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죽었는데... ‘SKY캐슬’ 부모들은 왜 이럴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안타깝게도 혜나(김보라)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혜나의 죽음으로 인해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은 본격적으로 이른바 대한민국 0.1%라는 이들의 겉만 번지르르한 실체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머리를 다쳐 곧바로 수술에 들어가야 했지만, 병원장 손자의 수술을 해야 한다며 혜나를 타 병원으로 이송시키라 명령한 강준상(정준호). 그는 환자를 보는데 있어서도 권력이 우선이었다. 의사 가운을 입고 잔뜩 위세를 떨고 있지만 그 실체는 당당하지 못한 욕망덩어리라는 것.

강준상이 죽음에 이르게 만든 혜나는 그러나 다름 아닌 자신의 숨은 딸이었다.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그런 선택을 한 강준상은 향후 이 진실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 이미 혜나가 강준상의 딸이라는 걸 알고 있는 시청자들로서는 이 아이러니한 선택을 보며 혀를 끌끌 찾을 게다. 제 욕망이 제 발등을 찍는 강준상의 모습이 아닌가.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겉만 번지르르한 저들의 실체를 그려내는 인물은 다름 아닌 한서진(염정아)이다. 그는 잘 나가는 의사 아내에 전교 1등 하는 아이의 엄마지만, 그 실체는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욕망을 위해 뭐든 하는 인물이었다. 본명인 곽미향을 버리고 한서진이 된 것도 그런 이유. 그는 그렇게 속인 채 강준상이 사귀던 혜나의 엄마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한서진이 딸의 입시 코디네이터인 김주영(김서형)을 위험한 인물이라며 경계하면서도 결국 전교 1등을 만들어내자 그를 믿는다고 말하는 모습에서도 그가 얼마나 표리부동하며 또 욕망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인물인가를 잘 드러낸다. 그는 김주영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며 딸을 다시 맡아달라고 하고서, 그게 성사되자 나오며 입가에 미소를 띠우는 인물이다.



혜나의 죽음은 한서진의 이런 면을 또다시 드러내게 만든다. 그 날 혜나가 딸 예서(김혜윤)와 다퉜다는 사실을 알고는 혹 딸이 혜나를 죽인 게 아닌가 의심하는 한서진은 증거가 될 수 있는 혜나의 핸드폰과 노트북을 망치로 때려 부숴 청소차에 버리는 ‘증거인멸’을 했다. 그리고 그 날 혜나가 이복자매라는 사실을 말하며 예서와 싸우는 장면을 목격했던 진진희(오나라)를 찾아가 괜스레 살갑게 굴며 그 사실을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게다가 김주영과 만난 한서진은 이 사건에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나누고, 엉뚱하게도 황우주(찬희)가 용의자가 되어버린다. 자신의 아이가 살 수 있다면 다른 아이의 희생은 당연한 듯 선택하는 한서진. 이 모습은 한 명의 어른이 아니라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의 모습이었다.



혜나의 사망 때문에 모인 SKY캐슬의 부모들이 모여 집단으로 머리끄댕이를 잡고 드잡이를 하는 풍경은 그 괴물의 실체를 제대로 드러낸 풍자적 장면이 되었다. 평소 근엄한 척, 우아한 척 했던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아이만을 지키겠다는 이기심에 다른 집 아이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게 드잡이로 이어진다. 저만 살아남기 위해 하던 볼썽사나운 짓들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수임(이태란)이 “아이가 죽었는데...” 어른들이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하는 일갈은 그들의 실체를 실감하게 만드는 통쾌한 면이 있었다.

한서진은 필요하면 악마와도 손을 잡기도 하고, 다른 아이를 희생양으로 삼기도 하는 모습으로 ‘SKY캐슬’이 겨냥하고 있는 저들의 실체를 제대로 풍자하는 인물이다. 번지르르한 말들로 포장되지만 화가 나면 불쑥 튀어나오는 “아갈머리를 찢어버린다”는 상스러운 말이 그 실체인 괴물. 그가 어디까지 밑바닥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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