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프렌즈’,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내세울 특색이나 별다른 새로움이 없다. tvN 예능 <커피 프렌즈>는 유연석과 손호준이 평소 하고 있던 기부활동을 모티브 삼아 제주도의 한 감귤농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얻은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12월 초부터 시작해 지난 15일까지 촬영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배경으로 삼은 제주도는 힐링, 슬로우라이프를 내세운 예능 콘텐츠에서 너무 많이 소비된 공간이며, 한류 식당, 게스트하우스까지 하는 마당에 커피 등을 앞세운 브런치 카페는 품목부터 소소하다. 기부라는 목적은 예능 설정에서 큰 의미나 재미를 갖긴 힘들고, 스타 연예인들이 특별한 공간에 모여 한시적으로 장사를 한다는 설정도 더 이상 눈길을 끄는 설레는 동화가 아니다.

오늘날 이런 식의 ‘팝업숍 예능’은 하나의 장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줄을 잇고 있다. 음식을 매개로 노동으로 점철된 소소한 일상 속에서 정서적 교감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들 비슷비슷하다. 배우들로만 구성된 출연진이 이색적이긴 하지만 유연석과 손호준, 최지우가 새로운 얼굴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들은 이미 4년 전 <꽃보다 청춘1>이나 <삼시세끼> 등의 나영석 사단 프로그램에서 배역 너머의 인간적 매력을 한 차례 선보인 바 있다. 스타들이 알바생이 되어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도 익히 봐온 장면이다.



그런데도 따뜻하다. 바쁘면 바쁜 대로 한가하면 한가한 대로 반복되는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지켜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손님을 기다리는 그들처럼 다음 주 이야기를 기다리게 된다. 정말 별다른 볼거리가 없다. 당일 장사 준비를 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주문에 맞춰서 음식을 내놓고 손님들과 몇 마디 나누고 테이블을 치우고 설거지하는 반복되는 일과가 계속된다. <효리네 민박>과 달리 포커스는 철저히 종업원들에게 있다. <윤식당>처럼 슬로라이프 제안과 같은 로망을 자극하지도, <삼시세끼>처럼 하나가 되는 밥상을 내세우지 않는데도 따스함, 편안함과 같은 행복의 미소가 피어난다.

우선, 선한 목표를 갖고, 훌륭한 외모를 가진 좋은 사람들이 맑은 표정과 열린 마음으로 예쁜 공간에서 함께 힘을 모아 장사를 하니 익숙함이 판타지의 제약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커피 프렌즈의 공간은 CG가 없을 뿐, 현실의 논리가 제거된 판타지다. 진짜 손님에게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는 카페 운영의 리얼리티를 근간으로 삼지만 인건비, 재료비, 임대료, 각종 경상비의 걱정과 매출 목표와 경쟁에서 자유로우니 진짜 자영업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선한 의도에 맞게 최선을 다한다. 바쁘다고 짜증내는 사람도 없고, 장사가 안 된다고 찌푸리는 사람도 없다. 1인당 1주문과 같은 매너를 안 지키는 손님들에게도 오히려 더 베풀고, 좋은 기분으로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기부를 내세우지도 않고, 메시지를 전달하지도 않는다. 행복한 분위기 설레는 경험 속에서 기꺼이 마음을 열도록 만든다. 유연석이 만든 음식과 손호준이 내린 음료를 최지우 같은 톱 레벨 배우와 주연급 배우 양세종이 땀을 흘려가며 친절한 미소와 예의가 듬뿍 담긴 서비스로 접객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판타지인 셈이다.

따라서 이 판타지를 키워가기 위해서는 방송을 위한 촬영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만드는 자연스러움이 포인트다. 유연석과 손호준이 함께 해오던 기부활동인 만큼 게스트들은 모두 손호준과 유연석의 인맥으로 섭외한다. 처음부터 함께하는 최지우, 양세종은 물론 조재윤과 유노윤호까지 마찬가지다. 기부금을 늘이기 위해 매 회차 새로 업그레이드 된 메뉴를 개발해 오고, 아마추어의 이벤트로 머물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최선을 다한다. 무엇보다 별다른 촬영 분량이 없음에도 영업 전날부터 촬영에 돌입해 귤카야잼, 식빵 만들기부터 설거지 마무리까지 장사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장면들이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하기 위해 필요한 진정성이다. 그렇게 탄생한 프렌치토스트, 흑돼지 토마토 스튜, 귤을 활용한 음료 메뉴들은 등은 쿡방과 먹방의 재미로 나아간다.



<커피프렌즈>는 오늘날 스토리가 강화되고 비주얼이 재미의 한 요소가 되는 시대에 배우들이 펼치는 예능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설정은 평범하지만 모든 것이 선하고, 비주얼이 착하다. 이색적인 신선함과 배역을 소화하는 듯한 자연스러움, 사이드잡의 여유로움은 하나의 캐릭터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선보이는 예능 선수들에게서 나올 수 없는 배우들만의 매력이다. 원래 해오던 기부 활동을 기초로 배우들이 배역을 맡은 듯 전개되니,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야기가 흘러간다. 진정성, 인간적 매력, 일상적인 편안함 등이 어우러진 여러모로 변화한 오늘날 예능의 모습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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