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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수목극이 이렇게... 볼만한 드라마 한 편이 없네
기사입력 :[ 2019-02-15 15:42 ]


지상파의 퇴행하는 가족극·막장, 케이블의 뻔한 멜로

[엔터미디어=정덕현] TMI(Too Much Information) 시대에 걸맞는 TMC(Too Much Contents)시대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들만 봐도 이 달라진 시대를 실감할 수 있다. 지상파 3사에 비지상파들까지 합쳐 하루 많게는 6편까지 드라마가 쏟아져 나온다.

양이 많아지니 질도 좋아질까? 양이 질을 담보한다는 말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콘텐츠에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 됐다. 양은 쏟아지지만 질은 갈수록 떨어진다.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들 속에서 괜찮은 드라마 한 편 찾는 게 오히려 어려워졌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게 최근 수목에 편성된 드라마들이다. 지상파는 그래도 새로운 작품에 대한 도전으로 채워지던 수목극의 자존심을 버렸다. 주말극에 어우릴 법한 SBS <황후의 품격>과 KBS <왜그래 풍상씨>가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로 시청률 경쟁에 올인하고 있는 것. 개연성을 찾아보기 어렵고 과도하고 자극적인 장면만을 전면에 내세운 김순옥 작가의 <황후의 품격>과 등골브레이커 동생들 뒤치다꺼리 하다 한 평생을 보내버린 ‘장남병’ 풍상(유준상)의 이야기로 보는 내내 허탈함과 헛웃음을 짓게 만드는 문영남 작가의 <왜그래 풍상씨>이 시청률 1,2위를 오가며 경쟁 중이다.



본래 자극적인 이야기들로 정평이 나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지만 이 작품들은 어딘지 과거보다 훨씬 더 독해진 느낌이다. 예를 들어 <왜그래 풍상씨> 같은 드라마는 본래 문영남 작가 특유의 ‘진상 캐릭터’ 전시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보통 한두 명 정도 있던 진상 캐릭터가 이 드라마에서는 거의 대부분이다. 도박중독에 사기까지 당하고 살인미수까지 저지르는 진상(오지호)에 돈 없는 삶은 견딜 수 없어하며 돈 많은 노인이라도 잡아 한 건 올리려 하는 화상(이시영), 그나마 괜찮아 보였던 외상(이창엽) 역시 여자문제가 복잡하다. 여기에 양심은커녕 모성조차 없어 보이는 엄마 노양심(이보희)은 틈만 나면 풍상의 등골을 파먹으려 호시탐탐이고, 암 진단을 받은 후 결국 이혼까지 한 풍상에게 딸 중이(김지영)마저 차갑게 군다. 이 정도면 ‘진상 종합선물세트’가 아닐 수 없다.

강도 높은 진상 짓을 통한 자극의 중첩. 이것이 <왜 그래 풍상씨>가 시청률을 가져가는 요인이다. 누군가의 불행을 들여다본다는 나름의 시대적 의미를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진상 짓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받아주고 묶어주려는 풍상이라는 장남 캐릭터는 시대착오적이다. 지금 시대에 장남이라고 동생들 뒷바라지 하고 챙겨줘야 한다는 그런 가치가 가당키나 할까. 가족이면 뭐든 껴안아줘야 한다는 은근한 이 드라마의 보수적 틀이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두 강도 높은 자극의 드라마들 속에서 MBC <봄이 오나 봄>은 육체가 바뀌는 ‘체인지 장르’를 가져온 이야기를 선보였다. 소재와 시대는 나쁘지 않았다. 서로 다른 두 여자가 서로를 이해해가며 만들어가는 ‘워맨스’는 지금의 젠더감수성 속에서 충분히 공감할 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성도가 발목을 잡았다. 너무 정신없이 이어지는 체인지와 클리셰로 반복되는 웃음 코드는 드라마의 매력을 떨어뜨렸다. 결국 시청률 2%대에 머물며 시청자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드라마가 되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던 tvN마저 <진심이 닿다> 같은 드라마는 너무 뻔한 멜로구도를 가져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와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섞은 듯한 구도의 이 드라마는 ‘진심이 담긴 연기’를 위해 변호사의 비서가 되는 연기자의 다소 만화적인 설정을 가져왔지만, 그 중심이 되어야할 코미디가 상투적인 선에서 그려지고 있어 뻔한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



드라마는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볼 드라마는 없다. 이런 상황은 어쩌면 TMC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릴 현실이 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채널이 늘고 편성도 늘어 더 많은 콘텐츠의 수급이 필요하지만, 그러다보니 완성도가 정제된 콘텐츠보다는 마구 만들어진 것들이 쏟아져 나와 피로감만 더 주고 있는 것. 이렇게 가다간 국내의 지상파, 비지상파 플랫폼들이, 넷플릭스 같은 ‘개인화’ 글로벌 플랫폼의 완성도 높은 ‘선택적 콘텐츠들’에게 플랫폼 헤게모니까지 뺏기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SBS, M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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