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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이 없으니 심심해진 ‘골목식당’, 딜레마에 빠지다
기사입력 :[ 2019-01-31 14:01 ]


‘골목식당’, 자극이 빠지니 식상한 패턴이 도드라져 보인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심심해졌다. 방송 후 시끌시끌하던 잡음들이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떨어졌고, 주목도도 이전과 비교해 약화된 느낌이다. 이렇게 된 건 이번 회기동 벽화골목편에서 전편들에 연달아 등장했던 ‘뒷목 잡는 식당들’이 도드라지지 않아서다. 이른바 ‘빌런’이라 불리기도 했던 식당 사장님이 잘 보이지 않으니 프로그램이 담는 이야기도 심심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편은 워낙 전편부터 쏟아져 나왔던 ‘섭외 논란’ 탓인지, 섭외된 식당들이 훨씬 착해졌다(?). 물론 아직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식당집 주인들이 있었지만, 최소한 그들도 절실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시청자들의 원성을 듣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이번 회기동편에서 고깃집 같은 경우 고기는 특별한 맛이 없었고 갈비탕은 고기의 양은 많은데 국물에 깊이가 없었으며 육개장은 시중에 파는 걸 그대로 내놓고 있었다. 하지만 고깃집 사장님은 욕을 먹더라도 솔루션이 절실한 이유를 토로함으로써 시청자들을 공감시켰다.



사실 닭요릿집은 솔루션이 필요하다기보다는 메뉴를 축소하는 문제를 두고 1대 사장인 아버지와 온전히 식당을 운영하려는 아들의 의견 차이를 조정하는 정도가 솔루션이라면 솔루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낙 손님들도 많고 맛으로도 어느 정도는 검증된 집이다. 백종원은 닭요릿집을 섭외한 이유에 대해 포방터 시장의 돈까스집처럼 이 곳 전체 골목상권을 살려낼 수 있는 대표적인 맛집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닭요릿집 역시 이야기로 보면 다소 밋밋할 수밖에 없는 식당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번 편에 시선을 끄는 건 부부가 운영하는 컵밥집이다. 그다지 특징이 없어 보이는 컵밥에 백종원은 가격이 그리 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첫 시식 후 말했고, 노량진 컵밥과 비교해보기를 권했다. 일주일 후 노량진 컵밥을 직접 먹어본 부부는 전주에 남는 아쉬움이 있다며 백종원에게 자료까지 준비해 프레젠테이션을 해보였다. 내용은 노량진 컵밥보다 자신들의 컵밥이 훨씬 낫다는 것이었고, 가심비를 높이기 위해 가게에서 드시는 손님들에게는 접시에 담아 보기 좋게 만들겠다는 것이었으며 특별한 레시피는 앞으로 연구하겠다는 거였다.



백종원은 대중들은 컵밥하면 ‘노량진’을 떠올린다며 ‘내 기준’이 아니라 ‘대중의 기준’에서 봐야 한다고 강변했다. 본래 “덮밥 같은 컵밥”을 하려 했다고 했지만, 백종원이 지적했듯 그러려면 덮밥집을 했어야지 컵밥집을 할 필요는 없었다. 컵밥이라고 해놓으면 당연히 가성비 좋은 밥을 고객들은 원할 거라는 것. 결국 시식단을 통해 이 집의 겁밥을 이 정도의 비용으로 먹을 것인가를 한번 체크해보기로 하는 걸로 이 날의 솔루션은 끝이 났다.

워낙 여기저기서 논란이 계속 터지고 있어서인지, 이 날 컵밥집의 이야기는 훨씬 순화된 편집을 보여줬다. 백종원이 남편의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비판하자, 바로 상황실에서 그 상황을 보던 아내가 남편을 대신해 변호(?)를 해주는 장면이 교차 편집되며 보여졌다. 또 백종원이 식당을 나간 후 부부가 나누는 진심어린 대화를 넣어 이들이 갖고 있는 고충을 보여주기도 했다. 과거 포방터 시장의 홍탁집 아들이나, 청파동 피자집 사장이 비판받을만한 장면들만 먼저 보여줘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만들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욕먹을 각오’를 하고라도 솔루션이 절실한 사람이 백종원의 솔루션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스토리텔링이 굉장한 힘을 발휘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시청률은 두 자릿수까지 뛰어 올랐고, 매주 화제가 된 상권이 실제로 꿈틀대기도 했다. 하지만 ‘욕먹을 각오’라는 자극적인 지점이 가진 힘은 분명하지만, 이것 때문에 적지 않은 논란과 진통이 이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 나와 ‘욕받이’가 되었던 일부 사장님들이 심지어 개인방송을 만들어 ‘악마의 편집’ 운운하고 있으니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편집이 다소 순해진 건 이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극적인 (어찌 보면 자극적인) 부분은 사실상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욕먹을 만한 식당이 등장하고, 이를 질타하는 백종원과 대립하며, 그러면서 차츰 식당이 변해가고 결국에는 솔루션을 통해 문전성시를 이루는 식당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하나의 정해진 스토리텔링의 패턴이 되어있다. 그러니 이른바 빌런으로 불리는 출연자의 등장은 이 스토리텔링의 전제가 된다. 실제 문제가 있는 식당이든, 아니면 그런 문제들을 먼저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나중에 속사정을 들려주며 변화하는 모습으로 ‘개과천선’의 극적 효과를 내는 식당이든 있어야 이 이야기가 힘을 받게 된다.

이야기가 심심해지면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더 도드라져보이게 되는 건 반복되는 패턴이다. 패턴을 가리고 있던 강력한 자극이 사라지니 이 패턴은 이제 다소 식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건 우리가 막장드라마에서 많이 경험했던 것들이다. 패턴이 정해져 있는 막장드라마는 강한 자극을 통해서만이 그 식상함을 가릴 수 있다. 그래서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게 되는 것. 이건 지금 이 프로그램이 갖게 된 딜레마다. 본래 프로그램이 힘을 발휘했던 그 스토리텔링을 그대로 하려니 논란과 잡음이 쏟아져 나오고, 그렇다고 순화시켜보려니 식상한 패턴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뭔가 색다른 스토리텔링을(사실 이건 프로그램 방식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고민하지 않으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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