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감정을 담은 ‘알리타’ 캐릭터 애니메니션의 신기원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의 영화 <알리타: 배틀엔젤>은 아마도 1990년대 <총몽>이라는 만화를 봤던 세대라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작품이다. 키시로 유키토의 <총몽>은 당시만 해도 그 놀라운 그림들로 SF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작품이다. 당시만 해도 이런 건 ‘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거라 여겼지만 이를 원작으로 한 <알리타>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접합을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잘 연결하는 CG기술로 그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26세기 환경파괴로 인해 공중도시와 고철도시로 양분된 세계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알리타>는 어느 날 공중도시가 내버린 쓰레기더미에서 발견된 한 사이보그가 도어 박사에 의해 기계 몸을 얻고 깨어나 알리타라는 이름을 얻은 후 잃어버린 자신의 기억과 소명을 찾아간다는 여전사 성장담을 담고 있다.

만화 원작에 거의 충실한 <알리타>는 <반지의 제왕>, <아바타> 등을 만들었던 웨타디지털의 놀라운 CG기술이 영화 전편에 쉴 새 없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고철도시에서 공중도시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제시되어 있는 모터볼 경기 장면은 실로 압권이다. 속도감과 타격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실감나게 그려졌다.



여전사의 성장담이지만, 멜로 또한 빠지지 않는다. 고철도시에서 만난 휴고와 나누는 로맨스는 사이보그와 인간 사이에 아무런 이물감이 없는 이 작품의 세계관처럼(이 작품은 인간의 정수는 뇌라고 보고 있다) CG와 실사의 접합에 있어서도 이물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이 작품에서 주목되는 건 여전사 알리타의 비율적으로 너무나 큰 눈이다. 본래 원작인 <총몽>의 캐릭터도 눈이 컸지만(이건 만화 캐릭터들이 가진 특징이기도 하다) <알리타>에서 이 CG로 만들어진 캐릭터는 커다란 눈이 유독 눈에 띈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은 이 작품의 알리타라는 사이보그 캐릭터가 보다 실감나게 구현되는데 있어 ‘신의 한수’가 된다. 눈이 크다는 건 보다 감정을 더 풍부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사이보그지만 ‘사람 같은’ 자연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감정을 더 깊게 만들어내는 커다란 눈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또 이 커다란 눈은 우리가 CG 캐릭터에서 흔히 얘기되는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현상을 지워내는 효과도 만들어낸다. 언캐니 밸리는 우리가 인간과 똑같은 로봇이나 인형을 볼 때 느끼게 되는 불편함을 말해준다. 인간이 아니면서 인간처럼 모습을 보이는 것들에게 느껴지는 으스스함. 하지만 알리타는 그 커다란 눈을 통해 인간과는 다른 사이보그라는 걸 오히려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만화 캐릭터를 보는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이 놀라운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가능했던 건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말했듯, 이 캐릭터를 감정이 깃든 표정부터 동작까지 완벽하게 연기해낸 로사 살라자르의 공이 크다. 하지만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신기원을 만들어낸 웨타디지털의 한층 여유로워진(?) CG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알리타>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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