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오글거린 해피엔딩, 열광적 시청자들도 등 돌렸다
파국 원했던 시청자들, ‘SKY 캐슬’ 엔딩이 남긴 진한 아쉬움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이 마지막회 23.8%(닐슨 코리아) 자체 최고시청률을 남기고 종영했다. 모두가 해피엔딩이었다. 엇나갔던 어른들은 개과천선했고 아이들은 드디어 입시가 아닌 자신의 길을 찾았다. 한서진(염정아)은 이수임(이태란)의 아들 우주(찬희)는 물론이고 죽은 혜나(김보라)에게도 사과했고, 강준상(정준호)은 모든 걸 내려놓고 병원을 떠났다. 이수임은 영재(송건희)네의 비극을 담은 소설을 출간했고, 차민혁(김병철)은 노승혜(윤세아)의 회유와 협박(?)으로 조금씩 가부장적인 모습을 버리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저마다 자신의 행복을 찾아갔다. 예서는 자퇴해 홀로 입시준비를 했고, 누명을 벗고 학교로 돌아온 우주(찬희)는 자신만의 길을 찾겠다며 자퇴하고 여행을 떠났다. 그가 학교를 떠나는 날 서준(김동희)과 기준(조병규)은 물론이고 같은 반 아이들은 시험지를 던지며 교실을 빠져나와 마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심지어 악의 축이었다 감옥에 간 김주영(김서형)도 딸이 요양원에서 친구까지 사귀며 잘 지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모두가 행복해진 해피엔딩. 하지만 과연 시청자들은 이런 해피엔딩을 원했던 걸까. 보통의 드라마였다면 그랬을 지 모르지만 ‘SKY 캐슬’은 달랐다. 그건 너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주가 졸업을 앞두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며 학교를 그만두는 대목은 감옥을 경험하면서 느낀 바가 컸다고는 하지만 너무 나간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과연 현실에서 이런 선택이 쉬울 리가 없었다.

또 혜나가 죽고 예서가 시험지 유출 사건에 연루되어 자퇴까지 하는 상황을 겪으며 개과천선한 한서진의 이야기도 그 변화가 너무 극적이라 현실적이라 여겨지지 않았다. 어떤 깨달음이 있었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변화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차민혁처럼 골수부터 가부장적인 인물이 노승혜의 가출선언으로 변화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드라마가 반드시 현실적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했을까 하는 점이다. 비현실적인 해피엔딩이었을까? 차라리 현실적인 파국이 아니었을까. 이 부분은 일찍이 한서진과 이수임의 대결구도에서 시청자들이 선한 역할이던 이수임보다 한서진에 더 몰입하고 공감했다는 사실에서 드러난 바 있다. 즉 시청자들은 이수임 같은 다소 비현실적인 동화 같은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엔딩을 원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보다는 치열할 수밖에 없는 입시경쟁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던 한서진의 그 엇나간 욕망을 공감하면서 동시에 그 파국을 통한 ‘잘못된 현실’에 대한 경종을 원했다는 것.

‘SKY 캐슬’ 역시 이런 부분을 의식한 듯 마지막에 떠난 집에 다시 이주해 온 또 다른 ‘한서진’의 욕망을 드러내는 장면을 넣었다. 한서진을 교도소에서 마주한 김주영이 “당신과 나는 똑같다”고 말하는 대목도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해피엔딩을 추구하다보니 이런 중요한 메시지들이 ‘동화 같은 엔딩’에 묻혀 버렸다.



시청자들이 ‘SKY 캐슬’에 열광했던 가장 큰 요인은 ‘대한민국 상위 0.1%’를 자부하며 자신들의 자식 교육을 최고라 자부하던 이들이 그 욕망을 부추겨 파국으로 이끈 김주영 같은 괴물을 만나면서 그 허위의식을 폭로하고 궁극적으로 우리네 잘못된 경쟁구조 시스템을 신랄하게 비판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20부작 중 19회까지 그 신랄함을 유지했던 드라마가 마지막회에 이르러 착해진 건 아쉬운 대목이다. 그 충성도 높다던 ‘SKY 캐슬’ 마니아 시청자들조차 오글거린 해피엔딩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드시 새드엔딩일 필요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교육드라마 같은 착한 해피엔딩일 필요는 더더욱 없지 않았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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