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의 따뜻한 해피엔딩, 모두가 제 자리로

[엔터미디어=정덕현] “나만 모르는 내 마음을 봤어요. 진혁씨랑 같이 있던 시간들.. 다 웃고 있어. 내가 그렇게 행복하게 웃는 줄 몰랐어.” 눈 내리는 날 오래된 놀이터에서 진혁(박보검)을 다시 만난 수현(송혜교)은 그렇게 말했다. 진혁이 필름카메라로 찍었던 수현의 일상들. 까르르 웃던 순간들. 수현은 그 사진을 보고 드디어 알았다. 그것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라는 걸.

늘 무표정하게 속마음을 숨긴 채 아무렇지 않은 듯 버텼고, 타인이 아프기보다는 자신이 참는 쪽을 선택해 살아왔지만 그건 진짜 자신이 아니었다. 수현은 어쩌면 진혁을 통해 진짜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진혁에게 이별을 통보했지만, 그는 사랑을 선택했다. “당신은 이별을 해요. 난 사랑을 할게요.” 그 사랑은 결국 수현이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있게 해줬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가 전한 해피엔딩은 모두가 본인이 진짜 원하던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수현이 원한 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었다. 태경그룹 김화진 회장(차화연)은 수현의 눈빛이 늘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말도 행동도 순종적이었지. 하지만 말야. 그 눈빛이 늘 마음에 걸렸어. 뭐랄까. 차수현 눈엔 태경의 힘, 가치, 위엄. 이런 것에 대한 선망이 없었어.” 수현은 진짜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자신으로 살아왔던 거였다.



그런 수현에게 진짜 모습을 찾아준 진혁은 “그렇게 웃고 살라”고 말했다. 수현과의 사랑을 반대했던 엄마에게, “그것 또한 사랑”이라며 자신은 두 개의 사랑을 모두 지킬 거라고 했던 진혁은 결국 말대로 사랑을 지켰다. 엄마는 수현을 찾아와 사과했고, 수현은 자신이 진혁과 헤어지려 한 것이 그와 똑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는 걸 얘기함으로써, 그것이 모두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라는 걸 확인시켰다.

수현의 어머니 진미옥(남기애)은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음으로써 김화진 회장과의 악연을 정리했고, 차종현(문성근)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모든 게 홀가분해진 얼굴들이었다. 교도소 면회실에서 차종현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수현이 비로소 자신의 삶을 찾았다는 사실이 그를 행복하게 했다.

다소 소소한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남자친구>가 다루려 했던 멜로는 우리가 봐왔던 멜로들과는 정반대의 흐름을 담았다. <남자친구>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남녀 구도를 바꿔놓았고, 멜로를 통한 신데렐라식의 신분상승 구도를 뒤집어 평범한 일상으로 내려오는 과정을 담았다. 성장 판타지보다는 일상의 소중함이 새로운 가치가 되어가는 지금의 트렌드를 담은 멜로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과거의 멜로 구도 이야기에서 등장하던 클리셰들(이를테면 반대하는 엄마들 같은)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마음이 느껴지는 드라마였다. 특히 극적인 이야기보다는 깊이 있게 담겨지는 감정선이 중요했던 이 드라마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건 다름 아닌 송혜교와 박보검이었다. 두 사람의 깊은 감정 연기가 있어 같은 장면도 남다른 공기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동화 같고 오래된 필름 같은 따뜻한 장면들로 연출해낸 박신우 PD의 공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그래서인지 드라마들은 갈수록 독해져간다. <남자친구>는 그런 현재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면 정반대로 걸어감으로써 오히려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되었다. 천천히 감정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과정들이 주는 ‘느림’과 ‘아날로그’의 따뜻한 정서랄까 그런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정신없이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잊고 있던 진짜 우리가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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