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솔루션 없는 피자집, 통편집 고로케집, 눈물의 냉면집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청파동 하숙골목편은 결국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피자집에 솔루션을 주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또 프랜차이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고로케집은 통편집 됐다. 짧게 편집돼 나온 고로케집은 ‘솔루션 촬영 대신 이후 백대표와 사장님은 장사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라는 자막으로 마무리됐다.

사실상 청파동 편은 끝난 것이지만, 찜찜함은 여전히 남았다. 피자집은 그나마 시식단의 평가를 받고 단 한 사람도 재방문 의사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 ‘솔루션 포기’ 결정이 난 것이라 나름 정리된 면이 있었다. 백종원은 솔루션보다 더 중요한 게 ‘마인드’라는 이야기를 해주며, 자신의 생각보다 손님의 생각을 들여다보려는 마음을 먼저 가져야 한다고 조언을 해줬다.

하지만 고로케집은 “대화를 나눴다”고 자막으로만 고지됐을 뿐, 논란에 대한 속 시원한 이야기를 전해주지 않은 채 마무리 됐다. 이럴 거면 피자집이나 고로케집 같은 음식점을 왜 섭외했는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지만, 백종원은 방송을 통해 그것이 일부러 섭외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특정 골목을 헌팅하고 생각보다 섭외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음식점을 섭외하다보면 이런 저런 음식점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 그 상황이 이해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통편집 되다시피 한 고로케집은 여전히 찜찜함을 남겼다.



그나마 이번 편에서 다행스럽게 여겨진 건 43년 동안 냉면 외길인생을 걸어왔던 냉면집 사장님과 남의 집 쓰레기통까지 뒤져가며 연구에 연구를 해왔던 버거집 사장님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는 사실이다. 버거집 사장님은 테이의 에그마니버거를 배워와 거기에 패티를 넣어 만든 자신만의 ‘지못미 버거’로 시그니처 메뉴를 성공시켰다. 먹다보면 입가에 음식들이 자연스럽게 묻게 되지만 그래도 먹게 된다는 의미에서 ‘지못미 버거’라 백종원이 이름 붙인 그 버거는 손님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겨울이면 하루에 몇 개 나가지도 않던 냉면집은 이제 몰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일정한 맛을 지키는 일’이 중대한 과제가 된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됐다. 결국 백종원의 조언대로 하루 100 그릇으로만 한정해 냉면을 팔겠다고 결심하는 것으로 냉면집은 해결책을 찾았다. 그 이상 만들다 보면 맛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게 되고, 그건 결국 손님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이미 경험해본 백종원을 통해 듣게 되면서다. 장사가 잘 되는 집도 그걸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끝없이 있어야 한다는 걸 냉면집은 보여줬다.

프로그램 말미에 인터뷰를 통해 백종원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버거집 사장과 냉면집 사장의 모습은 훈훈한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장사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게 장사가 아니라고 말하는 버거집 사장님은 눈물로 감사를 표하며 늘 싱글벙글 웃는 얼굴 뒤에 숨겨져 있던 그간의 고생을 드러냈다. 백종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예민하게 듣고, 냉면 장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냉면집 사장님 역시 그간의 고생을 떠올리며 아이처럼 펑펑 눈물을 흘렸다.



어쩌면 이 눈물들이 바로 성공하는 가게의 숨겨진 비결일 게다. 제아무리 기회가 주어져도 그걸 잡을 수 있는 건 그만한 노력과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이었다. 피자집과 고로케집의 찜찜함이 남지만, 버거집과 냉면집의 진정성이 더 짠하게 다가온 이유였다. 출연하면 모두 대박집이 되는 게 아니고,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출연 자체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이번 편은 확연한 대비를 통해 보여준 면이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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