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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이나영, 경단녀 현실과 신데렐라 판타지 사이
기사입력 :[ 2019-01-28 11:09 ]


‘별책부록’, 경단녀 이나영에 공감하지만 여전한 로맨스 공식은...

[엔터미디어=정덕현] “1년 동안 경력직 구하는데 다 지원했어. 50번도 넘게 면접 봤고. 신입사원 열 명 뽑으면 경단녀는 아예 안 뽑아. 치 내가 집에서 노는 동안 세상이 바뀌었대. 놀아? 내가? 나 안 놀았어. 살림이 어떤 건지 알아? 아침에 밥 차리잖아 그럼 점심 돌아와. 점심 차리잖아? 그럼 저녁이 오고. 저녁 먹이고 설거지하잖아? 그럼 내일 아침이 온다. 그게 살림이야. 어제 냉장고 채워놨는데 오늘 또 채워놔야 되고. 어제 변기 닦았는데 오늘 또 닦아야 되고. 니네는 그게 스펙이 안된다고 하던데. 왜 안돼? 인내, 희생, 배려 다 배웠고 일이 얼마나 간절한지도 배웠는데. 왜?”

tvN 새 토일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강단이(이나영)는 이른바 경단녀(경력 단절녀)다. 하루아침에 위자료 한 푼 없이 이혼을 당해 잘 곳도 없어 철거 예정된 집에 몰래 들어가 살면서도 필리핀에 유학 간 열두 살짜리 딸을 챙겨야 하는 처지. 강단이는 물불 가리지 않고 경력직에 지원했지만 고스펙에 잘 나가던 경력도 끊기고 나니 고졸 신입사원보다 못한 짐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그는 차은호(이종석)가 편집장으로 있는 도서출판 겨루의 연령 제한 없는 업무지원팀에 ‘고졸’로 원서를 내고 들어온다. 강단이가 말하는 ‘경단녀’의 비극은 실제 우리네 사회의 현실인지라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준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로맨스가 사치로까지 여겨지는 힘든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강단이의 출판사 신입사원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삶을 다루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는 로맨스보다는 ‘경단녀’의 절절한 현실에 더 포인트를 맞추려는 듯 보여주지만, 그러면서도 로맨스를 포기한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별책부록’처럼 로맨스가 따라오게 된 강단이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니까.



경단녀의 현실과 신데렐라 코드를 적절히 가져와 변환시킨 판타지 사이에서 이 드라마는 ‘아닌 척’ 로맨스를 담는 줄타기를 보여준다. 첫 회에 구두 한 짝을 잃어버려 다른 한 짝도 버린 채 맨발로 비 오는 거리를 헤매다 취객이 행패를 부리려 할 때 갑자기 등장한 지서준(위하준)이 강단이를 도와주는 대목이 그렇다. 믿기 힘든 상황이지만 자신이 마침 구두를 갖고 있다며 강단이에게 신겨주는 장면은 평이한 신데렐라 이야기를 변주하지만, 강단이는 그 구두가 본래 자기 것이라며 어쩌다 잃었던 구두를 찾아 자신에게 갖다 주게 된 지서준에게 “신데렐라를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마도 이 장면은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멜로드라마가 가진 색깔을 잘 보여주는 것일 게다. 이 드라마는 출판사를 배경으로 거기 고군분투하며 일하는 여러 직장인들의 현실을 담겠다고 ‘기획의도’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별책부록’으로 만들어지는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갈 곳 없는 강단이가 차은호의 집에 숨어 지내다 발각되는 과정이나, 결국 같은 회사를 다니며 만들어갈 사내연애의 예고는 그래서 우리가 흔히 봐왔던 멜로드라마의 공식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멜로드라마가 담는 로맨스는 ‘별책부록’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을 게다. 다소 뻔한 공식들이 반복되지만 여전히 빠지면 서운한 어떤 것. 그래서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제목이 나온 것이겠지만, 드라마는 그래서 현실에 대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공감과 뻔한 멜로 판타지가 주는 실망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 보인다. 강단이의 사정을 알게 된 차은호가 전 여자친구가 운영하는 옷가게를 찾아가 ‘버리는 옷’이라고 챙겨주며 사실은 옷을 사주는 장면은 그래서 “신데렐라를 믿지 않는다”면서 신데렐라 공식을 버리지 못하는 듯한 아쉬움을 남긴다.

과연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제목처럼 뻔한 로맨스가 아닌 현실에 대한 공감대를 전면에서 보여줄 수 있을까. ‘별책부록’이라고 하면서도 자꾸만 어디서 본 듯한 로맨스로 이끌려가는 듯한 모습은 특별할 것 같던 이야기를 자꾸만 평이하게 만들어 버리는 면이 있다. 물론 로맨스가 빠질 수는 없겠지만, 너무 평이한 로맨스의 공식은 자꾸만 아쉽게 다가온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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