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뻔한 성장 예능, 너무 익숙한 체험 예능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국내 최초 리얼 물질 버라이어티’라는 부제가 인상적인 채널A <무작정 풍덩하라 워터걸스>는 바다를 터전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살아가는 ‘바다 인류’의 삶을 체험하는 리얼리티 예능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배우 김지영과 최여진, 김희정, 개그우먼 홍윤화, 우주소녀 다영 등 모처럼 여성 출연진으로만 꾸려진 예능이란 것 또한 눈에 띄는 특색이다. 이들의 첫 번째 미션은 제주도 물질과 해녀문화를 경험하는 해녀 도전기. 방송사상 진짜 해녀 되기에 도전하는 첫 프로그램이라고 선전해서 단순히 해녀 예능인줄 알았으나 원대한 꿈을 품은 제작진은 첫 시즌만 제주 해녀이고, 다음 시즌에선 인도네시아 해상부족, 일본 오키나와의 해남(海男) 등 해외 문화도 체험하고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드물게 편성된 여성 예능인데다, ‘바다’라는 늘 기본은 하는 풍광을 보여주는 야외 예능이지만 벌써부터 볼거리에서 한계가 느껴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예쁜 여자 연예인들이 힘을 합쳐 해녀로 거듭난다는 기본 줄거리가 너무 평이하기 때문이다. 출연진이 한 가족처럼 똘똘 뭉쳐서 미션을 완수하며 성장하는 스토리는 조금 예전 스타일의 공식이다. 어떻게든 성장할 것이고, 멤버들은 막역하게 친해질 것이다. 너무나 많이 봐온 관찰예능 시대 이전 버전의 리얼리티 문법이다. 게다가 시즌제이다보니 호흡도 빠르다. 3회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이미 엄청나게 친해졌고, 속성으로 성장한다.



<워터걸스> 첫 회에서 수영장에서 실력을 점검하고 제주도로 의기양양하게 떠났다가 첫 물질 체험에 실패한다. 마음을 다잡고 해녀학교에서 체계적인 이론수업과 실전훈련을 통해 기초를 익하고 나서 해녀 선배들과 함께 물질에 나서서 조금씩 가능성을 보인다. 오름을 오르면서 체력단련을 하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통해 체계적인 다이빙 연습을 하고 보말에서 성게, 소라 문어로 계속 난이도를 높이며 미션을 수행한다. 물론 위기와 갈등도 있다. 맏언니 김지영은 물공포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119구조대를 통해 응급실을 찾게 되고 하차의 기로에 서지만 동생들의 격려와 응원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수영이 되는 김희정은 공식 에이스 최여진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면서 또 한 축의 이야기를 쌓아간다.

모두가 열심히 하고, 선하고, 의미도 있지만 재미가 없다. ‘왜’가 빠졌기 때문이다. 일종의 문화 체험인데 출연진들이 왜 물질을 나서야 하는지 방송 섭외 이외의 차원에서 설득할 수 없다. <도시어부>의 경우 취미라는 즐거움이 있지만 물질은 공감대나 로망을 자극하는 레저라고 보긴 힘들다. 대중적이지도 않다. 시청자들이 극에 끼어 들 여지가 많지 않다. 전혀 연결고리 없던 멤버들이 하나의 가족처럼 친해지는 과정과 열심히 하는 모습, 함께 극복해나가면서 얻는 보람과 환희가 재미로 변환되길 바란다면 적어도 2010년대 초중반에 나왔어야 할 기획이다.



볼거리로서 압도하는 무엇도 부족하다. 제주도나 해녀나 시각적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물질은 <섬총사>, <백년손님> 등등 여러 예능에서 많이 봤던 장면들이고, 바다는 <정글의 법칙>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차의사를 밝혔다가 감동의 도전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은 <진짜 사나이>에서 많이 본 것인데, 군대라는 설정이 보다 감정이입에 있어서 설득력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몸매나, 해녀 어머니들과의 정, 제주도의 싱싱한 해산물 먹방과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과 오름에서 즐기는 빅볼 엑티비티 등은 킬러콘텐츠가 되기엔 너무 익숙한 소재다.

<워터걸스>의 출발은 이색적이었다. 그러나 체험예능은 정말 손에 닿지 못하는 것을 대리 체험하는 즐거움을 주든지, 혹은 시청자들과 교감을 누릴 수 있는 피부에 밀접한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단편적인 성장 스토리 속에 소위 말하는 ‘하이텐션’, 좋은 분위기로 일관하다보니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다려지게 만드는 궁금증이 떨어진다. 어쨌든 즐겁고 어떻게든 해낼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해녀가 되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고 해내야 하는 이유가 와 닿지 않고, 해녀의 라이프를 경험하고 싶도록 만들거나 경외하도록 만들거나, 혹은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는 완전히 개방된 서사구조가 아니다보니 리얼리티를 좇는 재미 또한 높지 않다. 난이도를 높여가는 미션 수행 형식의 리얼 버라이어티는 요즘 리얼하다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따라서 <워터걸스>가 더한 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다 자연스럽고 보다 공감할 수 있는 조금 더 라이프스타일 차원에서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해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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