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파일럿 중 원픽 ‘구해줘! 홈즈’, 기대와 우려 사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이번 설 연휴 파일럿 중 가장 흥미로운 예능 프로그램은 MBC <구해줘! 홈즈>였다. ‘리얼 발품 중개 배틀’이란 부제를 내걸고 두 팀으로 나눠 의뢰인의 경제적 조건과 취향에 맞는 전월세 집을 구해주는 대결을 펼치는 부동산 인포테인먼트다. 구옥 가옥에 거주하고 있으며 리모델링 경험을 수차례 한 바 있는 노홍철을 필두로, ‘나래바’로 주가 상승한 박나래, 주거 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신봉선과 이국주, 이사 좀 다녀본 김숙, 홍진경 등 연예인들이 의뢰인의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준다.

그동안 라이프스타일이나 주거공간을 소재로 가져온 예능들은 인테리어의 전시나 연예인의 일상 보여주기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구해줘 홈즈!>는 현재 시세를 반영한 확인 매물로 시청자들이 공감과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일상성을 확보하고, 남의 집 구경이란 인류 보편의 재미를 전달한다. 집 구경은 일본, 호주, 미국 등지에서는 이미 하나의 방송 장르이며 유튜브를 통해서도 많이 소비되는 콘텐츠다. 우리에게도 JTBC <한끼줍쇼>가 있다. 강호동의 전복된 캐릭터, 따뜻한 정을 나누는 훈훈함과 함께 우리 이웃이 살고 있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한끼줍쇼>에서도 일상 공간을 엿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구해줘! 홈즈>만의 도드라진 매력은 의뢰인의 조건을 구체화해서 주거비용이 매우 비싼 서울에서 자리를 잡아야만 하는 청년 세대의 현재를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 부동산을 소재로 가져온 것도 새롭지만 보다 흥미로운 측면은 청년세대로 축약할 수 있는 의뢰인들의 나이 때와 형편, 그리고 루프탑, 뷰, 반려동물 등을 중시하는 변화한 젊은 세대의 주거관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뢰인들은 새내기 대학생, 싱글 외국인, 신혼 부부 정도 선에서 형성되고, 부동산 거래는 자산의 가치 측정보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임대차 계약으로 한정한다. 그러면서 아파트를 벗어나 협소주택, 땅콩주택, 퍼즐주택, 쉐어하우스,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공간과 구옥 리모델링 주택들을 통한 오늘날 주거공간의 흐름과 루프탑, 테라스 선호도와 같은 취향의 변화에 따른 서비스 공간을 접할 수 있었다. 다양한 조건의 주거환경을 TV로 끄집어내고, 오늘날 청년계층의 현주소를 통해 교감하고 정보전달까지 겸하니 피부에 와 닿는다.



그동안 매스컴에 등장하는 집과 부동산, 정부 정책에서 말하는 주거공간은 곧 아파트였다. 아파트 이외에도 형편에 맞춰 재밌고 만족스럽게 살 수 있는 다양한 주거환경이 존재하지만 우리사회는 그간 재화이자 성공과 실패의 척도로 삶의 공간을 바라봤다. 그래서 각종 주거대책, 신혼부부 대책, 무주택자 대책은 대부분 아파트라는 주거환경과 경제재로 수렴된다. 현실적으로 청년 세대가 손을 뻗을 수 있는 빌라, 다세대, 다가구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불이익도 따른다. 일례로, 서울 시내에서 10억짜리 아파트 전세를 사는 신혼부부는 무주택자로 간주되어 신혼부부 특공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전월세 생활을 청산하고자 2~3억대의 빌라에 자가 거주했던 이들은 아예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자산 증식보다는 실거주 임대 계약을 추구하는 <구해줘! 홈즈>는 도심 한복판 원룸에서 수도권 타운하우스까지 다양한 주거 형태를 예능으로 소개하고 풀어냈다는 점에서 집 구경의 재미와 함께 획일화된 풍토를 바꾸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집 구경은 왠지 모를 환기 효과와 설렘을 선사한다. ‘이사를 간다면’ 이란 공상을 하면서 인테리어 시뮬레이션을 하기도 하고, 더 나은 집으로 옮겨가고픈 욕망, 독립의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연예인들이 대리로 집을 구하다보니 동네의 중요성, 리모델링한 구옥 빌라를 고를 때 체크해야 하는 문제나 체크포인트, 단열, 주차, 보일러, 수압, 살림 수납 등 현실 논리가 살짝 부족한 것은 아쉽다. 단순히 멋진 집을 넘어서 동네에 대한 이야기나 구도심 생활의 불편함과 로망 사이의 선택 기준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논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단순히 깔끔한 내부 공간만으로 승부를 볼 것이 아니라 최소 2년은 살아야 하는 집이니 좋은 집을 택하는 복합적인 요소들, 사회초년생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들을 짚어주면 보다 더 진정성 높은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일본 콘텐츠를 즐겨보는 사람들에겐 매우 익숙한 볼거리일 것이란 점이 우려가 된다. 시골 소녀 상경기를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청년 세대가 적은 예산으로 ‘인서울’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심지어 ‘홈즈’는 일본 최대 부동산 포털사이트이기도 하다. 또한, 정규 편성이 되면 부동산 어플과 타운하우스 PPL에 대한 경계의 울타리도 높게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금액을 내걸고 하는 방송인만큼 위화감이나 박탈감과 같은 역풍의 요소가 도사리고 있으니 늘 주의해야 한다. 물론, 이 모두, 진짜로 집을 구해준다는 진정성에서 출발하면 해소될 수 있는 우려들이다. 하지만 만약 제작진이 섭외한 집을 단순히 방문해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관련 논란과 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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