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울고 싶어 본다? ‘하나뿐인 내편’의 코미디와 신파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이 시청률 41.6%(닐슨 코리아)를 넘어섰다. 주말드라마의 시간대에는 뭘 걸어도 높은 시청률을 낸다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챙겨보는 충성도 높은 시청층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어째서 이토록 뻔한 이야기에 출생의 비밀이나 신파를 섞은 드라마를 그래도 보는 걸까.

<하나뿐인 내편>은 마치 1970년대로 되돌아간 듯한 이야기를 반복한다. 기사 일을 하는 강수일(최수종)이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걸 알게 된 김도란(유이)이 남모르게 부녀의 정을 쌓아가다 결국 장다야(윤진이)에게 들키고 그 사실을 왕진국(박상원)에게 폭로하면서 강수일이 눈물로 사죄하고 떠나는 장면은 그 흔한 출생의 비밀과 최루성 신파를 그려낸다.

장다야가 다시 오은영(차화연)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자, 며느리 김도란을 외투도 입을 새 없이 집밖으로 내쫓는 장면은 그 옛날 며느리 구박하는 시어머니의 모습 그대로다. 김도란이 그렇게 벌벌 떨며 아버지 강수일의 집을 찾아오는 장면이나, 딸을 위해서 시어머니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애끓는 목소리로 “도란이는 죄가 없다. 전부 저의 잘못”이라 말하는 장면 또한 1970년대 드라마에서 봤을 법한 장면이다.



게다가 나홍실(이혜숙)이 자신의 아들 장고래(박성훈)가 성 소수자인 줄 오해하고 그래서 김미란(나혜미)과 결혼하겠다고 하자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며느리를 맞는 이야기는 거의 콩트 코미디에 가깝다. 성 소수자라는 오해 때문에 며느리 앞에서 절절 매는 시어머니가 뭐라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모습은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인 며느리 구박하는 시어머니 오은영과 대비를 이루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역시 고부갈등을 다루던 옛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장면들이다.

여기에 인지장애 증상이 있어 도란을 60년 전 죽은 동생 명희라 착각하며 툭하면 시어머니와 장다야의 머리채를 잡는 대륙(이장우)의 할머니 박금병(정재순) 같은 캐릭터도 어디선가 많이 봤던 인물이다. 인지장애 증상이지만, 그 장면은 구박받는 며느리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주려는 의도적 설정이다.

<하나뿐인 내편>은 사실상 그 끝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한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걸 보게 만드는 힘은 코미디와 신파를 오가며 적절히 시청자들의 감정을 밀고 당기는 그 효과에 있다. 완성도나 작품성으로 보기는 어려운 드라마지만, 드라마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적 효과로 보면 40%를 넘기는 시청률이 이해된다.



이것은 주말드라마의 목적성이 새로운 작품이나 시도가 갖는 완성도가 아니라, 뻔해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그 감정 상태를 이끌어내는 효과에 있다는 걸 말해준다. 시청자들은 <하나뿐인 내편>이 너무 웃기고 슬퍼서 본다기보다는, 웃고 싶고 눈물 흘리고 싶어 이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이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지금의 나이든 세대(이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들이 갖고 있는 감정상태와 욕구들이다. 해체된 가족주의 속에서 과거와는 다른 가족 내 위치를 갖게 된 어르신들이라면 이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한 드라마의 이야기가 남다른 감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버지 챙기는 딸이나, 딸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 같은 신파적 설정에 울고, 콩트 코미디 같은 상황들에 웃음이 나는 것. 이것이 그나마 <하나뿐인 내편>이 가진 미덕이라면 미덕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