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나 봄’, 빵빵 터지는 웃음 없인 공감도 어렵다

[엔터미디어=정덕현] ‘번개 치면 체인지 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이제 그만! 드디어 과학이 시작된다. 들어는 봤나? 양자역학! 양자역학과 신체재생의 과학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MBC 수목드라마 <봄이 오나 봄>의 기획의도만 보면 이 드라마는 뭔가 기존의 ‘체인지’ 장르와는 사뭇 다를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우리가 많이 봐왔던 ‘영혼 체인지’가 아니라 ‘육체 체인지’를 다루고 있다. 몸이 바뀌는 약물을 마신 김보미(이유리)와 이봄(엄지원)은 몸이 간지럽고 기침을 할 때마다 영혼만 바뀌는 게 아니라 몸 자체가 서로 바뀐다.

그런데 기획의도에 담긴 ‘과학’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막연히 그런 약물이 있다는 설정이고 그걸 그럴 듯하게 영상으로 담아내기 위해 공을 들인 흔적도 별로 없다. 물론 이건 설정이니 이러한 판타지 드라마가 전제하는 하나의 룰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건 기침 할 때마다 실제 몸이 바뀌어버리는 김보미와 이봄이 겪게 되는 상황이 얼마나 재미있고 의미 있는가 일 게다. 판티지에 코미디라는 또 하나의 장르적 축을 갖고 있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몸이 바뀐 상황에 만들어지는 빵빵 터지는 웃음이 중요한 관건이다.

하지만 <봄이 오나 봄>은 생각만큼 빵빵 터지지 않는다. 물론 어딘지 싸가지 없고 쌈닭으로 앵커의 자리까지 올랐을 것으로 보이는 김보미와, 한때는 톱배우였으나 은퇴해 정치인의 아내로 내조하며 살아가는 이봄의 상반된 캐릭터가 서로 바뀌었을 때 만들어지는 소동극은 웃음의 포인트가 된다. 이를테면 앵커 자리에 이제 막 앉게 되어 뉴스를 해야 하는 김보미가 육체가 바뀌어 이봄이 되어버리고, 대신 조신하게만 살아온 이봄이 그 앵커 역할을 어눌하게 하는 대목은 웃음을 줄 수 있다. 또 늘 괄괄하게 살아왔던 김보미가 이봄이 되어 가족들 밥상 차리고 아이 챙기는 일을 마지못해 하는 모습도 우습다.



또 이렇게 바뀐 인물들을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웃음 포인트다. 전날에는 조신했던 사람이 다음 날에는 괄괄해지는 그 변신의 변신은 주변 사람들을 황당하게 만든다. 그래서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은 의구심마저 갖게 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바뀐 몸의 두 사람이 상대방의 역할을 수행하려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 연출된다.

하지만 <봄이 오나 봄>의 몸이 바뀌는 체인지 설정은 너무 자주 기침을 할 때마다 바뀐다는 점에서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물론 그 조변석개하는 변신이 웃음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떤 특별한 계기가 없이 계속 변신하는 모습은 반복될수록 흥미가 떨어진다. 결국 웃음이 점점 사라진 변신의 반복은 ‘저 사람은 누구야’ 라고 물어볼 정도로 산만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신을 통해 이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는 쉽게 이해된다. 과연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진짜인가. 또 내가 생각해왔던 삶의 행복은 진짜인가. 이런 질문을 타인의 몸이 된 인물들을 통해 생각해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메시지가 그리 특별한 게 아니기 때문에 보다 중요해지는 건 그 메시지라는 결과가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이야기의 과정이 주는 즐거움이다.

결국 <봄이 오나 봄>의 관건은 ‘웃음의 강도’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아니라면 메시지도 희석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계속 해서 성격을 바꿔가며 쉽지 않은 연기를 해내는 이유리와 엄지원의 호연도 도드라지기가 어렵다. 겨우 2%에 머물고 있는 심각한 시청률을 떠나서라도, 최소한 볼 때만큼은 빵빵 터질 수 있는 코미디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웃음 없이 이 황당한 판타지는 더더욱 공감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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