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엔딩에 특히 대중들이 실망한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두고두고 ‘용두사미 드라마’라는 불명예가 따라다닐 것 같다.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버그를 제거하고 사라진 유진우(현빈)가 게임 안에 살고 있다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버그가 제거된 게임은 1년 후 정식 오픈되어 거리 풍경을 바꿔놓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고, 정희주(박신혜)는 이제는 포기하라는 박선호(이승준)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진우를 기다렸다. 언젠가 그가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은 채.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결말. 그 자체로도 속 시원한 결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엔딩에 이토록 대중들의 실망이 쏟아진 건, 후반부에 이르러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할 수 있는 ‘납득할만한 상황 설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실패는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온 현실과 게임의 중첩이 어째서 벌어지게 됐는가가 잘 납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가 초중반까지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건 갑자기 게임이 현실이 되어버리고, 게임에서 죽은 차형석(박훈)이 사이버 좀비가 되어 계속 유진우(현빈)를 공격해온다는 ‘놀라운 상상력’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게임을 만든 사라져버린 정희주의 동생 정세주(찬열)를 찾기 위해 유진우가 게임에 빠져들고, 그렇게 레벨을 높여 결국 그를 만날 수 있는 열쇠를 얻게 되는 과정까지도 흥미진진했다. 매가 전해준 퀘스트를 깨기 위해 그라나다로 날아가 알함브라 궁전에서 던전에 들어가는 대목도 그랬다.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동맹을 맺었던 비서 서정훈(민진웅)이 나타나 그를 돕고, 그를 위협해오는 차병준(김의성)에게 동맹을 맺음으로써 유진우와 그가 공동운명체가 된다는 이야기도 시청자들이 열광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런 열광은 최초의 버그가 생겨나는 대목에서부터 조금씩 꺾이기 시작했다. 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엠마(정희주)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마르꼬(이재욱)가 정세주(찬열)를 칼로 찌르는 그 순간 버그가 생겼다는 것. 이것은 드라마가 일방적으로 만들어놓은 상황설정이지 납득할만한 설명은 아니었다. 정세주가 어떤 존재이기에 이런 특별한 상황이 만들어졌는지 드라마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 상황은 유진우도 마찬가지다. 유진우는 차형석과 대결을 벌이고 게임을 하다 죽은 그가 진짜 사체로 발견되면서부터 현실과 게임의 중첩을 겪게 된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기타 선율이 흐르며 사이버 좀비가 된 차형석이 나타나 공격하는 악몽이 시작되는 것. 하지만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드라마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드라마가 답변으로 내놓은 건 막연하게 ‘버그’라는 것뿐이었다. 버그라면 어떤 버그인지, 그 버그가 왜 생겨나게 되는 것인지 판타지 드라마라도 드라마 내적인 논리는 있었어야 했다. 하다못해 세주라는 인물이 어딘가 특별난 경험을 했거나, 이 게임 자체에 신비한 마법이 깃들었거나 했다는 식의 논리라도.

그런데 이런 설정은 후반부에 갑자기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건 마치 상황정리를 위해 ‘그건 마법이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맥빠지게 내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초반부에 복선처럼 깔아뒀어야 가능한 설정이다. 그러니 어째서 현실과 게임이 중첩되는가에 대한 논리를 제대로 만들어놓지 못한 드라마는 후반부로 갈수록 궁색해진다.

1년 만에 갑자기 돌아온 정세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는 ‘인던(인스턴트 던전)’에서 숨어 지냈다 왔다 했지만, 게임 유저들을 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마스터에게만 주어진 그 인던이 어떻게 실제 현실에서 그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게 가능해졌는지에 대한 설명을 자신도 하지 못한다. 어쩌다 그렇게 됐다는 것. 게다가 ‘인던’에서 숨어 지냈다지만 현실로 돌아오기까지 그는 도대체 어디서 지냈던 걸까. 여기에 대한 설명도 없다. 다만 돌아온 정세주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로 설명을 피해간다.



사실 후반부에 드라마가 끊임없이 플래시백을 반복하고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방식으로 끌고 감으로써 시청자들이 10회분이면 됐을 드라마를 굳이 16회까지 했냐는 비판을 받은 지점은 뼈아프다. 사실 그 시간에 플리시백이 아니라 드라마는 해주지 못했던 여러 상황들에 대한 설명들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려 노력했어야 한다. 결국 개연성을 거의 포기하다시피한 채 시간만 질질 끄는 듯한 느낌은 시청자들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초반부에 기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엄청난 기대감은 후반부에 그 상상력을 개연성이라는 그릇에 제대로 담아내지 못함으로서 최악의 용두사미라는 실망감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송재정 작가 역시 이런 미진함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을 게다. ‘세상을 바꾸는 마법은, 과학기술이 아닌 사람에 대한 믿음입니다.’ 마지막회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굳이 남긴 자막은 그래서 그저 마법을 ‘믿음’으로서 이 개연성 부족의 드라마를 이해해달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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