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회기동편 훈훈한 마무리, 자극적이지 않아도 괜찮아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회기동편이 훈훈하게 마무리 됐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 대학가에 잘 먹히지 않을 것 같던 컵밥집은 백종원이 밤새도록 원가분석을 해온 걸 바탕으로 메뉴를 재정비했다. 양배추를 넣어 만든 중화풍 덮밥은 2,500원대로 가능해 대학가에 맞춰진 이 컵밥집의 시그니처가 되기에 충분했다.

고깃집은 백종원의 방문 후 스스로 노력해 하나씩 업그레이드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대학가에 어울리는 냉동삼겹살을 저녁 메뉴로 세우고 지방까지 맛집을 찾아다니며 연구한 끝에 맛을 끌어올려줄 파절이를 만들어냈다. 갈비탕은 국물 맛을 끌어올렸고 여기에 우동까지 선보여 백종원으로부터 “우동집 해도 되겠다”는 칭찬을 들었다.

닭요릿집은 부모가 여전히 해왔던 운영을 거의 자식에게 넘기게 됐고, 가건물로 되어 있는 부엌 때문에 고심하던 이전을 결정했다. 워낙 맛집으로 유명했던 터라 큰 솔루션은 필요 없었지만 백종원이 알려준 냄새를 제거하는 법을 써서 호불호가 나뉘던 맛을 균질하게 좋게 만들었다. 100년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집으로 거듭나기를 프로그램은 기원했다.

피자집은 불안감 때문에 덜어낼 수 없었던 대부분의 메뉴들을 덜어내고 온전한 피자전문점으로 거듭났다. 새로운 메뉴도 개발하고 이를 피자마니아라는 차은우와 백종원이 함께 먹어보며 최종 메뉴를 결정했다. 방송이 나간 후 벌써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 회기동 골목은 활기로 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방송 출연이 만들어내는 출연자의 부담감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피자집 사장은 갑자기 몰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작가에게 전화를 해 “두렵다”는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지금 너무 무섭다. 계속 생각을 했는데 이 퀄리티로 손님을 받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된다”라고 했던 것. 백종원은 불안해하는 사장에게 “여기가 무슨 화덕피자가 아니지 않나. 전에는 햄버거 집에 가서 고가의 수제버거와 비교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더라. 다른 메뉴들도 그렇다. 너무 고민하지 말고 노력을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결국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지만 이번 피자집의 이런 모습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부담이 되는가를 잘 보여줬다. 손님이 없어도 고민이지만, 손님이 갑자기 몰아닥쳐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준비되어 있지 않은 집이라면 프로그램 출연 후 몰려드는 손님들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러운 건 피자집은 충분히 이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내공이 이미 있었다는 점이다. 다만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성격이 그런 불안감을 키웠다는 것.

이번 회기동편은 여러모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향후 가야될 길을 보여줬다고 보인다. 자극적이지는 않았지만 본래 의도에 충실하게 절실한 가게들을 섭외하고 그들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해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는 가게들로 골목까지 활기를 띠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본질이 아닌가. 중요한 건 출연자들도 프로그램과 함께 계속 가야되는 존재들이란 점이다. 프로그램이 끝났다고 끝나는 관계가 아니라.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 중에도 방송 후에도 어느 정도의 관리는 필요하다 여겨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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