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는 어째서 토요일 저녁 예능 시간대를 포기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지상파가 토요일 저녁 예능을 버렸다? 지금의 편성표를 들여다보면 이런 이야기가 그저 과장만은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나마 매주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건 KBS <불후의 명곡>이지만 음악 예능이 갖는 특성을 생각해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KBS라는 채널의 특성과 주 시청층을 떠올려보면 <불후의 명곡>이 이런 시청률을 내는 이유는 ‘능동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그나마 틀어놓기 편한 프로그램이어서라는 게 더 맞는 이유일 게다.

놀라운 건 MBC와 SBS의 편성이다. MBC는 신규 예능을 채우지 않고 목요일에 방영되던 <선을 넘는 녀석들>을 토요일 저녁 시간대로 옮겼다. 옮기고 난 후 첫 시청률은 6.2%(닐슨 코리아). <무한도전>의 시즌 종영 이후 방영됐던 <뜻밖의 Q>가 최고시청률 4.3%에 그쳤고 <언더나인틴>은 심지어 1.3%에 머물렀다는 걸 생각해보면, <선을 넘는 녀석들>의 시청률은 그리 낮은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과거 <무한도전>으로 뜨거웠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한참 모자라는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SBS는 토요일 저녁 시간에 <더 팬>으로 최고 시청률 7.9%에 괜찮은 화제성을 올렸지만 이 프로그램 종영 후 신규 예능을 채워 넣지 않았다. 대신 이 블록을 SBS는 재방송으로 채웠다. 지난 16일 재방송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워낙 뜨거운 프로그램이어서인지 그래도 6.7%의 적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SBS측은 재방송으로도 동시간대를 평정했다고 평가했지만 그래도 의문이 남는 건 사실이다. 지난 설 연휴 때 시도됐던 파일럿 프로그램들도 있는데 굳이 이 좋은 시간대에 재방송을 편성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이건 어쩌면 지금의 지상파가 갖고 있는 딜레마를 잘 말해주는 풍경이 아닐까 싶다. 한 마디로 말해 주말 시간대에 TV를 보는 시청층은 이제 찾아보기보다는 그저 틀어놓는 시청층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거다. <무한도전>이 짱짱히 살아있었을 때 토요일 저녁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의 격전지였다. 능동적으로 챙겨보는 <무한도전>이 있어, 경쟁 프로그램들도 그만큼 그 시간대의 존재감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시즌 종영하면서 토요일 저녁은 시청자들이 기다리는 시간대가 더 이상 아니게 되었다. 예능 프로그램이 훨씬 뜨거울 수 있는 시간대지만, KBS1에서 방영되는 <김영철의 동네한바퀴> 같은 교양프로그램이 7%대의 좋은 시청률을 내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주말에 이르러서야 지상파의 시청률이 두 자릿수로 껑충 뛰어오르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주말이나 되어야 TV를 틀어놓는 시청자들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그다지 능동적인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콘텐츠가 어떠냐에 따라 민감하게 시청률이 등락을 반복하지 않는다. 사실상 어떤 걸 채워 넣어도 비슷한 결과를 낸다는 것. 그러니 굳이 신규 프로그램을 넣는 투자를 하지 않고 재방송을 채우거나 다른 시간대의 프로그램을 이동시켜 채워 넣는 게 아닐까.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이 다시 나오지 않는 한 바뀔 수 없는 지상파 주말의 현실이 느껴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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