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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내편’, 어째서 최악의 주말극으로 지탄받나
기사입력 :[ 2019-02-17 14:28 ]


개연성 없는 뻔한 이야기 무한 반복... 어쩌다 KBS 주말극이

[엔터미디어=정덕현] “최악의 KBS 주말극”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KBS에서는 최고 시청률 41.6%(닐슨 코리아)를 기록한 이 드라마가 굉장한 성과라도 내고 있는 듯 자축하는 분위기다. 포상휴가를 계획 중이라고 한다. 과연 시청률이 40%를 넘겼다고 이 작품은 박수 받을만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까. 시청자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하나뿐인 내편>은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는 신파극인데다, ‘핏줄이 최고’를 여전히 외치는 퇴행적인 가족극이다. 무려 100회(실상은 50회)가 넘는 주말드라마지만 이야기는 단순하다. ‘28년 만에 나타난 친부로 인해 인생이 꼬여버린 한 여자와 정체를 숨겨야만 했던 그녀의 아버지가 세상 단 하나뿐인 내 편을 만나며 삶의 희망을 되찾아가는 드라마’라는 소개란의 줄거리가 이야기의 대부분이다.

시대착오적인 면은 그래도 ‘어르신들의 판타지’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 가족이 거의 해체되고 있는 현재, 어르신들이 갖는 가족 판타지를 담게 된 것이 지금의 KBS 주말극의 정체성이 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게 시대와 맞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용인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를 다루는 방식이 개연성이 없는데다, 뻔한 이야기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는 건 작가의 게으름과 상상력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건 여기 등장한 인물들이 같은 역할을 매회 거의 반복하고 있다는 점일 게다. 살인죄로 복역하다 나와 그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다 조금씩 그 정체가 드러나는 강수일(최수종)은 매회 비난받고 눈물을 흘리며 “내가 떠났어야 했어”라고 말하고, 딸 김도란(유이)은 앵무새처럼 “그래도 제 하나뿐인 아빠예요”라고 말한다.

장다야(윤진이)는 무슨 CSI가 된 듯 강수일과 김도란 사이의 과거를 캐내고 그걸 터트려 사건을 만드는 인물이고, 오은영(차화연)은 그 때마다 분통을 터트리고 왕진국(박상원)은 늘 답답하고 아픈 얼굴로 한숨을 내쉰다. 그래서 강수일을 내쫓고 김도란도 내쫓지만 그 때마다 치매를 앓는 박금병(정재순)이 “이 첩년!”을 외치며 오은영과 장다야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 결국 다시 그 끊어질 것 같은 인연을 다시 묶어 놓는다.

<하나뿐인 내편>은 이 이야기 틀의 무한반복이다. 마치 이 드라마가 결국은 ‘하나 뿐인 이야기’의 무한연장이라는 걸 매회 보여주는 것 같다. 물론 그 마지막은 아마도 소개란에 담겨 있는 것처럼 강수일의 복권(사실은 살인자는 따로 있었다는 식으로)을 담는 것으로 그럴 듯한 해피엔딩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을 보는 시청자들도 해피할 수 있을까. 어쩌면 단조롭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를 뒷목 잡으며 보고 있었던 시간이 아까울 수도 있을 게다.



단조로운 이야기의 반복은 뒤로 갈수록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강수일이 김도란의 아버지였다는 게 밝혀지는 게 나온 후, 그 상황이 진정될 즈음 다시 강수일이 살인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 다음에는 그가 죽인 대상이 나홍실(이혜숙)의 남편이자 장다야의 아버지였다는 사실이 연달아 밝혀진다. 반복코드의 한계를 자극의 강도로 덮어가고 있는 것.

하지만 이 즈음되면 이제 시청자들도 지쳐간다. 끝없이 문제를 만들어내는 장다야라는 인물은 악역의 차원을 넘어서 사실상 불법적인 일들까지 하는 이상한 캐릭터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시청자들 중에는 장다야가 한 ‘유전자 검사, 블랙박스 절도, 범죄인 신상 취득, 영업방해’ 같은 것들이 모두 범죄라는 사실을 작가는 알고 있는가 하고 묻는 분들도 있다. 매번 이런 일들을 해오니, 마음잡고 빵집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려는 강수일을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장다야 캐릭터를 이해하기보다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소양자(임예진) 같은 인물은 자기 딸 김미란(나혜미)까지 이혼 당하게 생겼다며 강수일을 찾아와 강짜를 놓고, 이를 막는 김도란에게 더 이상 모녀 간의 인연을 끊겠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의 친딸과 자기 자신만을 위해 어떤 짓이든 하며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지며 소양자는 아무런 변화나 성장을 보이지 않는다.



이 관계를 들여다보면 <하나뿐인 내편>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겉으로는 ‘가족의 소중함’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혈육’과 ‘핏줄’에만 집착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하나뿐인 아버지가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하나뿐인 남편 대신 아버지와 살겠다는 딸이 이 시대에 어울리기나 하는 이야기일까. 제 딸이 귀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입양해 함께 평생을 살아온 딸을 핏줄이 다르다고 핍박하고 제 딸이 위기에 처하자 인연마저 끊겠다는 이야기가 이 시대에 납득이 갈 수 있을까.

<하나뿐인 내편>은 여러모로 게으른 드라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고민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시청률을 내기 위해 어떤 자극적인 코드들을 활용하는가에 있어서는 부지런한 드라마다. 출생의 비밀에 살인자라는 오해 설정, 억지로 꿰어 맞춘 관계설정을 통한 억지 극적상황에 어떤 문제가 터져도 마치 신이 내려와 모든 걸 해결해버리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치매 할머니 설정까지... 너무 편의적으로 드라마가 꾸려져 있다. 이런 드라마를 포상해줄 만큼 박수 받을 만하다 말할 수 있을까. 공영방송으로서 깊이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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