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이 이토록 화력 좋은 드라마가 된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연일 JTBC 드라마 ‘SKY 캐슬’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촬영을 마친 연기자들이 일제히 인터뷰를 하고, 그럴 때마다 그 촬영 비하인드의 내용들이 화제가 된다. 악역의 끝판왕을 보여준 김서형은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본인 스스로도 너무 무서웠다며 김주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사실 꽤 많은 작품들을 해왔고, 그 때마다 자신만의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김서형이었지만 이번만큼 주목받은 적은 별로 없었다. 김서형에게는 김주영이라는 캐릭터가 확실한 하나의 아우라가 되어주었다.

사실 ‘SKY 캐슬’만큼 아역에서 악역까지 모두 화제가 된 드라마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 사실을 증명하는 건 황우주라는 아역 연기를 한 찬희나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던 혜나 역할의 김보라 같은 배우들까지 쏟아지고 있는 인터뷰 기사들이다. 또한 라면 먹으며 울부짖는 신으로 역시 믿고 보는 배우라는 걸 입증한 김병철이나, 똑 부러지는 대응으로 사이다를 안겨준 윤세아, ‘찐블리’라고도 불리게 된 사랑스러운 오지랖 연기를 보여준 오나라와 그와 짝꿍으로 톡톡한 감초 연기를 해낸 조재윤 등등 조역 역시 ‘미친 존재감’을 남겼다.



하지만 이 작품의 중심축은 역시 염정아와 김서형이라고 볼 수 있다. 염정아가 연기한 한서진은 입시 자녀를 앞둔 부모의 비뚤어진 욕망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수십 억을 주고 입시 코디네이터를 아이에게 붙이고, 24시간 오로지 아이의 서울대 의대 합격을 위한 매니저를 자처하는 인물. 한서진을 살아 숨 쉬게 만든 염정아의 연기는 빗나간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이지만 시청자들이 심지어 공감할 수 있을 만큼 깊은 맛이 있었다.

대한민국 상위 0.1%의 빗나간 욕망을 대변하는 한서진이 이 드라마의 전제라면, 그 욕망에 불을 붙이는 역할이 바로 김서형이 연기한 악역 김주영이다.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다는 입시 코디네이터로 김주영이 내미는 유혹적인 사과를 한서진은 덥석 물어버린다. 김서형은 이 캐릭터를 마치 이브를 유혹하는 뱀 같은 형상과 속삭임으로 연출해냈다.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는 대사가 특유의 말투와 어우러져 심지어 유행어처럼 번지게 된 건 이러한 김서형의 연출이 성공적이었다는 걸 말해준다. 물론 이 연기는 조현탁 감독의 음영을 통한 연출에 의해 더 도드라지게 되었지만.



보통 드라마가 초반에 불을 붙이면 중반 이후에 가면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특히 초반의 화력이 워낙 세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SKY 캐슬’이 뒤로 갈수록 화력이 좋아진 데는 드라마 특유의 이야기 구조와 더불어 이를 제대로 구현해낸 염정아와 김서형의 공이 아닐 수 없다.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들이 산다는 곳에 저마다 터질 위험을 가진 욕망의 인물들을 포진시키는 것으로 전반부를 채워 넣는다. 물론 그 전반부도 자살하는 이명주(김정난)의 이야기 같은 강렬한 에피소드를 넣어 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렇게 포석이 어느 정도 완료된 상태에서 ‘혜나의 죽음’이라는 도화선을 당김으로써 연달아 터져나가는 폭발적인 사건들을 이어간다. 이러니 후반부로 갈수록 화력이 세질 수밖에.



김주영을 완전히 믿었다가, 그 실체를 알고는 밀어냈던 한서진이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릎까지 꿇어가며 다시 김주영을 코디로 받아들이는 상황의 반전들이 무리 없이 이해될 수 있었던 건 이 양축을 팽팽하게 만든 염정아와 김서형의 연기 덕분이다. 또 후반부에 한서진이 진실을 밝힐 것인가 아니면 덮을 것인가를 두고 갈등하는 대목과 결국 진실을 밝혀 김주영을 감옥에 보내는 그 과정 역시 이 두 연기자의 연기가 얼마나 만만찮은가를 잘 보여줬다. 그 연기가 맞붙어 낸 화력은 정말 뜨거웠다. 끝까지 활활 타오를 정도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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