 이미 손에 다 익은 기술이 있어 5분 만에 몇 그릇씩 내놓는 놀라운 광경을 보여줬다.

줄 선 손님들을 받아 온면을 내놓고, 손수 서빙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테이블 정리까지 하는 그 모습에는 43년 간 몸에 익어버린 일의 공력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이런 분도 새로운 메뉴 하나를 내기 위해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겪고 이런 저런 고명을 얹어보며 먹어보고 버리기를 반복하는데, 이제 몇 개월 장사를 한 사람이 ‘자존심’ 운운하고 심지어 ‘프랜차이즈’의 꿈까지 꾸고 있다는 게 백종원도 또 시청자들도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포방터 시장의 돈가스집이나, 이번 청파동의 냉면집, 햄버거집처럼 준비된 이들이라면 백종원도 기꺼이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을 것이고, 시청자들도 즐겁게 그 과정을 볼 수 있을 게다. 물론 이들처럼 완벽하진 않다고 해도 최소한 장사의 기본이나 손님을 대하는 태도 정도는 갖춘 이여야 심정적인 지지의 마음이 생길 테니 말이다.

우리는 한 때 음식점을 소개하는 많은 프로그램들을 비판적인 관점으로 바라봤던 적이 있다. 그것이 돈 받고 하는 음식점 홍보 프로그램의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음식점 정보를 알려준다는 명분이 사실은 장사를 위해 방송을 활용했고 그래서 시청자도 거기에 동원되었다는 사실이 주는 불편함이 들어 있다. 즉 음식점이 직접 소개되는 방송은 그 자체로 수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집이 방송에 등장하는가는 중요하다. 납득되지 않고 충분히 공감가지 않는다면 논란과 구설수는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반면 냉면집 같다면 얼마든지 그 솔루션의 과정이 즐거울 수 있다. 백종원도 시청자들도.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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