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L코리아', 배우들이 좋아하는 이유[대담2]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연기자들이 온전히 연기만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것은 'SNL코리아'가 갖는 최대의 강점이다. 사실 연기자들은 드라마나 영화 바깥으로 나오면 방송에서 억지로 웃기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해야 했다. 하지만 'SNL코리아'는 바로 그 연기자라는 장점을 극대화함으로써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연기자들은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다. 'SNL코리아' 유성모 PD를 통해 프로그램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눠봤다. (대담: 유성모 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저는 가 출발한다고 했을 때 빤하기는 하나 신동엽이나 차태현, 아니면 차승원 같은, 야한 이야기를 던져도 그다지 비호감으로 다가오지 않는 스타들이 출연하지 않을까 했어요. 그런데 장진 감독님 때문인지 연기자, 배우들이 주가 되네요?

정덕현: 지금 연기자들이 나와서 코미디를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반 개그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웃음의 포인트가 달라요. 일반 개그는 서로 치고 받으면서 웃음을 주는 반면 이 프로그램은 완벽한 연기를 통해서 웃음을 주잖아요. 김주혁 씨가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연기를 하는데 그 상황이 웃음을 주니까 마치 영화에서 웃긴 장면이 나왔을 때 자연스레 웃게 되는, 바로 그런 거죠.

정석희: 방청객의 역할이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크지 싶어요. 연극배우가 관객이 어떻게 호응하느냐에 민감히 반응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겠죠. 예를 들면 2회 때 공형진 씨가 약장사 역할을 했을 때 방청객 반응이 별로 없으니까 약간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거든요. 그리고 방송 후에 나름 여론 조사를 해봤는데 신기하게도 코너마다 호응도가 엇갈렸어요. 심지어 김주혁 씨와 공형진 씨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요. 사람의 취향이 정말 다양하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제작진이 어디에 입맛을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덕현: 호스트에 따라 맞춤 대본을 만드나요? 아니면 대본을 따로 만들고 그것을 호스트가 받아서 그냥 연기를 하나요?

유성모: 일단 저희가 준비해 놓은 게 몇 가지 있어서 그것을 호스트에게 보여주고 선택하게 하죠. 그리고 호스트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반영해서 다시 만들어 주기도 하고요.

정석희: 저는 1회 때 아이디어 회의가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PD님의 실제 모습이 반영된 게 아닐까요?(웃음)

유성모: 그건 좀 과장된 면이 있어요. 누가 그렇게 대본을 가지고 작가를 때리겠어요.(웃음)

정덕현: 그런데 웃으면서 때리는 게 마치 실제 상황 같았어요.(웃음) 멀리서 보면 코미디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거죠.(웃음) 대본은 몇 명의 작가가 쓰나요? 그리고 영화감독으로서의 장 진 감독님은 우리가 알고 있지만 그 분의 코미디 코드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그분이 이 를 맡았을 때의 기대효과는 무엇이었죠?

유성모: 대본은 장진 감독님과 세 명의 작가가 쓰고 있습니다. 장진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주고 최종 감수도 해 주고 있죠. 사실 ‘위크엔드 업데이트’가 이렇게 좋은 반응이 올지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다 장진 감독님 덕입니다. 배우의 모자란 부분을 디테일하게 잘 채워가며 이끌어주실 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 연기도 잘 하시고 스타일이 좋으셔서 여자 분들이 많이 좋아하시더라고. 그래서 나중에 이분을 아예 호스트로 세울까 하는 계획도 있어요. 는 연극이자 영화이자 방송이잖아요. 이 세 가지를 다 해본 사람은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장진 감독님밖엔 없다고 봐요. 장진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하긴 했겠죠. 그러나 색은 확실히 다를 거예요. 방송계의 명성 있는 어떤 분이 했더라면 아무래도 크루에 유명 개그맨들도 좀 나오면서 그 느낌은 또 달라졌겠죠? 미국 같은 경우엔 주로 개그맨이 나와서 하잖아요. 호스트 캐스팅에 있어서는 그레이드와 탤런트를 좀 따졌고요, 나중에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배우 자체의 의외성이 또 있어야 될 것 같더라고요. 무엇보다 도화지 같이 깨끗한 사람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정석희: 3회 호스트 김인권 씨 같은 사람인가요?

유성모: 네, 김인권 씨도 코미디 연기로 나름 정평이 나있지만 예능에 나온 적은 별로 없잖아요. 다행히도 예능 쪽으로도 이미지를 소모시키고 싶다 하셔서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 하신 거죠.

정덕현: 이 프로그램 포맷 자체의 힘이 크잖아요. 사람들이 누가 나온다고 보는 게 아니라 이니까 그냥 보는 거죠. 다들 이렇게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가 사람들이 보통 게스트 중심으로 채널을 선택하거든요. 누가 나오면 보고, 아니면 안보는 식이요. 그러나 은 접근 방식이 그런 면에서 다른 겁니다. 별로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이지만 던져 놨을 때 뭔가 확 달라지는 그런 사람들을 끄집어내야 할 것 같아요.

유성모: 일반 토크쇼에서는 호스트의 사적인 부분까지 공개해 주기를 원하는데 이런 점을 불편해하는 호스트들이 있어요. 저희 프로그램은 그와 달리 그냥 연기하고 웃자고 하는 거니까 호스트 입장에서는 부담이 덜 하죠. 그러나 일반 토크쇼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와서 토크만 하면 되는 건데 저희는 준비 과정부터 끝날 때까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느낌이에요. 예를 들어 리딩부터 시작해서 야외촬영, 테크니컬 리허설, 화보촬영까지 너무나 많은 부분을 함께 신경 쓰고 준비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 프로를 예능이라고 생각 했다가 나중에 깜짝 놀라세요.




정석희: 중간, 중간 보이는 화보도 미국판 못지않게 아주 훌륭하더라고요.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제작비와 제작진일 텐데요.

유성모: 네, 그렇죠. 일단 프로그램 제작만 해도 미국은 참여 인원이 400명인데 비해 저희는 100명 정도입니다. 사진 같은 경우, 단 몇 초 나가지만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서 다 모아서 나중에 사진전을 열 계획도 있어요. 최고의 스태프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에요.

정덕현: 보통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 평소에는 잘 못하더라도 막 웃겨야 되는 상황이 되잖아요. 하지만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은 웃기지 않더라도 노래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가수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었죠. 마찬가지로 이 프로그램은 마치 ‘나는 연기자다’라는 느낌일 것 같아요. 굳이 다른 예능처럼 웃기려 하지 않아도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의 최대치를 다 보여줌으로써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또 즐거움을 주는 거니까요.

정석희: 뮤지컬 게스트로 김창환 밴드까지 나오니까 또 그 쪽으로도 기대치가 생기더군요.

유성모: 이번 10월에 NBC에 갔을 때 당시 호스트가 알렉 골드윈 이었고 뮤지컬 게스트가 라디오헤드였어요. 세상에, 라디오 헤드가 예능프로그램에서 아무렇지 않게 노래를 하고 있는 거예요.

정석희: 우리나라로 치면 조용필 씨가 나온 거네요.

유성모: 그렇죠. 그래서 저도 요즘 미국 쪽 상황을 전하면서 뮤지컬 게스트들을 섭외하고 있어요.(웃음) 솔직히 호스트며 뮤지컬 게스트까지, 대단한 분들을 모시고 매주 생방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참 힘이 들어요. 심리적 압박감도 심하고요. 배우들 또한 시작하기 전에 두려움을 많이 느낄 것 같더라고요.

정석희: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인생의 기회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저는 돌발적인 행동이나 발언을 하는 관객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럴 때 딱히 제재할 어떤 장치가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유성모: 저희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모든 프로그램이 안고 있는 고민거리죠. 돌발 상황에 대비해서 신속히 대치할 VCR을 준비해두고 있고요. 프로그램 특성상 무대에 주로 집중하기 때문에 관객의 리액션, 특히 개인을 집중해서 비추는 경우는 드무니까 그런 걱정에서는 자유로운 편입니다. 물론 경호팀을 철저히 배치하고 있어요.

정덕현: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 같은 것은 없나요?

유성모: 외국에서 포맷을 사오면 대개 ‘바이블’이라는 것이 따라 오고 그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데 저희는 그런 것이 없어요. 아마 너무 잘 알려진 프로그램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세트도 어떠한 지침도 없는 상태이죠. 미국 같은 경우 그랜드 센츄럴 역을 배경으로 했는데 일본은 단순히 쇼 무대처럼 꾸몄잖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 메인 세트는 1920~30년대의 근대건축,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나 서울역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얼마나 크게 제약을 받지 않느냐 하면요. 스페인과 이탈리아, 일본에서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스페인은 목요일에 방송되고 있어요. 이름은 ‘Saturday Night Live’인데 정작 방송은 목요일이라니, 당황스럽죠.(웃음) 그리고 일본 후지TV는 공중파임에도 불구하고 스폰서 노출이 심하더라고요. 세트 전체가 빨갛고 ‘코카콜라’ 오브제가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이었어요.

정석희: 여기는 ‘서울우유’잖아요. 사실 전 ‘서울우유’ 마크를 보는 순간 초등학생 아이들의 급식용 우유가 떠올라서 좀 난감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적합한 스폰서는 아니라는 생각이......(웃음)

정덕현: 저는 그 우유가 오히려 에로틱 하다고 생각했는데요?(웃음) 어쨌든, 앞으로 더 재미있어지나요? 기대해도 될까요?

유성모: 당연합니다. 준비 해놓은 게 아직 많고 음으로 양으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으니까요. 안팎으로 기대도 크고 그만큼 지원도 전폭 받고 있는 상황인지라 어깨가 무겁지만, 저희가 내용적으로 보나 규모로 보나 뭔가 해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발전과 변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pilogue
어찌 보면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조금 다른 성격의 이지만 그것을 별다른 이물감 없이 잘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가 거둔 성과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사실 콩트 코미디라는 조금은 올드한 형식이 이토록 신선하고 감각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뉴욕에 어울릴 법한 댄디한 외모와 달리, 인터뷰 내내 수줍고 정감 가는 면모를 보여준 유성모PD는 뉴요커 스타일과 우리식의 푸근함이 섞여있는 를 그대로 닮아보였다. 어쩌면 그 속에 날카로운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과 한없이 즐거워지려는 유쾌함이 깃들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담 :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 : 정주연 기자
사진 : 전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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