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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설득력 원한다면 박신혜 시선으로 현빈을 보라
기사입력 :[ 2019-01-13 14:22 ]


‘알함브라’, 그나마 현빈 옆에 박신혜가 있어 참 다행이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는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초반 거세게 밀어붙인 놀라운 상상력과 스토리들이 만들어낸 힘은 지금도 충분히 드라마의 추진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호기롭게 밀어붙인 이 게임과 현실이 중첩되는 놀라운 이야기는 이제 그 이유들을 밝히고 어느 정도 시청자들을 납득시켜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물론 판타지 장르가 모든 걸 상식적으로 설명해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야기의 논리 속에서 어떤 룰들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너무나 자의적인 세계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그 세계와 사건에 대한 설명을 유진우(현빈)의 내레이션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사실 자체라기보다는 그의 추리다. 아마도 그랬을 거라는.



유진우는 게임과 현실이 뒤틀리기 시작한 것이 그라나다의 카페 알카사바에서 시작됐다고 추리한다. 게임 속 무기를 무력하게 하는 능력을 가진 엠마(박신혜)가 있는 그 공간에서 마르꼬(이재욱)가 칼로 정세주(찬열)를 찔렀고 그걸 엠마가 보게 되면서 현실과 게임이 중첩되어 버렸다는 것. 유진우의 추리지만 이 설명은 다소 논리적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이야기다. 여전히 왜 그 상황이 그런 오류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설명은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런 일이 왜 하필 정세주와 유진우에게 벌어졌는가에 대한 설명도 아직 되어있지 않다. 게임 속에서 죽은 마르꼬와 차형석(박훈)이 사이버 좀비가 되어 계속 공격하는 이유 또한 궁금한 대목이지만 빠져있다. 즉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게임과 현실이 중첩되고 그래서 벌어지는 사건의 양상은 대단히 흥미롭지만, 그것이 왜 그렇게 된 것인가에 대한 설명은 잘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앞으로 단 몇 회 분의 분량 속에서 그것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이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어떤 완성도를 갖추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부족한 설명을 채우는 인물로서 정희주(박신혜)라는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유진우가 게임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현실 속에서도 사투를 벌이는 그 모습은 외부인이 바라보면 그저 ‘미친 자’의 행동처럼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실감을 주는 건 바로 그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눈으로 바라봐주는 정희주라는 존재 때문이다.

명동 한 복판 어느 주점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유진우를 찾아간 정희주는 그의 온 몸에 난 상처를 보면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표정을 보여준다. 정희주의 유진우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그 시선은 그래서 시청자들을 같은 입장으로 몰입시키는 면이 있다. 물론 유진우가 이 오류가 난 게임을 해결하고 세주를 찾는데 있어 중요한 단서들을 주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논리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를 믿게 만드는 게 가능해지는 건 ‘사랑’이라는 이성으로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때문이다. 정희주는 유진우를 사랑의 감정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가 겪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믿는 걸 증명하라”며 유진우가 정희주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은 그래서 사랑과 믿음에 대한 이런 의미들을 담고 있다고 보인다.

그래서 정희주의 시선이 중요하다. 그의 시선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면 이 비현실적인 세계를 어느 정도는 믿으며 바라보게 된다. 물론 남은 몇 회 동안 이 비현실적인 세계가 어떤 논리로 굴러가는가를 납득시키는 일은 중요한 숙제가 되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흘러온 이야기를 우리가 몰입하게 된 요인 중에는 정희주라는 인물이 있었다는 걸 간과할 수는 없다. 유진우 옆에 정희주가 있어, 그 사랑의 이름으로 이 비현실조차 우리는 빠져서 볼 수 있었다는 것.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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